[교회와 영성]/성지(국외)108 [미카엘의 순례 일기] (1)매 순간의 기적 일상의 거룩함 발견하러 떠나는 순례 순례를 위한 설명회 중에 저는 한껏 부푼 마음을 가진 순례자들께 이런 이야기를 드리곤 했습니다. “비록 어렵게 시간을 내고 큰 비용을 마련해서 일상을 떠나 특별한 장소를 향한 여정을 준비하는 중이지만, 사실 순례는 떠남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곧 순례’이며 ‘우리의 삶이 순례의 연속’임을 깨닫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일상이 거룩해지는 것이 순례의 목적’이지요. 순례를 떠나는 우리는, 특별한 장소를 찾아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리라는 기대를 갖기보다는 다시 이곳에 돌아올 때 우리들의 일상에서 하느님의 거룩함에 한껏 참여하게 되어 하느님의 모양으로서의 모습을 온전히 회복해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면 좋겠습니다.” 일상.. 2020. 12. 30. <4·끝> 체코 성 비투스 대성당·승리의 성모 성당 아픈 역사에도 빛나는 신앙 보물들과 아기 예수 공경 ▲ 체코 프라하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경. 중세 시대를 옮겨놓은 듯 고풍스러운 느낌마저 든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제공 현대인들을 통째로 수백 년 전 과거에 데려다 놓은 것만 같다. 아니면 중세를 그대로 구현해놓은 거대 박물관에 왔다고 해야 할까. 1000년 건축물과 근대 조각상들이 세계인을 반기는 체코 수도 프라하의 풍경이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오색빛깔 상점들이 오밀조밀 어깨를 마주하며 늘어선 프라하 도심. 융단처럼 반질반질한 돌바닥으로 된 좁디좁은 골목길은 연중 ‘사람 정체 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프라하는 여행객 천국이다. 상점 사이사이 오래된 성당과 수도원을 순례하다 보면 붉은 석양 아래로 멋진 야경이 프라하 절경의 2부를 시작한다. 잠시.. 2019. 11. 10. <3> 1000년 수도원 품은 오스트리아 중세의 화려함과 수도원 영성 공존… 종교 문화의 요람되다 ▲ 1000년 세월 동안 학문과 지성의 요람으로 오늘날까지 수도원 영성을 전해오고 있는 성 베네딕도회 멜크수도원 전경. 초가을 기운이 감돌던 9월 25일 아름다운 예술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흘러나오는 연주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 사이로 관광객을 태운 마차들의 말발굽 소리가 중세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올 때쯤. 북적북적한 빈 도심에서 높이 140m 첨탑의 위용을 드러낸 오스트리아 교회의 중심 빈대교구 슈테판대성당 앞에 다다르자 고개가 절로 꺾인다. 그리스도교 초기부터 신앙이 전파돼 오늘에 이르는 오스트리아 교회는 현재 세계적인 신학자요, 저술가로도 유명한 빈대교구장 크리스토프 쇤보른 추기경과 2012년 전 세계에 보급된 청년 .. 2019. 10. 27. <2>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성녀 파우스티나 수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고국 폴란드에 민주화 씨앗 뿌려 ▲ 바도비체의 성모마리아성당(왼쪽)과 바로 옆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생가 박물관 20세기 유럽은 침략과 전쟁으로 단 하루도 총성이 멎는 날이 없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이념 논쟁으로 동서 간 장벽이 높아만 가던 그때, 바티칸에서 ‘희망의 불꽃’ 한 발이 쏘아 올려졌다. 1978년 10월 16일 전 세계 추기경단이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에서 소련 공산권 치하에 있던 폴란드 추기경 카롤 보이티와가 선택된 것이다. 제264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탄생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450여 년 만의 비이탈리아계 출신 교황의 탄생은 이미 그 자체로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고향, 바도비체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풍경.. 2019. 10. 27. <1> 폴란드인이 사랑하는 쳉스토호바 검은 성모 굴곡진 천 년의 가톨릭 역사… ‘검은 성모’가 지켜온 폴란드 19~20세기 유럽은 ‘진영의 전쟁터’이자, 1ㆍ2차 세계대전이 빚은 인류사의 참혹한 현장이었다. 19세기 소련 발(發) 공산주의 노선과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자유 민주주의 진영 간 반목이 거듭된 흐름 속에 소련과 맞닿은 동유.. 2019. 10. 13. 예수님 발자취를 따라 이스라엘 성지를 가다 (4·끝) ‘인류 구원의 역사’는 지금도 흐른다 성경을 낳고, 성경을 품은 중동의 작은 나라. 이스라엘은 ‘성경의 땅’이다. 이스라엘 민족을 통해 인류사에 개입하신 하느님 섭리를 다룬 ‘하느님의 서사시’ 성경 말씀이 살아 숨 쉬는 곳이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 남부 광활한 광야 지역에는 구약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비옥한 평야와 갈릴래아 호수가 넘실대는 북부 지방에는 예수님 설교가 아직 귓전을 때리는 듯 잘 보존돼 있다. 이곳에서 ‘말씀’을 ‘현장’으로 만나는 순간, 누구나 가슴 뜨거운 전율을 느낄 수 있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이스라엘을 ‘성지 중의 성지’라 부르는 이유다. 그러나 이스라엘 역사는 한시도 바람 잘 날 없는 침탈과 유배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기원전 1000년 유다 민족의 12지파를 최초로 통일.. 2018. 9. 2. 예수님 발자취를 따라 이스라엘 성지를 가다 (3) 고통과 수난의 길 끝에서 주님 부활의 기쁨을 맛보다 2000년 전 예수님 시대 때 이스라엘은 ‘로마 제국의 식민지’였다. 유다인들은 로마 제국 치하에서 세금 징수를 목적으로 강제 호구 조사를 당하고, 시도때도없이 로마군에게 멸시받는 등 폭정에 치를 떨고 있었다. 이런 치욕을 두고 보지 못했던 열혈당원과 민중은 반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때마다 많은 유다인이 붙잡혀 십자가형에 처해지거나 학살당했다. 2000년이 지난 오늘날. 예루살렘 하늘엔 어김없이 뜨거운 태양이 떴다. 숱한 침략과 전쟁으로 무너졌다가 재건되길 반복한 8m 높이 성벽으로 둘러쳐진 해발 700m 고지의 예루살렘. 예수님은 갈릴래아 지역에서의 공생활을 마치고, 무교절 전에 예루살렘에 입성하셨다. ▲ 올리브산에서 본 예루살렘 전경. 예루살렘 황.. 2018. 8. 26. 예수님 발자취를 따라 이스라엘 성지를 가다 (2) ‘사람 낚는 어부’가 말씀의 그물 던진 갈릴래아 ▲ 예수님은 이 언덕 어딘가에서 1만 명의 군중에게 산상 설교를 펼쳤다. ▲ 예수님은 갈릴래아 호수 지역을 두루 다니시며 말씀과 여러 기적으로 ‘무형의 성전’을 지으셨다. ▲ 카파르나움의 회당과 주거지 모습. ▲ 참행복 선언 기념 성당. ▲ ‘Duc in Altum(라틴어 ‘깊은 곳으로 가라’)’ 성당. ‘교회의 믿음’은 갈릴래아 지방에서 시작됐다. “예수님께서는 온 갈릴래아를 두루 다니시며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백성 가운데에서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주셨다.”(마태 4,23) 예수님은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은 뒤 본격적인 공생활을 시작하셨다. 기원후 28년경이다. 예수님은 약 3년간 갈릴래아 호수 지역을 두루 다니시며 .. 2018. 8. 19. 예수님 발자취를 따라 - 이스라엘 성지를 가다 (1) ▲ 주님 탄생 예고 기념 성당 내 동굴 앞 제대가 성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제대 앞에 라틴어로 ‘이곳에서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Verbum Caro Hic Factum est)’라고 씌어 있다. ▲ 이스라엘 지도 ▲ 나자렛 마을 모습. 과거에 비해 도시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상단 중앙이 주님 탄생 예고 성당 뒷모습. ▲ 주님 탄생 예고 기념 성당 정면 모습. ▲ 나자렛의 국제마리아센터 지하에 그대로 보존된 예수님 시대 이전의 가옥 모습. 믿음의 선조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의 후손들이 사는 ‘약속의 땅’. 하느님이 약속하신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로운 ‘성지 중의 성지’. 4000년 역사 안에 이민족의 숱한 침략과 유배의 아픈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나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구원의 기쁜 소식이.. 2018. 8. 12. [프랑스를 순례] - ⑤ 파레 르 모니알 소박하고 정겨운 시골 마을서 ‘성심의 예수’ 발현 예수 성심(聖心) 옛날이야기 한 조각. 1673년 어느 겨울날 프랑스 중동부 부르고뉴 시골 마을 ‘파레 르 모니알’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곳 성모방문동정회에 입회한 지 3년째를 맞은 알라코크 수녀(1647~1690)는 기도에 몰두하던 중 환시를 보게 된다. 수녀 눈앞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는 자기 심장을 꺼내 보인다. 심장은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고 안이 훤히 비칠 만큼 투명했다. 가시로 둘러싸인 상처 입은 심장 위에는 십자가가 놓여 있었는데 무겁게 느껴졌다. 그로부터 2년 동안 알라코크 수녀는 수차례 환시를 보았다. 주변 사람들은 이를 악마의 활동이라 수군거렸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였다. 예수 성심은 알라코크 수녀를 통해 △예수 성심(聖心)은 하느님의.. 2018. 6. 10. [프랑스를 순례] - ④ 루르드 치유의 기적과 은총이 샘솟는 프랑스 대표 성지 ▲ 강 건너편에서 바라본 미사비엘 동굴과 그 위에 지어진 세 개의 성당 전경. 14살 소녀, 성녀 베르나데트 옛날이야기 한 조각. 1858년 프랑스 남쪽 피레네산맥 자락에 있는 한 가난한 마을에 베르나데트라는 14살 소녀가 살았다. 가난한 가정 형편에 천식을 달고 산 베르나데트는 첫영성체를 하는 게 꿈이었지만, 글을 익히지 못한 처지여서 언감생심이었다. 그해 2월 11일 베르나데트는 동생, 친구와 함께 나무를 하러 돼지 동굴이라 불리는 곳에 갔다가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게 된다. 더럽고 냄새나는 어두운 곳에는 어울리지 않는 여인이었다. 여인에게선 환한 빛이 났다. 그로부터 다섯 달 동안 베르나데트는 18번에 걸쳐 여인을 만났고 함께 기도를 바쳤다. 마을 사람들.. 2018. 6. 3. [프랑스를 순례] - ③ 투르 프랑스의 수호성인 ‘마르티노’가 잠든 도시, 신앙의 중심지로 옛날이야기 한 조각. 어느 추운 겨울날 한 소년이 거리에서 초라한 걸인을 만났다. 측은한 마음이 들어 무엇이라도 주고 싶었지만, 소년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 절반을 잘라 걸인에게 건넸고 그날 밤 꿈속에서 걸인을 다시 만났다. 반쪽짜리 외투를 걸친 걸인은 자신을 예수라고 했다. 그 길로 소년은 그리스도 신앙을 받아들여 사제가 되었고 훗날 주교, 성인이 됐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프랑스의 수호성인 ‘투르의 성 마르티노(316~397, St. Martin of Tours)’다. 마르티노 성인은 가톨릭이 깊게 뿌리내리지 않았던 당시 프랑스 땅에서 이도교를 물리치며 복음화를 꽃피웠다. 마르티노 성인을 만나기 위해 프.. 2018. 5. 20. 이전 1 2 3 4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