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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2388

57. 예수님의 여정에 끝까지 함께 여성 제자들 라파엘로의 여자대장부로 불리는 복자 강완숙(골룸바)는 한국천주교회사에서 그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역할이 컸다. 강완숙은 결혼 후 천주교 신앙에 대해 듣고 책을 얻어 읽는 가운데 그리스도교 신앙에 이끌렸다. 강완숙은 신앙에 대한 열정으로 교리를 실천해 나갔으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한국교회의 초석을 세우는데 노력했다. 1791년 신해박해 때는 신자들의 옥바라지를 하다 자신도 옥에 갇히기도 했다. 1794년 말 주문모(야고보) 신부에게서 세례를 받은 강완숙은 모든 교회의 대표인 ‘여회장’으로 임명됐다. 당시의 양반사회에서는 생각도 못 할 일이었다. 강완숙은 전교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고 1801년 신유박해 때 강완숙은 같은 신자의 고발로 관가에 잡혀갔다. 관리들은 주문모 신부의 행방을 알아내.. 2025. 2. 16.
17. 하우현성당 <상> 박해시대 교우촌 삶 그대로 간직한 하우현 신자들 모습에 감명  노르베르트 베버, ‘하우현성당 전경’, 유리건판, 1911년 3월, 경기도 하우현,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 사진 1801년 신유박해 때 생긴 유서 깊은 교우촌 하우현성당은 서울과 경기도를 잇는 청계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경기도 안양 지역에서 처음으로 복음이 선포됐던 이곳은 1801년 신유박해 때부터 교우들이 숨어 살며 신앙생활을 지켜오던 유서 깊은 교우촌이다. 성 볼리외 신부와 복자 한덕운(토마스)·하느님의 종 서태순(아우구스티노)·이조이(요셉)·순교자 김준원(아니체도) 등이 이곳에서 생활했다. 신앙의 자유를 얻은 후 1893년 하우현 교우촌에 공소가 설립됐고, 이듬해인 1894년 제2대 주임 조.. 2025. 2. 16.
15.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데프레 수도원’ 파리지앵의 영적 쉼터, 생제르맹데프레 수도원 프랑스 파리 6구의 생제르맹데프레 성당. 6세기 지은 베네딕도회 수도원 성당으로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11세기부터 증개축을 계속하다가 프랑스 혁명을 거치며 수도원 건물 중 성당만 남았다. shutterstock 파리 6구의 영적 쉼터 생제르맹데프레 수도원 우리나라 여행객이 가장 많이 검색한 유럽 여행지 1위는 파리입니다. 에펠탑·샹젤리제 거리·몽마르트르 언덕⋯. 무엇보다 5년간 복원 공사를 마치고 지난해 12월 재개관한 노트르담 주교좌 대성당은 가고 싶은 유럽 명소 1순위일 테죠. 그런데 가톨릭 순례지로서 파리를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 안타깝게도 프랑스 혁명 때 너무나 많은 수도원과 성당이 파괴되어 사라졌습니다. 그나마 살아남은 성당들은 대개 기념.. 2025. 2. 16.
(14) 이방인 선교 예루살렘 교회, 주님 은총 아래 이방인 선교 활발 베드로 사도는 환시를 통해 깨닫고 할례를 받지 않은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하고 세례를 준다. 이는 이방인에 대한 선교가 사도들의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이뤄졌음을 증거한다. 프란치스코 트레비사니 작 ‘코르넬리우스에게 세례를 주는 베드로 사도’, 유화, 1709년. 개인 소장 사도행전 8장은 디아스포라 그리스도인들이 박해를 피해 예루살렘에서 떠남으로써 복음이 이곳저곳으로 두루 퍼져나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필리포스는 사마리아인들에게(사도 8,5-40), 베드로 사도는 카이사리아의 이방인들에게(사도 9,32―11,18), 디아스포라 그리스도인들은 안티오키아에(사도 11,19-26) 복음을 선포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하셨다”는 복음은 이제.. 2025. 2. 16.
56. 사람 낚는 어부, 첫 번째로 부르심을 받은 제자들 두치오 디 부온인세냐 성경에서 첫 번째로 제자들을 부르실 때 제자들의 직업은 어부(漁夫)였다. 성경에는 물고기가 나오는 대목이 많다. 구약성경에서 인간은 바다에 사는 물고기로 비유된다. 손으로 물건 만드는 것을 업(業)으로 하는 장인(匠人)처럼 어부의 사회적 지위는 전통적으로 매우 낮았다. 잡은 물고기들은 지금처럼 큰 것과 작은 것, 흔한 것과 희귀한 것, 깨끗한 것과 부정한 것 등을 구분하여 말리거나 소금에 절여 가공한 후 시장에 팔거나 외국에 수출했다. 예수님 시대의 모든 종류의 상업은 로마 제국의 엄격한 법률에 따라야 했다. 세금 징수자들은 잡힌 물고기를 보고 세금을 부과했다. 예수님 시대에 랍비나 레위인이나 제사장 중에도 어부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스라엘이 로마의 지배를 받던 시기.. 2025. 2. 9.
16. 시장과 장터 장터, 생필품 사고파는 일상의 공간이자 삶의 잔치 펼치는 자리  배오개 시장, 1925년, 유리건판,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 사진,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일본인 상점 이용하지 않고 재래시장 고수 시장은 단순히 가게만 죽 늘어서 있는 저잣거리가 아니다. 있는 자 없는 자 할 것 없이 모든 계층이 드나드는 대중의 열린 터이다. 또 민심을 알아보기 위해선 지금도 반드시 들러야 하는 소통 공간이다. 장사꾼들의 말처럼 시장에는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값나가는 귀금속부터 모든 생필품, 각종 먹거리가 즐비하다. 호객꾼들이 저잣거리를 오가며 손님의 소매를 잡고 끌다시피 자기 가게로 데려간다. 놋그릇 장수들은 양잿물을 가득 먹인 볏짚으로 유기를 윤이 나도록 닦고 있다. 옷감 장수들은 온몸에 치렁치렁.. 2025. 2. 9.
14. 프랑스 루앙 ‘봉스쿠르 노트르담 대성당’ 노르망디 중심지 루앙의 성모 순례지 봉스쿠르 노트르담 대성당 생트 카트린 언덕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루앙. 지대가 높은 센강 오른편이 구도심이고, 왼편은 신시가지로 옛날에는 범람원이었다. 출처=shutterstock 격동의 역사가 아로새겨진 루앙 프랑스 중북부를 흐르는 센강은 프랑스의 굵직한 역사의 현장을 가로질러 영국해협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철도가 놓이기 전에는 역사의 수레바퀴가 굴러가던 큰길이었습니다. 강둑마다 인간의 탐욕과 갈등, 한편으로 소박한 이들의 신심과 희망의 흔적이 새겨져 있지요. 센강 하류의 도시 루앙도 그런 곳 중 하나입니다. 습윤한 지역에 물길이 굽이쳐 흐르는 곳이어서 홍수 때 범람할 우려가 있지만, 영국과 내륙의 파리를 이어주는 지정학적 위치로 로마 시대 때부터 도시로 발전할 수 있.. 2025. 2. 9.
(13) 예루살렘 교회 내부 갈등 사도 시대 교회 내 성찰·갈등, 복음 선포 확장으로 이어져 유다계 그리스도인들과 디아스포라 그리스도인들로 구성된 사도 시대 예루살렘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으로 율법과 성전의 의미를 성찰하면서 서로 갈등을 겪었다. 이 성찰로 복음이 예루살렘을 벗어나 팔레스타인 지역과 이방인 지역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안니발레 카라치 작 ‘성 스테파노의 순교’, 1603~04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사도행전은 교회가 사도 시대 때부터 외부의 박해와 내부의 갈등이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사도들이 복음을 선포하던 예루살렘에는 크게 두 부류의 유다인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예루살렘과 팔레스티나 출신의 ‘히브리계 유다인’과 이 지역 외에서 태어나 성장했고 헬라어도 할 줄 아는 ‘디아스포라 유다인’입니다. 사도행전은 이들을.. 2025. 2. 9.
55. 믿음으로 예수님께 치유받은 나병환자 장 마리 멜키오르 도즈 한센병(나병)의 아버지로 살았던 이경재 신부님(알렉산델, 1926~1998)님은 ‘성 라자로마을’을 만들었다. 구약시대 나병은 하느님이 주는 천벌로 여겨졌다. 나병환자를 문둥이라고 한 것은 우리나라 남쪽 지방의 욕설이었다. 이 신부님은 40여 년 동안 나환우에 대한 봉사로 자신의 모든 삶을 바쳤다. 신학생 때 다른 신학생들과 성 라자로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 신부님이 미사 때 우리 신학생들에게 하신 강론 말씀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다. “나환우들의 진짜 고통은 손이 문드러지고 발가락이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로부터, 공동체와 격리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천벌을 받은 사람처럼 자신의 모습을 숨기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고통입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경영하시던 .. 2025. 1. 26.
15. 떡메질 설 떡국, 복을 나누며 간절한 한 해 소망 담은 축제의 음식  나이를 더해주는 설 떡국은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렸던 우리 조상들의 간절한 한 해 소망을 담은 음식이다. 노르베르트 베버 총아빠스가 1911년 5월 황해도 신천군 청계리를 방문해 떡을 만들고 있는 가족을 촬영했다. 유리건판,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 사진 설날 아침 밥 대신 떡국 올리고 차례 지내 곧 ‘설’이다. 순우리말인 설은 한 해의 첫날, 곧 새해를 맞는 날을 뜻한다. 한자로 정초(正初)·원일(元日)·원단(元旦)·정조(正朝)·세수(歲首)·세초(歲初)·세시(歲時)·연두(年頭)·연시(年始) 등으로 표현된다. 설이란 말은 이미 삼국시대 때부터 쓰였으며, 조선 시대에는 한식·단오·추석과 함께 4대 명절로 .. 2025. 1. 26.
13. 독일 트리어 성 베드로 대성당·성모 성당 1700여 년 신앙 역사 이어온 ‘주님 성의(聖衣) 성지’ 트리어 대성당 트리어 성 베드로 대성당(좌)과 성모 성당(우). 너비 38m, 길이 95m로 그중 약 40m는 4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이며, 서쪽 정면과 후진을 포함해 35m는 11세기에 증축됐다. 중세 전성기에 옛 로마네스크 성당 대신 고딕 양식의 성모 성당과 회랑을 완공해 연결했다. 필자 제공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주교좌 도시 트리어 트리어는 모젤강이 흐르는 골짜기에 있는 2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입니다. 기원전 18년 무렵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트레베리아인이 살던 곳에 로마식 다리를 세운 날을 트리어의 시작으로 봅니다. 트리어는 로마 제국을 동서로 나누던 시기 서방 로마 제국의 수도였고, 전성기에는 약 8만 명이.. 2025. 1. 26.
(12) 박해가 시작되다 그리스도 신앙이 급속히 퍼지자 교회 박해 일어나 사도들의 복음 선포로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이 급속히 전파되자 유다인 지배층인 사제들과 사두가이파 사람들, 그리고 헤로데 아그리파 1세 임금이 교회를 박해하기 시작했다. 프란치스코 데 수르바란 작 ‘성 야고보의 순교’, 유화, 1640년,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 마드리드 두 차례에 걸쳐 초대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과 성사, 그리고 은사를 공유했고, 재산을 공동 소유했으며 사랑을 함께 실천했음을 확인했습니다. 사도들의 복음 선포로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이 급속히 전파되자 교회를 경계하고 그리스도인을 적대시하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유다교 사제들과 성전 경비대장, 사두가이파 사람들이 사도들을 박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제들은.. 2025. 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