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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경 속 기도 이야기23

(23) 죽음을 눈앞에 둔 시메온의 기도 세상 풍파에도 하느님과 함께 나아가야렘브란트 “주여 말씀하신 대로 이제는 주의 종을 평안히 떠나가게 하소서. 만민 앞에 마련하신 주의 구원을 이미 내 눈으로 보았나이다. 이교 백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시오, 주의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 되시는 구원을 보았나이다”(루카 2,29-31, 성무일도의 본문)라는 시메온의 기도로 성무일도가 하루를 맺습니다. 이 기도는 모사의 달인인 루카 복음사가가 ‘이방인들의 빛’이라는 희망의 인물을 다루는 제2이사야서의 신학을 이용해서 직접 지었으리라 추정됩니다.(이사 40,5; 42,6; 46,13; 49,6.9; 52,10 참조) 루카는 구약을 대표하는 노인인 시메온과 안나가 구약을 상징하는 예루살렘 성전에서 아기 예수님을 만나게 하면서 구약과 신약을 매끄럽게 연결합니다.. 2024. 12. 22.
(22) 성모님의 찬양 마니피캇 ‘나의 구원자’로 칭하며 감사 올려 당신 백성 향한 충실한 모습 강조 피사넬로 즈카르야의 노래(루카 1,68~79)와 성모의 노래(루카 1,46~55)와 시므온의 노래(루카 2,29~32)는 성무일도의 아침기도·저녁기도와 끝기도에서 불리는 복음서의 찬가로, 구약의 오랜 약속이 예수님을 통해 실현된다는 사실을 알립니다. 레지오 단원들이 매일 바치는 까떼나(사슬 기도)의 주요 부분인 성모의 노래는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가 마주치는 곳에 자리합니다. 천사와 만난 마리아는 두려운 마음으로 믿을만한 친척 엘리사벳을 찾아 나섭니다. 마리아의 인사말만 들은 엘리사벳이지만, 태 안에서 아기가 뛰노는 것을 느끼며 성령으로 가득 차 외칩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 2024. 12. 15.
(21) 노래하는 공동체 사도 바오로의 필리피서 그리스도 찬가(필리 2,6-11) 가장 오래된 기도인 그리스도 찬가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난 그리스도, 자신을 낮추며 높아지는 모습 담겨 존 싱글턴 코플리 “오 주여, 당신께 감사하리라, 실로암 내게 주심을. 나에게 영원한 사랑 속에서 떠나지 않게 하소서.” 개신교 목사님이 만드시고 천주교 생활성가로도 불리고 심지어 야구 응원가로도 쓰이는 ‘실로암’이라는 성가를 들으면 가슴이 벅차고 마음이 열립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노래하는 사람은 두 번 기도하는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필리피서 그리스도 찬가(필리 2,6-11)는 전해지는 것 중 가장 오래된 그리스도교의 기도이고, 전례 중 공동체가 함께 부르던 성가였습니다. 1절: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2024. 12. 8.
(20) 하느님의 일용직 노동자의 기도 전 세계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바치는 주님의 기도를 기념하는 예루살렘 ‘주님의 기도 성당’ 외부 벽에 있는 우리말 주님의 기도.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주님의 기도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직접 가르쳐 주신 기도입니다. 테르툴리아누스 교부는 주님의 기도를 전체 복음의 요약이라고 했고 오늘날에도 교회는 주님의 기도를 성무일도 아침·저녁 기도와 미사 등 하루에 세 번씩 바칩니다. 마태오 복음과 루카 복음 및 그와 유사한 시기에 쓰인 열두 사도들의 가르침인 디다케(마태 6,9-13;루카 11,2-4; 디다케 8,2)가 주님의 기도를 전하며 후대에 삽입된 “주님께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있나이다”라는 마침 영광송은 개신교와 천주교를 막론하고 모두가 사용합니다. 종말론과 지혜문학의 영향을 받은 후기 유다교는 여러 .. 2024. 12. 1.
(19) 하느님을 신뢰하는 보잘것없는 이들: 루카복음서의 기도 고스마와 다미아노 아잠 형제의 , 18세기 초반 독일 알텐마르크트 수도회 대성당. 대성당을 장식한 아잠 형제는 성당 뒷편 이 그림에 자신들의 이름을 넣어 성당 장식을 자신들이 했다는 사실을 기록했는데, 동시에 자신들을 죄 많은 세리로 표현하면서 자신들의 깊고도 겸손한 신심 역시 기록했다 성전에서 시작해서(1,8-10) 성전에서 기도하면서 끝나는(24,53) 루카복음서는 예수님을 기도하는 분으로 제시하고, 그분을 따르는 우리도 용기와 겸손을 가지고 기도하도록 이끕니다. 십자가 위에서 벌어진 그분 삶의 마지막 순간은 기도 자체입니다.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태 27,46; 마르 15,34; 시편 22,19)라는 시편 말씀을 예수님의 입에 올리는 마태오나 마르코와 달리 .. 2024. 11. 24.
(18) 기도의 길잡이인 마태오(마태 6,5-8; 18,19-20) 위선자들처럼 드러내는 기도 보다 참된 믿음에서 나오는 대화 강조 베르타 베그만 마태오 복음서는 예수님의 가장 핵심적인 가르침을 담고 있는 산상설교(5~7장)의 한가운데 주님의 기도를(마태 6,9-13) 배치하고 그의 서두로 기도에 대한 가르침을 제시합니다. 마태오는 이렇게 기도를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회당과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마태 6,5-6) “골방에 들어가 기도하라!”.. 2024. 11. 24.
(17) 나의 기도에 대한 확신인가? 하느님에 대한 확신인가? 마티아스 스톰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마태 7,7-8; 루카 11,9-10 참조) 이 말씀을 들으면 나의 모든 기도가 들어질 것처럼 여겨지고 기도가 들어지지 않을 경우 나의 믿음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희에게 주어질 것이다” 내지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등의 성경 본문은 의도적으로 ‘누가’ ‘무엇’을 주는지 언급하지 않습니다. 이는 종말론적 하느님의 모습을 그리는 전형적인 표현 방식입니다. “너희 가운데 아들이 빵을 청하는데 돌을 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생선을 청하는데 뱀을 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너희가 악.. 2024. 11. 10.
(16) 활동과 기도: 마르코 복음서가 가르치는 기도 예수님의 활동 묘사한 마르코 복음 병든 이들 고치고 많은 마귀 쫓아내 활동에 매몰되지 않고 기도로 완성 하인리히 오프만 기도는 거룩하시면서도 우리에게 가까이 계신 하느님께 나아가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거룩한 장소인 성전을 정화하시면서 “나의 집은 모든 민족들을 위한 기도의 집이라 불릴 것이다”(마르 11,17)라고 말씀하십니다. 성전은 그것을 장악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권력과 부의 상징이 아니라 기도의 장소로 모든 이에게 개방되어 있습니다. 성전에 모이는 사람들은 하느님으로부터 힘을 얻고 그 힘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면서 인간을 변화시키는 적극적인 거룩함으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이 거룩함이 기도와 활동을 연결시킵니다. 마르코 복음서는 시작 부분에서 예수님의 활동을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저녁이.. 2024. 11. 3.
(15)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시편 22; 마태 27,46) 십자가에 매달려 죽기 전 읊은 시편 하느님의 죽음으로 절망 느끼지만  기도는 독백이 아니라 ‘참된 대화’ 기도 속에서 하느님 발견할 수 있어 마르크 샤갈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려 죽음을 앞두고 시편 22편을 읊으셨습니다. 시편 저자는 하느님의 침묵 때문에 절망감을 느끼지만 기도하면서 그분께 의지하기에 허무에 떨어지지 않습니다. 죽음의 목전에 선 이가 하느님과 대화를 나눕니다. 유다인 회당 안 동편의 기도하는 곳에 “네가 누구 앞에 서 있는지를 알라!”는 경구가 쓰여 있습니다.  기도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아니라 ‘누구’입니다. 기도는 자기 영혼에게 하는 독백이 아닙니다. 질문, 두려움과 의심에서 나오는 하소연과 고발, 침묵과 경청, 자기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타인을 향함, 청원과 신뢰, 더듬으면서.. 2024. 10. 27.
(14) 참회 기도,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 (시편 51편, 130편)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며 위령기도를 바치는 위령성월이 다가옵니다. “깊은 구렁 속에서 주께 부르짖사오니, 주여, 내 소리를 들어 주소서. 내 비는 소리를 귀여겨들으소서. 주께서 죄악을 헤아리신다면, 주여 감당할 자 누구이리까? 오히려 용서하심이 주께 있사와 더 더욱 당신을 섬기라하시나이다.”(시 130,1-40: 최민순 역)라는 구성진 위령기도 소리를 들으면 돌아가신 가족과 친지를 떠나보냈던 때가 떠오릅니다. 가까운 이의 죽음이라는 막막한 상황에서 신앙인들이 함께 바치는 위령기도는 경황없이 슬픔에 잠겨 있는 이들에게 큰 위안과 힘을 줍니다. 위령기도에서 사용되는 시편 51편과 130편은 죄를 지은 이가 바치는 참회의 기도입니다. 죄인의 기도를 하느님께서 과연 들어 주실까요? 시편은 악인들이나 죄인들과 어.. 2024. 10. 21.
(13) 죽게 해달라는 이들의 기도를 찬양으로 바꾸시는 하느님(토빗 3,16;3,11-15;13,1-14,1) 프란체스코 보티치니 , 1470년,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소장20번 정도 기도를 언급하는 토빗기에 따르면 기도는 하느님 찬미와 찬양(4,19;12,6.7.17.20), 건강과 안전의 청원(5,17), 보살핌과 축복의 청원(7,11;9,6), 후손의 기원(10,11), 부모 공경의 청원(10,13), 자비와 평화의 기원(7,11), 하느님 찬양의 권고(12,6), 조신함과 성공의 청원(4,19), 자비와 구원의 청원(8,4) 등 다양한 내용을 담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토빗기는 죽고 싶다는 이의 기도도 들려줍니다. 토빗은 고지식하다고 싶을 정도로 외곬으로 신앙생활을 합니다. 이미 고향에 살 때도 집안 사람들과 달리 예루살렘에 올라가 예물을 드렸고, 이방인들 사이에 포로로 살면서도 까다로운 음식 규.. 2024. 10. 13.
(12) 다니엘의 참회 기도(다니 9,2-23) 죽음 위협 앞에서도 기도한 다니엘 어려움 속에서도 하느님 뜻 믿으며 본인의 나라로 돌아갈 희망 간직 에드워드 포인터 (일부) 다니엘서는 구약성경에서 가장 전형적인 참회 기도를 전해줍니다.(참조: 느헤 1,4-11;9,4-37; 에스 4,17⑬-㉚) 다니엘은 성경을 읽으면서 기도를 시작합니다. 그는 예레미야 예언자에게 내린 주님의 말씀 속에 있는, 예루살렘이 폐허가 된 채 채워야 하는 햇수를 곰곰이 생각합니다.(예레 25,11-12) 기도에 앞서 그는 단식하고 자루 옷을 두르고 재를 쓰고 준비한 후, 진지하게 기도와 간청으로 탄원합니다.(9,3) 그의 기도는 먼저 이스라엘 백성의 죄와 배신을 길게 고백하고 (9,5-11.13-14) 하느님의 용서를 반복해서 청합니다.(9,9.16) 그런 다음 ‘이제’(9,.. 2024.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