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때문에 신앙 생활 접는 것은 하느님 은총 포기 행위
◀ 서울 대방동본당 고3 수험생들이 황응천 신부 집전으로 '수험생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새벽 2시께 수험생 권선영(아녜스, 성심여고 3)양은 가방을 풀고 침대에 누워 기도한다.
"예수님, 열심히 할 수 있도록 힘을 주세요."
흔히 고3이 되면 '좋은 대학 가게 해 달라'는 기도가 앞선다. 하지만 선영양은 하느님께 맡겼다. 하느님의 계획을 믿기 때문이다. 주일미사 참례도 더 열심이다. 가족들도 평소처럼 기도하는 것은 물론 희생과 봉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선영양처럼 고3 시기를 겪으면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수험생은 많지 않다. 입시를 앞둔 자녀는 공부에 매달리느라, 부모는 뒷바라지하느라, 가족들은 신경을 거스리지 않도록 하느라 서로 날카로워진다. 부모는 수험생을 학원으로 내몰고 수험생의 신앙생활은 방학에 접어든다. 평소에는 "하느님을 믿으라"는 부모의 말도 고3이 되면 달라진다. "성당 갈 시간에 공부하라"는 것이다.
자녀가 공부에 매달리는 동안, 부모는 자녀가 고3이라는 핑계로 하던 봉사도 휴식기간을 갖고 자녀 뒷바라지에 들어간다. 그러면서도 고3 수험생을 위한 9일 기도에 매일 참석하는 것은 물론 자녀의 신앙생활까지 대신해서 더 열심히 기도하려 한다.
하지만 인생의 쓴 맛을 처음 느낄 수 있는 고3 수험생 시기에 하느님을 잊고 공부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경우 신앙생활을 하지 않아도 하느님이 도와 주신다는 잘못된 믿음을 키울 수 있고 혹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할 경우에는 냉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중ㆍ고등부 담당 이형전 신부는 "고3 수험생들이 공부 때문에 신앙생활을 접는 것은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과 똑같은 삶을 사는 것으로 어려운 시기에 하느님 은총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고3 수험생을 둔 가족들은 수험생을 위해 희생과 봉사도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 권고했다.
고3 수험생을 둔 신자가정이라면 공부 못지않게 신앙생활에 신경쓰는 게 중요하다. 지난 3월 쌍둥이 형제를 대학에 보낸 김희동(요한)ㆍ지인영(요안나) 교수 부부는 "지난해 쌍둥이가 고3이 됐을 때 가족이 모두 주일 학생미사에 함께 참여하고 매일 아침 식탁에 모여 수험생의 기도를 같이 봉독하는 등 가족이 함께한 신앙생활을 통해 진정 하느님과 가까워졌다"고 경험을 말했다.
김 교수 부부는 "학교시험이나 모의고사를 치르고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실망하지 않고 주님 뜻이 무엇인지 알도록 아이들을 지도했다"며 "수험생이 일주일에 한시간 공부를 더하는 것보다 주님과 친교를 통해 자신감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본당에서도 고3학생을 위한 사목적 돌봄이 필요하다. 서울 대방동본당(주임 홍문택 신부)은 고3 학생을 위해 매주일 '수험생을 위한 밤 10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이 미사는 고3학생들이 모여 서로 어려운 점을 함께 나눌 수 있어 반응이 좋다.
이지혜 기자 평화신문 기자 pb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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