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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서의인물(구약)

[64] 야훼의 날을 선언한 스바니야 예언자

by 세포네 2006. 4. 23.

스바니야는 '야훼가 숨겨주다' 또는 '피신시켜 주다'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다. 그는 예루살렘 출신으로 아몬의 아들 요시아 왕이 유다를 다스릴 때 활동한 예언자다. 그의 예언은 무서운 경고로 시작하고 있다.

 

? 땅 위에 있는 것은 무엇이건 말끔히 쓸어버리리라. 사람도 짐승도 쓸어버리고 공중의 새도 고기도 쓸어버리리라. 땅에서 사람의 씨를 말려버리리라.?(스바1,2-3 참조)

 

스바니야는 ?바알의 신상을 없애고 그 사제라는 것들을 이름도 없이 쓸어버리리라?며 우상 숭배자를 향해 무서운 예언을 토해내고 있다.

 

?아니 우리 사제들이 무엇을 잘못했다고 이름마저 없앨 정도로 박멸한다니. 도대체 무슨 소리야?? ?너희 사제라는 것들은 타락하여 야훼를 섬긴다고 하면서도 우상숭배에 빠지고 이방의 신을 주님으로 섬기는 더러운 짓을 하고 있잖아.?

 

스바니야가 활동한 시대는 요시아 왕이 아직 어려 섭정을 하던 시대였다. 우상숭배, 부정 부패 등도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었다. 그는 야훼와 우상을 함께 숭배하여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불신자들을 책망하고 배교자를 없애버리겠다고 단언한다. 스바니야는 신앙의 정조가 없고 불신의 죄를 범한 유다와 예루살렘의 심판을 분명하게 예언하였던 것이다.

 

하느님의 심판은 유다 주변의 여러 나라에도 파급된다. "가자는 정녕 벌을 받아 황폐하게 되고 아스클론은 쑥밭이 되리라. 아스돗 시민들은 대낮에 쫓겨나고 에크론은 뿌리째 뽑히리라. 바닷가 일대에 사는 사람들, 그렛섬에서 온 민족들은 망하리라"(스바 2, 4-5).

 

이방 나라들이 심판을 받아야 할 이유는 하느님의 백성을 괴롭혔고 야훼의 백성에게 거만을 떨며 욕설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정치가, 장사치, 불신자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심판을 예언하던 스바니야도 야훼의 뜻을 받들고 끝까지 남은 백성들에겐 구원의 희망을 약속한다.

 

"수도 시온아, 환성을 올려라 이스라엘아, 큰소리로 외쳐라. 수도 예루살렘아 마음껏 기뻐하며 축제를 베풀어라. 야훼께서 원수들을 쫓으셨다. 너를 벌하던 자들을 몰아내셨다. 이스라엘의 임금 야훼께서 너희와 함께 계시니 다시는 화를 입을까 걱정하지 말라"(스바, 14-15).

 

'야훼의 날'은 죄인들에게는 공포의 날이지만 야훼의 백성에게는 해방과 축복의 날이 될 것 임을 예언했다. 야훼께 돌아오라는(스바 2,1-3) 회심에로의 초대는 생명을 얻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자세를 명확히 일러주고 있다.

 

스바니야 예언자가 강조한 것은 야훼의 가난한 이들에 대한 구원 약속이다. 오만을 벗어버리고 굴욕과 겸손까지 수용하는 철저한 영적 가난을 사는 백성이야말로 하느님의 진정한 구원을 차지할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살아 남은 자'들에게는 세상이 끝날 것 같은 분노의 심판에 이어서 하느님의 구원의 빛이 비출 것이라는 예언으로 일말의 희망을 걸게 한다(스바2,3). 여기 남은 자들이 바로 그 끔찍한 재앙에서 구원될 '땅의 가난한 사람들'인 것이다. 스바니야는 유다 왕국의 첫 굴욕을 목격한 예언자다. 즉, 기원전 701년 앗시리아의 침공으로 유다의 일부 영토가 침략 당하고 야훼의 신앙의 뿌리까지 위협을 받고 있었다. 이때 스바니야는 '살아남은 자' 안에서의 영적 가난을 강조했던 것이다. 영적 가난이란 고난 중에서도 주님만을 찾고 주님의 계명을 지키면서 정의와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또 세상의 모든 오만과 거짓에 대적하면서 인간의 기본 처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정신이다. 이러한 영적 가난의 정신은 오늘날에 가장 필요한 정신이 아닌가 싶다. 스바니야 예언자는 불신과 교만이 범람하고 있는 오늘의 세상 속에서 더욱 열정적으로 우리를 영적 가난으로 초대하고 있는 것 같다.

 

스바니야가 공격한 첫번째 그룹은 우상 숭배자들이었다. 우리가 세상의 가치를 주님보다 더 우선하고 있는 삶을 산다면 우상숭배의 잘못을 범하고 있는 셈이다. 교회가 물질적인 성장에만 관심을 갖고 영적인 가난을 도외시하고 있다면 그 역시 우상숭배의 잘못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야훼의 뜻을 어기는 자들을 말끔히 쓸어버리겠다던 무서운 스바니야의 예언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하느님의 말씀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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