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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서의인물(구약)

[65] 성전재건을 외쳤던 하깨 예언자

by 세포네 2006. 4. 23.

이스라엘의 고통이 거의 끝나 갈 무렵, 동방의 바사 왕 고레스는 당시 강대국인 바빌론과 전쟁을 치르게 된다. 바빌론은 내란으로 왕이 도망가고, 백성들이 싸우지 않아 결국 바사 군대에 항복하게 된다. 이로써 오랫동안 포로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고국으로 귀환하게 되었다.

 

야훼를 찬송하면서 고국 예루살렘에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들은 B.C.536년 3월부터 성전재건에 나섰다. 그러나 착공한 성전의 규모로는 예전의 영광을 도저히 재현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정초식 당일에 다윗의 규례대로 야훼를 찬송하기는 하였으나 노인들은 전날의 영광을 기억하면서 통곡했다. 그런데 이 빈약한 공사나마 그대로 진행할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났다.

 

성전건축 공사에 협력하고자 하는 사마리아 사람들의 제의를 유다인 측에서 거부한 것이다. 사마리아인들은 그에 대한 복수로써 바사 왕에게 여러 가지로 항소하여 성전공사를 중단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성전재건 공사는 18년간이나 중단되었다. 그런데 기원전 522년 페르시아 제국의 캄비세 왕이 죽고 다리우스 1세가 등극하자 하깨와 즈가리야 예언자는 하느님의 왕국이 도래하기 위해서는 하느님을 예배할 성전을 먼저 재건해야 한다고 외쳤다.

 

하깨는 공사가 중단된 것은 바사 정부의 간섭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보다도 유다 백성 자신의 열성 부족과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 뜨겁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였다. 흉년이 거듭되어 민심이 흉흉해진 것을 구실로 성전을 건축할 시기가 이르지 아니하였다고 시기 상조론을 펴고 있으나 이것은 신앙이 없는 자의 비겁한 핑계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깨란 히브리어로 '나의 축일'이란 의미다. 그 이름처럼 하깨는 예배와 성전에 큰 관심을 쏟고 성전 주변에서 생활한 예언자다. 그는 갑자기 나타나 4개월간의 아주 짧은 활동 후 홀연히 사라진 특이한 인물이다. 하깨는 하느님의 모범적 일꾼으로서 백성들에게 질책보다는 위로와 위안을 더 많이 준 예언자다.

 

하깨 예언자는 귀향민들이 바빌론의 포로생활에서 벗어나 B.C.538년 예루살렘에 도착한 뒤부터 활동했다. 포로생활에서 돌아온 이스라엘 사람들은 폐허의 도시 예루살렘을 다시 재건하여 하느님께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여 성전 재건에 착수했다(에즈 3, 16 참조).

그는 실의에 빠진 귀향민들에게 하느님의 성전을 다시 짓는데 필요한 의지를 심어주려고 했다. 성전은 하느님의 현존 장소이며 이스라엘을 하나로 모을 곳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성전은 참 하느님 백성을 하나로 일치시키는 중심지가 된다.

 

그는 성전 건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성전은 하느님의 절대적 권위에 대한 충실성을 볼 수 있는 표현이다. 그러므로 귀향한 공동체가 가난을 겪는 원인은 백성들이 성전을 재건하는 데는 관심이 없고 개인의 의식주와 일에만 골몰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하깨는 하느님께 첫자리를 드리고 나면 평화와 풍년과 축복은 저절로 따라오게 마련이라고 주장한다.

 

"힘을 내어라, 그리고 일을 시작하여라?(2,4)

이는 주님과 관계를 회복하려면 먼저 할 일을 하라는 외침이며, 개인의 일이나 자신의 집보다는 먼저 하느님의 성전을 지으라는 촉구였다. 더불어 하느님은 성전 안에 현존하고 계시니 겉치레가 아닌 마음으로부터 기꺼이 성전 건축에 임하라는 말씀이었다.

 

역사적으로 즈루빠벨에 대한 이 예언은 결국 무위로 끝났지만 메시아에 대한 예언으로는 영속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렇게 그의 예언활동은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실망에 빠진 공동체에 다시 용기를 불어넣고 이스라엘의 예배를 정화시키고 희망을 던져주었다. 그는 메시아의 예언을 절정으로 끌고 가 우주 종말의 메시아인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으로 인도한다.

 

하깨 예언자는 무엇보다도 일상의 삶에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가를 가르쳐 주어 구원의 여정에서 하느님과의 관계를 새롭게 직시하게 한다. 하느님을 중심으로 하지 않는 이스라엘의 이기적인 삶을 비난한 하깨 예언자는 현대인에게 더 많은 가르침을 준다고 할 수 있다. 하느님이 아닌 자기를 중심으로 살아가면 결국 풍성한 축복 대신에 굶고 헐벗는 저주가 임하게 된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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