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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서의인물(구약)

[60] 야훼로부터 도망 쳤던 요나

by 세포네 2006. 4. 23.

어느 날 야훼 하느님은 아미대의 아들 요나를 불러 말씀하셨다.

"너는 어서 저 큰 도시 니느웨로 가서 그들의 죄악이 얼마나 지독한지 하늘까지 사무쳤다고 외쳐라."

"니느웨로 가서 무작정 너희들은 죄를 져서 곧 망한다고 이야기하라고요?"

"그렇다. 너는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알겠느냐?"

"예…." 

"왜 그렇게 대답이 작느냐"

요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건 미친 짓이야. 내가 정말 니느웨로 가서 그렇게 말한다면 그곳 사람들이 날 그냥 두겠어. 할 수 없다. 이걸 피하는 길은 무조건 삼십육계 줄행랑이다.'

 

요나는 다르싯으로 가는 배에 몸을 맡겼다. 멀리 피해 야훼의 눈을 벗어나려는 심사였다.

그 꼴을 보던 야훼가 바다의 풍랑을 일으켰다. 갑자기 불어닥친 풍랑에 배가 쪼개져 사람들이 다 죽을 수도 있게 되었다. 배의 갑판에서는 사람들이 무서워 우왕좌왕하면서 공포에 질려있었다. 사람들이 배 밑바닥에 내려가 보니 요나는 쿨쿨 잠을 자고 있었다. 선장이 화가 나서 소리쳤다.

 

"아니 뭐 이런 작자가 다 있어. 이런 판국에 잠을 자다니. 당신도 어서 일어나 당신의 신에게 빌어봐. 어서 일어나!"

"아니 졸려서 자는데 왜 그러슈. 그런데 밖에 무슨 일 있나요?"

계속 풍랑이 불어닥치자 사람들이 모여서 제비뽑기를 했다. 도대체 누구 때문에 이런 변고가 있는지 알아보려 했던 것이다. 제비뽑기에 덜컥 요나가 당첨(?)되었다.

"넌 도대체 어디서 왔으며 무슨 짓거리를 했길래 이런 변고를 가져왔느냐?"

"……." 

"어서 이실직고하지 못할까!"

"실은 저는 히브리 사람이고 야훼를 공경하는 자인데 여차여차해서 이 배에 타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이 풍랑이 너 때문이라는 소리인데, 네가 바다에 들어가야 하겠다."

"무슨 소리입니까? 저 성난 바다에서 죽으라는 소립니까?"

"우리가 살려면 어쩔 수 없어. 얘들아, 저놈을 어서 바다에 던져버려라!"

"으악!" 잠시 정신을 잃은 요나가 눈을 떠보니 사방이 캄캄했다. 가만히 보니 그곳은 큰 물고기 뱃속이었다. 요나는 사흘 밤낮을 고기 뱃속에 있으면서 열심히 기도했다.

"야훼 하느님, 죽을 죄를 졌습니다. 저를 불쌍히 여겨 여기서 빼내어 살려주십시오. 그러면 야훼의 뜻을 따라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드디어 야훼께서 요나를 사흘이 지난 후 물고기뱃속에서 나오게 해주셨다. 요나는 야훼께서 시키는 대로 니느웨로 가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했다.

 

"사십일이 지나면 니느웨는 잿더미로 변한다!" 도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하루 내내 하느님의 메시지를 전했다. 요나의 말에 니느웨의 백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굵은 베옷을 입고 단식에 들어갔다. 이 소문을 듣고 니느웨 임금도 잿더미 위에 앉아 단식했다. 이렇게 니느웨 사람들이 회개하는 모습을 보고 야훼께서 그들에게 내리려던 재앙을 거두셨다. 요나는 니느웨가 망하지 않게 되자 야훼께 불평을 터뜨리며 화를 냈다.

 

" 내가 이럴 줄 알았다구요. 하느님은 불쌍하고 애처로운 것을 보면 그냥 넘기지 않으시고, 사랑이 많으시어 금방 재앙을 거두시는 분입니다. 그런데 뭐하러 나를 이 고생을 시키시고 귀찮게 하십니까? 차라리 이 목숨을 거두어 주십시오. 저를 죽여 달라고요."

"네가 그렇게 화를 내는 이유를 나는 모르겠다. 화낼 일이 아니잖느냐?"

"에이 자꾸 말 시키지 마세요!"

그 길로 요나는 도시를 빠져 나와 초막을 치고 아주까리 나무그늘에 앉았다. 니느웨 도시가 장차 어찌될까하는 심산에서였다. 그늘이 시원해서 기분이 좋았는데 이튿날 벌레가 먹어 그늘이 없어져버렸다. 햇빛이 하도 강렬해 요나는 더워 기절할 정도가 되었다.

그러자 요나는 투덜거렸다.

"차라리 죽는 게 더 낫겠다"

그러자 하느님은 조용히 타이르셨다

"요나야, 아주까리 나무하나가 죽었다고 그렇게 아까워 죽겠다고 화를 내고 발광을 하니 될 말이냐? 그런데 니느웨에는 그 많은 사람들과 가축들이 있다. 그러니 어찌 내가 아끼지 않겠니?"

 

요나의 이야기는 한편의 드라마 같이 재미있고 흥미롭다. 야훼의 부르심을 받고도 도망치고 화를 내는 요나의 성격은 친근한 느낌조차 든다. 그런데 요나는 크신 하느님의 사랑을 단순히 인간적인 시각으로만 보려고 했다. 그러나 요나서에서도 분명히 나타나지만 하느님의 사랑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이 너무 크고 신비롭다. 하느님의 시각에서는 세상의 모든 것은 다 아름답고 가치있는 것이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인간의 편협한 시각은 늘 은총 속에서도 불평과 불만을 낳는다. 잠시라도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감사하고 아름답게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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