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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사도신경이야기

파라클리토 성령

by 세포네 2006. 2. 20.

성령이 하실 수 있는 일은 무한합니다. 그 가운데 하느님의 자녀들이 더욱 갈급하는 성령은 뭐니 뭐니 해도 ‘파라클리토(성령)’입니다. 파라클리토의 의미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그리스어로 파라클리토는 마치 대변인이나 변호사처럼 ‘곁에 서 계신 분’이라는 뜻입니다. 심한 박해를 받았던 초대 교회 성도들에게 이런 의미는 큰 위안을 주었을 것입니다. 여러 가지 시련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성령의 내주(來住)하심을 간구해야 합니다.
둘째, 파라클리토는 큰 전투를 준비하고 있는 병사들을 ‘위로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지닙니다. 두려움에 떠는 병사들을 위해 파라클리토는 큰 소리로 확신을 심어 주고 사기를 진작시킵니다.
셋째, 파라클리토는 말로는 도저히 표현하지 못할 ‘깊은 한숨’, 곧 탄식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성령께서는 ‘말할 수 없는 탄식’을 하며 우리를 위해 중재하십니다.
“성령께서도 연약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도 모르는 우리를 대신해서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깊이 탄식(신음)하시며 하느님께 간구해 주십니다”(로마 8,26).
성령께서는 우리가 무엇을 간구해야 하는지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없다고 하십니다. 우리는 그저 ‘탄식’하기만 하면 됩니다. 하느님은 말로 표현하지 못해 칭얼대는 아이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과 같으십니다.
실제로 어머니는 아이가 울 때, 아이가 배가 고파서 우는지, 아니면 관심을 끌기 위해 우는지, 아니면 어딘가 아파서 우는 것인지 구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듣기에 다 똑같은 소리지만, 어머니는 아기의 울음소리만 들어도 왜 우는지 본능적으로 파악합니다. 말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무기력함이 어머니의 동정심을 더욱 강하게 유발시킵니다.
하느님의 성령은 어머니보다 더 뛰어난 감수성으로 우리의 신음소리를 분별해 냅니다. 그래서 우리를 대신해서 하느님께 간구해 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무기력함 속에서 역사하기를 기뻐하시며, 우리의 약함 속에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항상 찾고 계십니다. 성령께서는 우리가 뚜렷하게 정체를 알지 못하는 괴로움을 정확히 찾아내 우리를 위해 탄식하며 친히 간구해 주십니다. 무엇을 기도해야 할지 모를 때 성령께서는 그 사이의 공백을 채워 주십니다. (차동엽, <여기에 물이있다>에서 발췌)

<차동엽 신부>미래사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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