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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사도신경이야기

성령이 오실 때

by 세포네 2006. 2. 20.

성령이 임할 때 그것이 성령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표지(標識)가 있습니다.


첫째, 성령은 불길처럼 임합니다(사도 2,3).

 불타는 떨기(출애 3,2), 불기둥(출애 13,21), 강력한 권능의 불길(1열왕 18,37-38) 등은 성령이 임하는 모습을 잘 표현해 줍니다.
불은 정화하고 갱신하며 불순한 것을 깨끗이 태웁니다. 금은 불 속에서 정화됩니다. 순금만 남기고 찌꺼기는 전부 타 버립니다. 성령은 삶을 방해하는 우리 안의 모든 것을 태워 버립니다. 불은 더 높은 차원의 새로운 탄생을 준비합니다. 우리 안에 옛것이 타 버리면 새 삶이 시작됩니다.

‘불’로 표상되는 이러한 성령의 특성을 교회는 빨간 색으로 상징화했습니다. 그래서 성령 강림 축일에 입는 붉은 제의에는 서로에게 내면의 불꽃을 상기시키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둘째, 성령은 바람처럼 임합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지 예측을 불허하며(요한 3,8-9), 세찬 바람처럼 강력한 힘을 지닙니다(사도 2,2-3).
성령 체험에 있어 바람이라는 상징은 매우 중요합니다. 성령을 도통 알 수 없는, 추상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는 성령이 어렵게 느껴집니다. 믿으려 해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바람 속에 서 보면 성령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피부에 스치는 바람을 온 감각으로 느낄 때, 성령의 여러 속성들도 느껴집니다. 성령은 여린 바람결로 날 부드럽게 쓰다듬는가 하면, 세찬 바람으로 내게 휘몰아쳐 내 안의 모든 진부한 것들을 쓸어내기도 합니다. 혹은 나를 움직여 거스를 수 없는 힘으로 밀어붙입니다.
바람처럼 임하는 성령은 숨쉴 때도 느껴집니다. 성령을 뜻하는 히브리어 ‘루아흐’는 실제로 숨을 쉴 때의 숨결, 바람결이라는 의미입니다.


셋째, 성령은 물처럼 샘솟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주 성령을 ‘물’로 표현하셨습니다. “나를 믿는 사람은 성서의 말씀대로 그 속에서 샘솟는 물이 강물처럼 흘러나올 것이다. 이것은 예수께서 당신을 믿는 사람들이 받을 성령을 가리켜 하신 말씀이었다”(요한 7,38-39). 산속 깊은 곳의 옹달샘 물을 마셔본 사람은 성령이 어떻게 임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성령은 근원을 알 수 없는 곳에서 솟아올라 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생명력을 줍니다. 솟아오르기에 기쁨과 활력을 얻게 됩니다.


넷째, 성령은 비둘기처럼 임합니다.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께 비둘기처럼 임하는 성령을 보았습니다. “나는 성령이 하늘에서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와 이분 위에 머무르는 것을 보았다”(요한 1,32). 평화와 온유, 순결을 상징하는 비둘기처럼 성령은 부드럽고 온화하게 임합니다. 설령 불 같은 성령이 임할 때도 성령은 동시에 비둘기와 같이 온화하기에 요란스럽지 않습니다.(차동엽, <여기에 물이 있다>에서)

<차동엽 신부>미래사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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