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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사도신경이야기

음모

by 세포네 2006. 2. 20.

 예수는 이제 때가 되었음을 아시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십니다(마르 11,1). 예수가 나귀에 올라타시자 수많은 사람들이 겉옷을 벗고 나뭇가지를 꺾어 길 위에 깔고 ‘호산나’(=우리를 구원하소서)를 외치며 환호하였습니다. 이는 예수의 기적과 능력, 가르칠 때 압도하는 권위를 보고 예수에게서 이스라엘 왕국을 재건할 왕(王)의 면모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군중들이 예수를 환영한 것은 예수에게서 정치적인 해방자(解放者)를 기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중략)
어떻든, 예수는 예루살렘에 이르러 성전에 들어갔습니다. 그때 수많은 장사꾼들과 환전상들이 성전 뜰에서 제물로 쓸 짐승들을 소리질러가며 팔고 있었습니다. 하느님 대신 ‘맘몬’(그: mammon=재물의 우상)을 떠들썩하게 섬기고 있었던 사람들에 대해 예수는 의로운 분노를 느꼈습니다.
성전 주위의 이것저것을 둘러보시고 나니 날이 저물어(마르 11,11) 그날은 제자들과 함께 물러가셨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예수는 다시 성전 뜰 안으로 들어가셔서 성전을 어지럽히는 장사치들을 내쫓으셨습니다.
이 성전 사건은 예수를 죽일 음모의 큰 도화선이 됩니다. 갈릴래아 시골내기가 예루살렘 성전 안에서 벌인 소란도 소란이지만 많은 군중들이 그분을 옹호하고 나서니 그들 지도자들에게 있어 예수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인물이 되었습니다. (중략) 그래서 대사제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의회를 소집하여 중론을 모았습니다.
“그 사람이 많은 기적을 나타내고 있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소? 그대로 내버려두면 누구나 다 그를 믿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로마인들이 와서 이 거룩한 곳과 우리 백성을 짓밟고 말 것입니다”(요한 11,47-48).
그 해의 대사제인 가야파가 그 자리에 와 있다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당신들은 그렇게도 아둔합니까?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대신해서 죽는 편이 더 낫다는 것도 모릅니까?”(요한 11,49-50).
이 말은 가야파가 자기 생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그 해의 대사제로서 예언(豫言)을 한 셈입니다. 그리하여 예수를 제거할 궁리를 하고 있던 차에 예수의 애제자 유다가 사탄의 유혹에 빠져듭니다.
“그런데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인 가리옷 사람 유다가 사탄의 유혹에 빠졌다. 그는 대사제들과 성전 수위대장들에게 가서 예수를 잡아 넘겨 줄 방도를 상의하였다.”(루가 22,3-4).
이 모든 것을 안 예수는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하십니다. 사랑하는 제자들과 만찬을 나누며 그들의 발을 씻겨주고 그들에게 당신의 살과 피를 나누어 주는 예식을 거행합니다.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차동엽 신부>미래사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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