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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사도신경이야기

하느님이 흔들리고 있다

by 세포네 2006. 2. 20.

김수환 추기경께서 도올 김용옥의 프로그램에 나가 대담을 나누신 적이 있습니다. 「가톨릭신문」은 이를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그리스도교의 인간관과 공자의 인간관에 대해 2시간 동안 국민들에게 강연했다. 김 추기경은 4월 24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공개 녹화로 진행된 ‘도올의 논어 이야기’에 특별 출연해 ‘공자는 하느님이 계시고 그 하느님의 뜻인 천명을 알 때에 비로소 이상적 인간인 군자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고 지적하고 ‘공자는 하느님을 떠난 인간은 있을 수 없고 하느님을 부정한 인간관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가톨릭신문」, 2001년 5월 6일).
김수환 추기경께서 말씀하신 의도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후 맥락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위 내용은 도올 김용옥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도올은 “나도 신(神)을 믿습니다. 그러나 그 신이 인격신(人格神)이라는 점에서는 회의적입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라며 추기경님의 의견을 청했습니다.
짧은 질문이었지만 숨은 의도가 깔린 질문이었습니다. 인격신에 대해 회의한다는 것은 유일신(唯一神), 나아가 삼위일체(三位一體) 하느님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따라서 창조주(創造主) 하느님을 부정(否定)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도올은 이 말을 통해 이 세상은 창조된 것이 아니라 그냥 있는 것이며, 신(神)은 따로 존재하는 분이 아니라 우주 안에 편만하게 존재하는 신성(神性)일 따름이라고 주장한 셈입니다.
도올의 생각은 요즈음 알게 모르게 확산되고 있는 뉴 에이지(New Age) 계열의 사상과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한국의 신흥 종교 전문 연구가인 노길명 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요즈음 초월 명상, 단전 호흡, 정신 수련 등 뉴 에이지 계열의 영성적 흐름이 기성 종교계를 침식해 들어가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어떤 이름을 내걸었든지 이들 뉴 에이지 영성가들은 신(神)을 섬기는 대신에 사람의 영혼이 지니고 있는 ‘신성’을 키우는 것을 강조합니다. 유일신과 창조신 대신에 여러‘신’, 여러‘영’을 내세웁니다.(중략)
결과적으로 “세상이 창조된 것이 아니고 본래 스스로 있었다”고 믿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창조주(創造主) 하느님이 점점 거부(拒否)되고 있는 것입니다.
교회의 아침을 여는 미래사목연구소 ? www.fpi.or.kr

특히 신자 지식인들 또는 교회 내에서 키워낸 일꾼들이 저런 (종교)사상에 넘어가는 것은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성인(知性人)일수록 저 유혹에 더 쉽게 허물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 슬픈 현실입니다. (「가톨릭신자는 무엇을 믿는가」1권, 187-189쪽)


<차동엽 신부>미래사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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