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은 이 하느님을 엘로힘(히: Elohim)이라 불렀습니다. 엘로힘은 흔히 ‘신’을 가리키는 고대 셈어 ‘엘’(EL)의 복수형입니다. 성서에서 엘로힘은 복수의 의미로도 쓰이지만(출애 12,12; 18,11; 20,3 참조), 대부분의 경우(2,000번 이상) 엘로힘은 ‘절대적인 능력을 지닌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가리키는 복수형 단수 명사로 사용되었습니다. 즉, ‘신들의 신’, ‘으뜸신’, ‘최고의 신’이란 뜻입니다. 아브라함의 후손들 역시 하느님을 ‘엘로힘’이라 불렀습니다. 그들은 엘로힘이라는 이름을 통해 하느님이 최고신(最高神)이시요, 전능하신 창조주이시며 ‘역사의 주권자’이심을 고백했던 것입니다.
모세는 자신을 보낸 하느님의 이름이 ‘야훼’(히: Yahwe)였다고 파라오 왕에게
선포하였습니다. 야훼라는 이름은 모세에게 비로소 계시되었다는 것입니다(출애 3,14). ‘야훼’가 무엇이기에 모세는 이 이름으로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탈출시키는 그 엄청난 일을 할 수 있었을까? 히브리어로 된 ‘야훼’에 대한 설명을 영어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
I will be who(what) I will be.”
이는 곧 ‘나는 내가 되고자 하는 대로 되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야훼를 보통 ‘나는 나다’,
‘나는 있는 자 그로다’라고 번역하는 데, 이는 온전한 번역이 아닙니다. 야훼는 ‘있다’는 의미를 넘어 ‘힘찬’ 존재, 곧 ‘살아서 자신의
의지대로 활동하는’ 존재를 뜻합니다. 이 단어는 미완료(未完了)의 동사(動詞)와 관련되어 생겨났습니다. 미완료는 과거나 현재가 아니라 계속 진행
중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모든 의미를 담아서 전해 주는 표현이 자유자재(自由自在)라는 한자어입니다. 따라서 ‘야훼’라는 하느님 호칭의
의미를 문자적으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자유자재(自由自在), 곧 스스로 말미암아 있고 싶은 대로 있고 행하고 싶은 대로 행하는
자니라.”(중략)
훗날 이스라엘 백성은 자신들이 체험한 엘로힘 그리고 야훼 하느님을 “야곱의 강하신 이”(창세 49,24), “만군의
주님”, “굳세고 능하신 분”(시편 23,8-10)이라고 찬미하였습니다. 또 그들은 하느님께서는 온 우주(宇宙)의 주님이시고, 이 우주는 그분에
의해 질서 지어졌으며, 그분께 완전히 복종하고, 그분의 처분에 맡겨져 있다는 것을 굳게 믿었습니다.
“우리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어 원하시는 모든 일을 하실 수 있다”(시편 115,3).
“주님은 원하시기만 하면 언제든지 그 큰 힘을 발휘하실 수 있다. 주님의 팔 힘을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지혜 11,21). (<가톨릭 신자는 무엇을 믿는가>, 167-168)
<차동엽 신부>미래사목연구소 소장
'[교회와 영성] > 사도신경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느님이 흔들리고 있다 (0) | 2006.02.20 |
---|---|
‘전능하신’ 하느님 (0) | 2006.02.20 |
의심을 통해서 믿음으로 (0) | 2006.02.20 |
하느님은 ‘어버이’이시다 (0) | 2006.02.20 |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이름 ‘아빠’ (0) | 2006.02.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