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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사도신경이야기

마치 믿음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라

by 세포네 2006. 2. 20.

심리 요법 가운데 ‘행동치료요법’(行動治療療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요법은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마치 …처럼 행동하라’고 유도합니다. 변화가 반드시 ‘일어날 것처럼 행동’함으로써 실제 행동을 위한 동기를 지속적으로 유발하는 것이 치료 효과를 가져온다고 합니다. 성자(聖者)가 되기 위한 길은 성자처럼 행동하는 것입니다. 부부 관계에서도 남편을 정말 사랑하는지 확신할 수 없다면 그를 사랑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입니다. 남편에게 애정을 표시하고 선물을 주며 상냥하게 대하면, 그런 행동을 할 때 품었던 사랑의 감정이 구체화되어 나타난다고 합니다.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도 이와 비슷합니다. 믿음의 출발은 “나에게 믿음이 생겼다”고 행동함으로써 시작됩니다. 성서에 있는 하느님의 모든 말씀이 사실인 것처럼 믿고 행동함으로써 신앙 생활이 영위됩니다. 믿음은 이런 것입니다. 내가 만약 하느님을 강하고 깊게 체험한 적이 없다 해도, 하느님을 사랑 많은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내 이웃들을 진실로 하느님을 닮은 존재들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나를 용서하신 것처럼 내게 잘못을 저지른 그들을 용서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을 믿어가는 과정입니다. 쉘던 배너켄(Sheldon Vanauken)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믿기로 결심하는 것이 믿음이다. 그 결정이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나는 의심을 품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단, 의심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구할 따름이다. ‘주여, 내가 믿나이다. 나의 믿음 없음을 도와주소서.’”

토마스 머튼의 말이 이 장의 결론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겸손한 복종과 사랑으로 하느님께 완전하게 자신을 드리는가에 비례해 그분을 알게 된다. 그분을 본 다음에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먼저 행동하라. 그러면 보인다. … 하느님을 믿기도 전에 그분을 분명하게 보려고 기다리는 자들이 믿음의 여정을 시작조차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톨릭 신자는 무엇을 믿는가」, 147-8쪽에서)

<차동엽 신부>미래사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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