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 구약성서를 읽다 보면 당혹스러울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께서 마치 폭군의 이미지로 다가옵니다. 엄한 구약의 하느님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겠습니까. 안 세레나(서울 잠원동본당)
구약을 보면 이스라엘 백성에게 엄한 꾸지람을 하시는 하느님 모습이 종종 드러납니다. 하지만 여기서 '엄함'은 '자비와 사랑'이라는 큰 테두리 속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남자와 외박하겠다며 허락을 청하는 장성한 딸에게 이 땅의 아버지들은 과연 어떻게 행동할까요. 하느님의 '엄함'은 바로 이스라엘에 대한 끝없는 사랑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 모든 민족 가운데서 이스라엘을 선택하신 것 자체가 하느님께서 거저 주시는 사랑이 아닐까요. 이스라엘이 하느님께 등을 돌리고 금송아지를 숭배한(출애 32장 참조) 죄를 저지른 뒤에도 하느님께서는 모세의 전구를 들으시고 당신 사랑을 드러내십니다(출애 33,12-17 참조).
또 당신 영광을 보여 주실 것을 청하는 모세에게 하느님께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야훼다. 자비와 은총의 신이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아니하고 사랑과 진실이 넘치는 신이다"(출애 34,6). 구약의 하느님은 "수천 대에 이르기까지 사랑을 베푸시는"(출애 34,7) 그런 하느님이십니다. 심지어는 당신 아드님을 내어주시기까지 한없이 자비로우신 분입니다(요한 3,16 ; 에페 2,4 참조).
지난 세월 많은 이들이 하느님의 엄한 면, 그리고 심판자 면모를 강조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느님 자비보다는 하느님 심판에 더 관심을 기울이면서 하느님을 대하기 두려운 분으로 알아온 것입니다. 이런 시각이 분명 구원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각에서는 하느님이 단순히 두려운 존재, 눈치를 봐야하는 존재로 격하될 위험이 있습니다.
구약의 하느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한결같은 사랑으로 너를 사랑하여, 너에게 변함없는 자비를 베풀었다"(예레 31,3) "산들이 밀려나고 언덕이 무너져도 나의 사랑은 결코 너를 떠나지 않는다"(이사 54,10).
<자문=서울대교구 교회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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