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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서의인물(구약)

[53] 말씀의 예언자 예레미야

by 세포네 2005.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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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레미야는 베냐민 지방 다나돗의 사제로 힐키야의 아들이었다. 그는 스무살 무렵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유다의 마지막 왕 시드키야 때까지 약 40년간 예언자로서 활동했다. 그의 활동기간은 이스라엘의 역사 중에서 가장 비참한 시기였다.

명군 히즈키야 왕이 죽은 후 55년간 므나쎄의 폭정이 계속되고 요시아 왕의 개혁정책도 뒤이은 왕들의 실정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암흑과도 같은 시대가 지속되었고 특히 백성들의 생활은 몹시 피폐해졌다. 종교도 썩을 대로 썩어 일반 백성들의 고충은 말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 예레미야는 나서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였다.

"이 나라에는 들끓느니 간음하는 것들 뿐, 예언자도 사제도 썩어빠져서 못된 짓이나 꾸미고 있는 자들 뿐이다. 내 눈에는 모두 너희가 소돔과 고모라처럼 보인다. 야훼의 분노가 폭풍처럼 터져 나올 것이다."

당시의 시대상은 정치, 사회, 종교 등 모든 분야가 부패하고 썩은 상태였기에 멸망을 경고하는 예레미야의 소명은 어렵고 힘든 것이었다. 실제로 처음 부르심을 받았을 때 예레미야는 거부하고 도망치고 싶었다. 그도 우리와 똑같이 약한 인간이었다.

야훼 하느님은 예레미야를 불렀다.
"예레미야, 나는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너를 뽑았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나는 너를 세상 만방에 내 말을 전할 예언자로 선택했다."
"말도 안됩니다."
"뭐가 말이 안돼?"
"예언자라면 말주변이 좋아야 하는데 저를 보십시오. 저는 아이라서 말을 못합니다."
"그런 소리하지 마라. 말하는 것은 네가 아니라 나 야훼다."
"그래도 그 위험한 일 하다가 난 죽을지도 모르는데…. 아무래도 다른 사람을 찾아보시지 그래요."
"걱정하지 마라. 내가 늘 너를 지켜준다. 위험할 때면 건져주리라. 이는 내 말이라 어김이 없다. 알겠느냐?"
"알겠습니다만…."
예레미야를 부르신 것은 하느님의 의지였다. 그는 부르심에 응답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결국 하느님께 굴복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의 예언자로서의 활동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고통과 수난의 연속이었다. 그는 가끔 하느님께 불평을 쏟아냈다.
"야훼 하느님, 저는 어리숙하게 주님의 꾐에 넘어갔습니다. 주님의 억지에 말려든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전한다고 입을 열면 어떤지 아십니까? 사람들은 나를 욕하고 조롱합니다.
다시는 주님의 이름으로 말하지 말자고 아무리 다짐해도 소용이 없어요. 뼈 속에 갇혀있는 주님의 말씀이 심장 속에서 불처럼 타올라 견디다 못해 결국 손을 들고 맙니다. 미칠 지경이지요. 그러면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고 아우성이고 미움과 구박덩어리가 되고 맙니다. 어느 때는 왜 태어났나 싶습니다. 정말 이렇게 수모를 겪으며 생애를 마쳐야 하는 건가요? 말씀을 해주십시오."

유다의 멸망을 선포하는 예레미야는 눈물도 많이 흘렸다. 인간적인 심성은 여리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또한 예레미야는 바빌론에게 항복하라고 예언하여 매국노라는 오해를 받고 백성들의 미움을 사게 되었다. 그럴 때도 너무 억울하고 백성들의 미래가 측은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예언자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도 완전히 하느님께 순명하지 않고 하느님의 부르심을 거부하고 도망치려는 마음이 많았을 것이다.
'왜 하필 내가 해야 하나'하며 고통스러워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고향 친척들조차 예레미야를 옥에 가두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몰이해와 배척을 당할 때의 고통은 더 심하다. 예레미야는 이런 고통을 통해 참 예언자로서 완성되어 간 것이었다.
그는 불완전하고 부족한 사람이었지만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을 통해 완전함을 향해 나갈 수 있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하느님에 붙잡혀 예언자가 된 예레미야였다. 그는 아무 열매도 맺지 못하고 웃음거리, 조롱거리로 내몰렸지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은 그칠 수 없었다. 야훼의 말씀에 사로잡혔고, 그 분의 말씀을 믿었기 때문이다.
"나는 너를 떠나지 않을 것이며, 너를 도와 구하여 주리라. 이 말은 내 말이라 어김이 없다.(예레15,20)"
이처럼 예레미야를 말씀의 예언자로 움직인 것은 하느님의 말씀이었다. 그가 전한 예언은 그의 생애가 끝난 후에 모두 그대로 이루어졌다.  "7월 30일 자 평화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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