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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서의인물(구약)

[51] 용기 있는 여성 에스델

by 세포네 2005.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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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스에로스왕은 인도에서 에티오피아에 이르는 127개 지방을 다스리는 왕이었다. 수도 수사성에는 '모르드개'라는 유다인이 살고 있었다. 베냐민 지파에 속한 그는 유다왕 여고니야가 바빌론왕 느부갓네살에게 사로잡혀올 때 예루살렘에서 함께 잡혀온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양녀로 삼은 용모가 빼어난 사촌 누이 에스델이라는 여인이 있었다. 후에 에스델은 왕비가 되어 목숨을 걸고 유다인들의 생명을 구하는 애국여성이 되었다.

에스델이 아하스에로스의 왕후가 된 후 모르드개도 궁궐 대문에서 일을 보게 되었다. 그때 하만이라는 재상이 있었는데 궁궐 대문에서 일하는 모든 신하들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그런데 모르드개는 하만 앞에 무릎을 꿇으려 하지 않았다.

“저 놈은 누구인데, 왜 무릎을 꿇고 절하지 않는 거야?”
“유다인입니다. 아마도 자신들의 신에게만 절을 하기 때문인가 봅니다.”
“이런 고얀놈, 어디 두고 보자. 유다인이라고…. 이곳에 있는 모든 유다인 놈들을 기회가 오면 모두 씨를 말려 버리겠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하만은 거사 날을 잡고 왕 앞으로 나갔다.
“전하, 이 나라 백성들은 모두 잘 협력하면서 사는데 유독 한 민족만이 남과 섞이질 않고 있습니다.”
“어떤 민족인가?”
“유다인입니다. 그 놈들은 자기들끼리 뭉쳐 임금님의 법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그냥 두면 분명히 일을 낼 놈들입니다. 저에게 그 놈들을 처치할 묘안이 있으니 허락해 주십시오.”

“좋다. 그대 생각대로 처리하라.”
하만은 곧 임금의 이름으로 온 지방 수령들에게 칙서를 발송했다. 유다인을 학살하고 재산을 몰수하라는 내용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모르드개는 옷을 찢고 굵은 베옷을 입고 대성통곡을 했다. 그리고 에스델에게 전갈을 보내어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왕후께서 궁 안에 있다고 안심하지 마십시오. 왕후의 자리에 있으니 어떻게든지 손을 써 보십시오.”
에스델은 모르드개의 전갈에 다음과 같이 비장한 마음으로 답했다.
“아버님, 빨리 수사성에 있는 유다인들을 한자리에 모아 사흘 동안 저를 위해 단식기도를 올려 주십시오. 저도 함께 이곳에서 단식기도를 하겠습니다. 그런 뒤에 어전에 나가 왕을 뵈려고 합니다. 그러다 죽게 되면 기꺼이 죽겠습니다.”

에스델은 죽음을 무릅쓰고 유다인들을 학살하려는 하만의 음모를 폭로했다. 에스델의 지혜로 오히려 하만이 죽음을 당하게 되었다.

에스델은 믿음을 가지고 자신의 목숨을 걸고 자기 민족을 구원했던 것이다. 유다인들을 학살하려고 했던 하만의 음모가 모르드개와 에스델의 지혜와 용기로 좌절되었다. 그 결과로 이스라엘은 구원을 받았다. 하만과 그의 아들 10명은 모르드개를 매달려고 마련해 놓았던 교수대에 오히려 자신들이 매달려 죽는 운명을 맞았다.

오늘날에도 유다인의 구원을 기념하기 위해 히브리력으로 마지막 달인 아달월 14·15일을 부림절이라 하여 축일로 지키고 있다. 부림절은 모세오경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유다인들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지 지키는 민족의 축일이 되었다. 이날은 쓰라림이 기쁨으로, 죽음이 생명으로 바뀐 날이며, 원수의 손에서 해방된 날이라 기쁨으로 잔치를 벌이고 선물을 주고받는 축제를 벌인다고 한다.

에스델은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죽기를 각오하여 수백만 동족을 구한 용기있는 여성이다.

에스델이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 어떤 태도와 마음자세를 가졌는지를 깊이 묵상할 필요가 있다. 그녀는 우선 금식기도를 통해 하느님께 은총을 구하는 신앙의 자세를 가졌다. 그녀도 한 인간이기에 무섭고 두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사생결단의 마음으로 자신의 소명을 수행할 것을 다짐한다.

“죽게 되면 죽으리라”고 했던 그녀의 말에서 섬뜩한 비장함마저 느끼게 된다.

어쩌면 우리의 일생은 크고 작은 모험과 결단으로 이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순간에 어떤 마음과 자세를 지녀야 하는지를 에스델의 교훈에서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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