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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로마 황제의 친위대장 성 세바스티아노

by 세포네 2017.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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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남부 나르본에서 태어난 성 세바스티아노(또는 세바스티아누스, Sebastiano, 3~4세기)는 283년경에 로마 군인에 입대하고,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친위대 대장으로 임명되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리스도교인이었던 성인은 황제의 극심한 그리스도교 박해에도 많은 병사를 개종시켰고, 옥살이하는 신자들을 격려하고 도와주었으며, 수많은 이교도 신상을 파괴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성인의 활동을 전해 들은 황제는 분노하여 그에게 “나는 너에게 총애를 베풀었고 너는 내 궁정에서 살았다. 그런데 네가 황제와 로마 신들의 적이란 말인가?” 하고 묻자, 세바스티아노는 “나는 항상 당신의 구원과 이 왕국의 개종을 위하여 예수님께 기도하였습니다. 그리고 나는 항상 천상의 하느님을 흠숭해 왔습니다.”라고 응답하였다. 격노한 황제는 그를 궁수들에게 넘겼고, 광야로 끌고 가 말뚝에 매달아 화살을 쏘아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성인이 어찌나 많은 화살을 맞았는지, 13세기에 이탈리아 제네바의 주교인 야코부스 데 보라지네가 편한 그리스도교 전설집인 『황금전설』에서는 순교 당하는 그의 모습을 고슴도치처럼 화살이 박혔다고 묘사하고 있다.

 화살이 온몸을 관통한 채 버려졌으나, 아직 숨이 붙어 있었던 성인은 그를 데려간 성녀 이레네의 극진한 치료로 살아나게 되었다. 기력을 회복한 성인은 잔인하게 신앙을 박해하는 황제와 맞서며 하느님 말씀을 전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황제는 성인을 몽둥이로 때려서 죽일 것을 명령하였고, 결국 성인은 목숨을 잃었다. 하수구에 던져졌던 성인의 시신은 로마에 사는 루치나 부인에 의해서 로마 아피아(Appia)가도(街道)에 있는 지하묘지 카타콤(Catacombe)에 매장되었다. 성 세바스티아노에 대해서는 종종 화살을 들고 있거나 온몸에 화살이 관통하는 처참한 모습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스페인의 르네상스 시대 화가 빈센테 마시프(Vicente Macip, 1475~1545)는 당시 르네상스 미술이 추구하던 고대 헬레니즘의 특성을 살려 아름답고 완전한 신체를 성인의 자태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신체의 S자 윤곽선과 건장한 육체미를 명확히 보이며 성인의 얼굴은 매우 부드럽고 온화한 모습이다. 몸에 화살을 맞아 피를 흘리면서도 육체적 고통이나 죽음의 두려움보다 오히려 하느님의 부르심을 감내하는 표정이다. 하늘을 향한 그의 시선은 하느님 나라의 전령인 바로 옆 천사와 마주한다. 천사는 한 손에는 순교의 상징인 종려나무 가지를, 다른 한 손에는 금장식의 관(冠)을 들고 있다. 화살이 몸을 찌르고 몽둥이질을 당해도 오롯이 하느님 나라를 갈구한 성인이 순교의 영광스런 월계관을 안게 된 것을 의미한다.



“사실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경건하게 살려는 이들은 모두 박해를 받을 것입니다.”
(2티모 3,12)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 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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