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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인 요셉

by 세포네 2016.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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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셉페 마리아 크레스피, <성 요셉의 꿈>, 1727-32, 캔버스에 유채, 330x224cm, 바라카노 콘세르바토리오, 볼로냐




 유다인의 법에 따르면 남자와 약혼한 여자는 정당하게 결혼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부정이 드러나면 여자는 돌에 맞아 죽어야 했다(신명 22,20-21 참조). 복음서에서는 마리아가 단지 요셉과 약혼하였는데, 그들이 함께 살기 전에 마리아가 성령의 인도로 예수님을 잉태한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의로운 사람”(마태 1,19)인 요셉은 자신의 약혼녀 마리아가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이때 하느님께서는 주님의 천사를 통해서 요셉을 도와주셨다.

 이탈리아 볼로냐의 바로크풍 화가 크레스피(Giuseppe Maria Crespi, 1665-1747)는 성 요셉의 꿈을 주제로 제작한 그림에 마리아도 함께 등장시키고 있다. 마치 이는 가브리엘 천사가 요셉의 약혼자 마리아에게 나타나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을 낳을 것이고,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라고 예고하는 장면과도 같다. 천사는 마리아에게 아기는 성령이 내려오시어 잉태될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이에 마리아는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대답하였다. 마리아는 로고스(Logos)라는 하느님의 말씀이자, 하느님 자체를 상징하는 책과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녀가 하느님의 말씀을 겸손하게 순종으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오른쪽 의자에 앉아 있는 마리아의 손에는 책이 들려 있고, 그녀의 표정과 행동은 놀라움을 넘어 순명의 시간에 도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그림 맨 위에는 성부 하느님께서 보내신 비둘기 형상을 한 성령이 자리하고 있다. 마리아가 하느님의 영광과 힘으로 충만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왼쪽에 나이 들어 보이는 요셉은 목공소에서 일하던 중 깜빡 잠이 들었는지 나무틀에 기대어 자고 있다. 하늘에서는 아름다운 주님의 천사가 요셉의 머리 위에 떠 있다. 요셉의 오른손 옆에는 꽃이 핀 나뭇가지가 놓여있다.

 13세기 이탈리아 제노바의 대주교 ‘야코부스 데 보라지네’가 편한  『황금전설』에 의하면, 마리아의 신랑은 대제사장 앞에서 시험을 거친 후 요셉으로 선택되었다. “다윗의 가문에 혼기는 찼지만, 아직 결혼하지 않은 남자가 제단에 나뭇가지를 가지고 올 것이다. 가지 중 한 가지에 꽃이 필 것인데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가지 끝에 앉을 것이다. 이사야 예언서에 따라 이 가지의 주인이 의심할 여지 없이 동정녀의 배필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는 요셉이 다른 젊은 구혼자들과 함께 성전 제단에 나뭇가지를 올려놓았는데, 바로 요셉의 나뭇가지에서 잎이 돋아나고 꽃이 피었다고 전한다.

 구약에 나오는, 나뭇가지에 잎이 생겨나는 기적이 요셉의 나뭇가지에서도 일어난 것이다. 그의 나뭇가지에서 잎이 나고 꽃이 핀 것이다. 이것은 요셉이 마리아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며, 죄의 용서와 구원의 은유적 표현으로 하느님께서 요셉을 선택하신 것을 상징한다. 요셉은 천사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하느님을 믿으며,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인다. 마리아와 요셉은 하느님의 말씀을 겸손하게 순종으로 받아들이고, 그분의 사랑을 완전히 믿고 그분 계획에 자신을 내맡긴다. 마리아와 요셉은 구원자를 모신 것이다. 


“주님의 구원을 잠자코 기다림이 좋다네.”(애가 3,26)


윤인복 소화데레사 교수 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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