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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은수자의 아버지 성 안토니오 아빠스

by 세포네 2017.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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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트 테니르스, <성 안토니오 아빠스의 유혹>, 1640년경, 목판에 유채, 22x16cm, 루브르 박물관, 파리


동·서방을 통틀어 수도생활의 창시자로 불리는 성 안토니오(안토니우스, Antonius, 250년경-356년)는 이집트의 부유한 그리스도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20세가 되던 어느 날,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마태 19,21)라는 부자 청년에 관한 복음 말씀을 듣고 감동을 하여,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할 마음으로 자신의 모든 재산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후, 금욕적인 수도생활을 시작했다.

 성인은 이집트의 고향 근처 산을 찾아다니며 은수자의 지도를 받으며 독수 생활을 시작했으며, 312년에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산기슭에 있는 빈 무덤 동굴에 거처하며 이후 15년 동안 기도와 성서 읽기에 전념하였고, 노동도 빼놓지 않았다. 그 후 나일 강 끝에 위치한 피스피르(Pispir) 산 속 버려진 요새에서 혼자 살면서 은둔생활과 기도생활을 했다. 성인의 뛰어난 성덕과 기적을 듣고 그의 제자가 되고자 찾아온 사람들의 집단이 여러 곳에 생겨났다. 이런 이유로 성인은 수도생활의 창립자와 은수자의 수호성인으로 불린다.

 사막은 성서적으로 하느님과 만나는 고요한 동경의 장소였지만, 마귀들의 서식지이기도 했다. 성인이 기도를 시작하면 온갖 맹수와 뱀의 환영이 그를 괴롭혔기에 마귀의 유혹을 극복하며 악마와 싸워야 했다. 어느 날, 악마는 멧돼지의 몸을 빌려 성인에게 나타났지만, 성인의 기도로 그 악마를 쫓아내고 그 멧돼지를 길들였다고 한다. 그래서 성 안토니오를 그린 그림에서 주로 멧돼지가 동반되기도 한다.

 플랑드르의 바로크 풍 화가인 다비트 테니르스(David Teniers il giovane, 1610-1690)의 작품을 보면, 수도복을 입은 성인은 동굴에서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 상 앞에서 두 손을 모은 채 기도에 전념하고 있다. 십자고상 앞에는 당시 17세기 북유럽 화가들이 정물화에서 ‘바니타스’(‘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허무하다.’, Vanitas vanitatum et omnia vanitas)를 상징하는 요소로 그렸던 해골, 모래시계, 도자기 화병 등이 놓여 있다. 이는 물질세계에 대한 반성과 죽음에 대한 성찰의 알레고리를 함축한 것이다. 그리고 성인의 주변에는 온갖 기이한 모습의 동물과 인간으로 둔갑한 악마가 금욕과 금식 생활을 하는 성인에게 음식으로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믿음과 굳은 의지와 기도로 무장한 성인은 악마를 물리친다. 성 안토니오가 지닌 유일한 무기는 “십자성호와, 주님을 향한 단단한 믿음뿐”이었다.


“항상 그리스도를 호흡하라.”(『성 안토니오의 생애』 91,3)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 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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