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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거룩한 밤

by 세포네 2016.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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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조, <거룩한 밤>, 캔버스에 유채, 1530년경, 256.5x188cm, 드레스덴 국립회화관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요한 1,9)

 이탈리아 화가 코레조(Antonio da Correggio, 1490년경-1534)는 전통적인 회화 방식에서 벗어난 빛과 그림자 처리를 통하여 진정한 ‘밤’을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유럽 회화에 새로움을 선사했다. 코레조는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 주에 있는 레조넬에밀리아 도시에 있는  산 프로스페로 성당(Basilica di San Prospero)의 한 경당을 배경으로 한 제단화에서 구세주의 탄생을 ‘참빛’이 세상에 온 것으로 그렸다.    

 예수님의 탄생은 마구간 혹은 동굴 안에서 태어났다는 전통에 따라서 많은 화가는 동굴이나 마구간, 또는 동굴과 마구간이 합쳐진 바위를 배경으로 지붕이 있는 곳에서 예수님의 탄생을 묘사하곤 한다. 이 작품에서는 전형적인 마구간을 배경으로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며 경배하는 장면으로 그려졌다.

 고요한 가운데서 한 줄기 빛이 아기 예수께 비추어진다. 구유에 누운 아기 예수는 빛을 받아 환하게 타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세상의 빛’으로 오신 아기 예수를 맞이하는 성모 마리아의 얼굴에도 아기 예수에게서 나오는 빛을 받아 빛난다. 어두운 밤, 희망으로 가득 찬 고요함이 마리아의 해산과 그리스도의 첫걸음으로 깨지는 순간이다. 천사들은 하늘에서 합창하고 목자들은 경배하러 찾아왔다. 예수님께서 탄생한 밤에 주님의 천사들은 들에 살면서 밤에도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에게 나타나 구세주가 오셨다는 소식을 알려준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루카 2,14)

 작품 속 천사들은 구름을 타고 밤의 어두움에서 환히 쏟아지는 빛을 받으며 찬란하게 묘사되었다. 아기 예수의 주변에 있는 두 명의 하녀 역시 발산하는 빛에 눈이 부셔 제대로 보지 못하는 듯하다. 그 옆에 마구간에 다다른 목자는 천사가 들려준 이야기를 자기 눈으로 직접 목격하며 놀라움과 함께 기쁨과 감격이 동반된 표정이다. 모든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구세주가 오셨으니 얼마나 벅찬 가슴일까? 모두 하늘에서 특별히 오신 분으로 기뻐하며, 감사와 기쁨의 마음으로 아기 예수를 바라보고 있다. 목자는 주님의 천사에게 들은 대로 직접 구유에 있는 아기 예수를 보고 난 후, 강보에 싸인 아기 예수를 알게 된다. 이로써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본 것으로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린다. 주님의 영광이 그들 앞에서 환희 드러나기도 했지만,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더욱 밝게 빛날 것이다.

 구유에 누워 계신 예수님은 가난하고 약하디약한 모습의 아기이지만, 하느님께 돌아가는 길을 찾는 데 필요한 빛을 우리에게 가져오기 위해서 오신 것이다. 하느님 자신의 기쁨과 평화로 모든 이의 마음을 채우기 위해서 ‘참빛’으로 오신 것이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 (요한 8,12)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 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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