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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by 세포네 2016. 5. 8.


안토넬로 다 메시나, <구세주>, 1465, 목판에 유채, 39x30cm, 내셔널 갤러리, 런던, 영국



 우리가 예수님 하면 가장 많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우리를 구원하신 구세주일 것이다. 많은 화가가 구세주의 모습을 그렸다. 특히 동방교회에서 구세주의 모습은 풍성한 머리털이 불균형하게 좌우로 갈라져서 대담하게 늘어져 있고, 넓은 이마와 얼굴에는 힘이 충만하고 부릅뜬 눈은 정신의 깊이가 엿보이며, 굳게 닫힌 입은 강함을 표현한다. 그리스도는 우아함과 자비로움이 깊이 있게  표시된 얼굴로 그려졌다. 그리고 왼손에는 성경이 닫혀 있거나 열려 있는데, 열려 있는 경우는 보통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30)가 쓰여 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메시나에서 출생한 안토넬로 다 메시나(Antonello da Messina, 1430경~1479)도 그리스도가 축복을 내리는 순간을 묘사한 <구세주>를 제작했다. 이탈리아 남부 지역과 밀라노 등을 거쳐 1475년경 베네치아에서 활동했던 안토넬로는 색채를 중심으로 한 베네치아 미술에 플랑드르 회화의 특징인 섬세한 묘사로 구세주 그리스도를 그렸다. 그림 아랫부분의 흰 종이에는 작은 게시판처럼 안토넬로가 1465년에 그렸다는 서명이 적혀 있다. 그리스도의 얼굴은 고요하고 청정한 모습이지만 권위도 나타난다. 그의 시선은 우리와 똑바로 마주한 채, 얼굴과 가슴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룬다. 얼굴 속의 미묘한 명암 효과는 얼굴 속에서 균제(均齊)와 감정을 드러나게 한다. 안토넬로는 빛의 효과를 통해 그리스도의 얼굴에 생동감과 힘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크게 뜬 눈, 꼭 다문 입, 계란형의 부드러움은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려는 모습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얼굴 바로 아래 수직으로 위로 올려 펼친 오른손은 말하는 손이다. 그리스도는 입을 닫고 있지만, 손을 들어 무엇인가 말씀하고 계신다. 그리스도의 강한 인상에서 침묵으로 말씀하고 계심을 알 수 있다. 이 말씀은 하느님에게서 온 말씀이다. “너희가 듣는 말은 내 말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아버지의 말씀이다.”(요한 14,24)

 그리스도는 오른손을 들어 하늘과 땅의 결합을 상징하는 축복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손가락은 엄지와 검지 그리고 중지가 펴져 있다. 이 세 손가락은 다섯 개 손가락의 위로 올려져 숫자 8을 시사한다. 숫자 8은 부활을 의미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7일째 안식일이 지나고 주간 첫날이 밝아올 무렵 부활하신다. 영광스럽게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라고 말씀하시는 듯하다.
빛나는 그리스도의 손은 화면의 원근을 통해 공간감을 강조하고, 특히 왼손이 기대고 있는 지지대는 공간 효과를 충분히 살리고 있다. 그리스도가 자리한 공간(방)은 우리의 방까지 확장되어, 우리는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리스도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민수 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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