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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하느님께 받은 사랑

by 세포네 2016. 4. 26.




베르니니,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의 환시>, 1645~52년 대리석, 코르나로 경당, 산타 마리아 델라 빅토리오 성당, 로마


 성녀 데레사(1515~1582)는 스페인의 아빌라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신앙심이 깊었던 그녀는 19세 때 아빌라에 있는 가르멜회 수녀원에 들어갔으나, 느슨한 규율의 수녀원 생활에 대해 많은 실망을 했다. 그 후, 그녀는 엄격한 수도생활을 강조하는 맨발의 가르멜회를 창설했다. 평생을 완덕의 길에 정진하며 살았던 데레사 수녀는 수도회의 발전을 위한 개혁 의지를 추진하면서, 가르멜회 내에서 개혁파와 보수파 간 분쟁과 함께 많은 어려움에 맞닥뜨렸다. 그러나 데레사 수녀는 오로지 주님께 매달리며 곤경을 이겨 나갔다. 또한 그녀는 자서전에서 그리스도를 만나는 신비적 체험, 환시, 고통, 심장의 꿰뚫음 등 내적 회심을 경험한 것에 관해 기록하고 있다. 데레사 수녀가 여러 번 환시를 보고 신비스런 음성을 들었던 것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고 스스로 자신의 영혼을 열었기 때문일 것이다. 

 성녀 데레사의 그리스도의 사랑에 관한 신비로운 체험은 많은 미술 작품의 주제가 되었다. 바로크 시대의 조각가이자 로마의 건축가인 베르니니(Giovanni Lorenzo Bernini, 1598~1680)는 성녀 데레사의 환시 경험을 조각으로 묘사했다. 베네치아 출신 추기경인 코르나로는 자신과 자신의 가문을 위한 경당을 개조할 것을 의뢰했다. 이 경당은 맨발의 가르멜회에 소속된 로마의 산타 마리아 델라 빅토리아 성당 내에 있다.  
어느 날, 성녀 데레사는 천사의 창으로 가슴을 찔리는 환시에 빠지면서 주님의 사랑을 경험했는데, 그 순간 무엇인가 몸을 꿰뚫고 지나가는 고통의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성녀는 순간 온몸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고통스러웠으나, 동시에 강렬한 희열도 동반되었다는 것이다.  

 구름 위에 떠 있는 성녀와 천사의 흘러내리는 옷 주름과 가볍게 떠다니는 듯한 구름, 그리고 부드러운 피부는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감미로움을 더한다. 성녀는 반쯤 눈을 감고, 약간 입술을 벌리고 있다. 그녀의 손과 발은 힘을 잃어서 축 늘어져 있다. 성녀의 몸과 표정은 영적 환시에 도달한 모습이다. 영적인 사랑의 체험에 이른 것이다. 성녀 앞에 부드러운 피부를 지닌 젊은 천사가 미소 짓고 있다. 천사가 화살로 성녀의 가슴에다 화살을 막 꽂으려 한다. 천사의 화살은 성녀의 가슴을 꿰뚫을 것이며, 그녀를 사랑에 빠지게 할 것이다.   

 성녀와 천사는 아름다운 빛에 싸여 있다. 금빛 빛줄기 장식은 금박뿐만이 아니라 실제의 빛을 끌어들인다. 베르니니는 하느님과 인간과의 만남의 순간에 극적인 효과를 더하기 위하여 숨겨진 창을 통해 실제의 햇빛을 들여와 성녀와 천사 뒤에 있는 금박 빛줄기에 흘러내리게 제작하였다. 천장에 있는 빛에 둘러싸인 성령의 비둘기와 연결해 볼 때, 성녀에게 흘러내리는 빛줄기는 하느님의 사랑인 것이다. 성녀 데레사의 황홀경은 바로 사랑이다. 하느님 사랑에 일치를 이루며 그것을 몸소 체험하는 순간이다.   


“주님께서 여러분의 사랑을 키워주시고 풍성하게 해주셔서 우리가 여러분을 사랑하듯이 
여러분도 서로 사랑하고 또 모든 사람을 사랑하게 되기를 빕니다.”(공동번역Ⅰ데살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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