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치오, <티베리아스 호숫가에 나타나심>, 1308-1311, 목판에 템페라, 36.5*47.5cm, 시에나 대성당 박물관, 이탈리아
중세 말기 이탈리아의 시에나를 중심으로 활약한 두치오(Duccio di Buoninsegna, 1255-1319)는 그의 명성에 비해 극히 적은 수의 그림만이 전해진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시에나 대성당의 중앙 제단에 걸기 위해 제작된 <마에스타 Maestà〉 제단화이다. 총 38개의 성경 이야기가 제단화의 뒷면을 장식하고 있다. 두치오의 작품은 중세 고딕회화와 전통적인 비잔틴 미술을 선택하여, 정교한 구도에 세련된 색채와 부드러운 곡선을 표현해서 세련된 양식으로 평가받는다. 그중 한 패널인 <티베리아스 호숫가에 나타나심> 장면이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자신들의 생계를 마련하기 위해 고기잡이에 나섰다. 그러나 그들은 밤을 지새워가며 일을 했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그들은 분명히 허기지고 실망도 했을 것이다. 어쩌면 제자들은 마음속으로 ‘주님이 계셨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거야.’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침이 될 무렵, 부활하신 예수님은 호수에서 밤새 아무것도 잡지 못한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베드로를 부르실 때와 같은 기적을 베푸신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지라고 말씀하신다.
몇 명의 제자는 고기가 너무 많이 걸린 그물을 끌어 올리는 데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배의 가장 왼쪽에 요한이 맨 처음 예수님을 알아보고 놀라움과 기쁨으로 가득 차 “주님이십니다.”라고 외친다. 이 말에 배 위에 있던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의 눈이 열려 부활한 예수님을 바라본다. 더욱이 베드로는 물 위에 서 있다. 베드로는 3년 전 예수님께서 자신을 제자로 삼고자 초대했을 때 많은 고기를 잡은 그 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베드로는 자신과 마주하고 있는 분이 바로 부활한 예수님임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가 첫 부르심을 받았을 때는 떠나달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두려움 없이 호수로 뛰어들어 예수님을 향한다. 부활하신 주님이시기 때문이다.
왼쪽에 서 계신 예수님의 양손에는 십자가에 매달리셨던 상처가 뚜렷이 보인다. 예수님께서는 희생의 피, 인간에 대한 사랑을 상징하는 붉은색 튜닉과 하늘, 신성함을 의미하는 푸른색 망토를 걸치시고, 오른손을 내미시고 계신다. 이에 베드로는 두 손을 벌려 예수님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가고 있다. 부활한 예수님을 만난 이후, 베드로는 당당하게 자신의 목숨을 걸고 예수님의 길을 따라가게 될 것이다. 이제 그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하늘나라를 향한 교회의 그물을 던지며, 교회의 수장으로서 자신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부활한 예수님과의 만남이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에게는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새로운 삶의 시작이 될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크신 자비로 우리를 새로 태어나게 하시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우리에게 생생한 희망을 주셨다.”(1베드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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