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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

by 세포네 2016. 4. 3.


치마 다 코넬리아노, <성 마뇨 주교와 함께 있는 성 토마스의 불신>, 1502-4, 나무에 유채, 아카데미 미술관, 이탈리아



예수님께서는 영광스럽게 부활하여 승리의 깃발을 들었다. 참으로 살아 숨을 쉬고 계셨다. 그러나 이것을 믿지 못하는 제자 토마스가 있었다. 토마스는 이 놀라운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믿기 전에 실체적인 증거를 요구했다. 그는 직접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죽은 사람이 어떻게 다시 깨어난단 말인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토마스 앞에서 확인되는 순간이다. 부활한 예수님이 제자들이 모여 있는 곳에 처음으로 나타났을 때 토마스는 그 자리에 없었다. 그는 다른 제자들의 증언을 믿지 않고 직접 예수님의 상처를 만져봐야 믿을 것이라고 했다. 
 
 치마 다 코넬리아노(Cima da Conegliano, 1459년경~1517년경)는 예수님의 부활을 의심하는 토마스에게 예수님께서 가슴의 상처를 보여주시며, 토마스가 직접 옆구리 상처에 손을 넣어보도록 하는 장면을 묘사한다. 이 장면은 제자들이 유다인들이 무서워서 예루살렘의 어떤 방에 모여 문을 잠그고 있을 때 나타나셨다는 성경의 기록대로 밀폐된 방안이 아니라, 뒤에 탁 트인 전원에 밝고 평화로운 기운이 감도는 현관에서 일어나고 있다. 
 
 코넬리아노는 르네상스 시대 베네치아 미술의 특징 중 하나인, 성경의 내용을 자연풍경을 배경으로 평범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나타낸다. 커다란 개선문 형태의 아치형 현관 중앙에 서 계신 예수님의 모습은 화사한 빛이 온몸을 감싼 듯 부드러움과 우아함이 감돈다. 예수님의 흰색 수의는 죽음을 의미하지만, 이제 개선문이 승리를 상징하듯이, 아치 형태의 문 앞 예수님은 부활의 영광과 승리를 보여주고 있다. 부활한 승리자의 모습으로 위풍당당하게 나타날 수도 있었지만, 그림에서는 매우 자애로운 표정으로 토마스와 마주하고 계신다. 토마스의 손을 잡은 예수님은 죽음의 흔적이 남아 있는 옆구리에 난 상처에 손가락을 넣어보게 한다. “네 손을 뻗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요한 20, 27) 예수님의 왼쪽 손등과 발등에는 십자가의 흔적인 못 자국이 선명하다.

 왼쪽에 토마스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듣고 급하게 확인하고 싶었는지 막 달려온 동작이다. 오른발을 제자리에 들여놓기도 전에 몸을 약간 굽혀 예수님의 상처에 손가락을 넣고 있다. 토마스는 손가락을 예수님의 옆구리에 댄 채, 고개를 들고 예수님을 쳐다보고 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눈앞에 두고 있는 토마스이다. 토마스는 예수님의 상처에 손을 대긴 하지만 그의 약한 믿음으로 예수님의 부활이 실제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는지, 다시 예수님의 얼굴을 바라본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하시며 보지 않고도 믿는 믿음의 자세에 대해 말씀하신다. 오른쪽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오데르초의 주교인 성 마뇨도 토마스만큼이나 진지한 표정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나약하고 우유부단한 믿음으로 불신과 의혹에 사로잡힌 제자를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베풀어주는, 사랑이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계신다.

“죄가 많아진 그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렸습니다.”(로마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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