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디 굴리엘모, <부활하는 그리스도>, 1475년경, 채색사본, 스키파노이아 박물관, 페라라, 이탈리아
하늘의 모후님, 기뻐하소서. 알렐루야.
Regina coeli, laetare. alleluia.
태중에 모시던 아드님께서, 알렐루야.
Quia quem meruisti portare, alleluia.
말씀하신 대로 부활하셨나이다. 알렐루야.
Ressurexit, sicut dixit. alleluia.
저희를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 주소서. 알렐루야.
Ora pro nobis Deum. alleluia.
예수님께서 부활하실 때 성모 마리아가 기뻐하는 내용의 ‘레지나 첼리’(Regina Coeli) 성가이다. 성모님은 단 한 순간도 예수님의 약속을 잊지 않고 의심하지 않았기에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기쁨도 불꽃같이 타올랐을 것이다. 그림 속의 네 명의 천사는 ‘레지나 첼리’ 가사가 적힌 띠를 손에 들고 부활의 기쁨과 영광을 함께 기뻐한다.
‘예수님의 부활’ 주제는 네 복음사가 누구도 예수님이 무덤에서 부활하는 순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많은 화가들이 그림으로 남겼다. 그것은 부활의 영광이 신약성경 중 가장 장엄하고 극적인 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을 이긴 그리스도가 승리의 깃발을 들고 관 위에 간결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서 계신다.
지랄디 굴리엘모(Giraldi Guglielmo,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는 페라라의 성 크리스토포로의 카루투시오 수도회를 위해 제작된 성가책의 장식을 맡는다. 이 필사본에 예수님의 부활 장면이 Resurrexi(부활)의 첫 글자 ‘R’의 안에 그려진다. 부활한 예수님의 모습에서 당시 인체의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르네상스 화가들의 경향도 보이지만, 그보다 육신의 부활을 시각적으로 더욱 강조하고 있다. 예수님의 승리를 상징하는 붉은 계열의 망토와 그 망토 안쪽에 영적인 재생을 상징하는 녹색으로 부활의 영광을 드러낸다. 또한 예수님의 왼손은 가는 십자 막대와 부활 깃발을 잡고 있고, 축복의 동작을 취한 오른손은 하늘로 들어 올려 있다. “주님의 오른손이 드높이 들리시고 주님의 오른손이 위업을 이루셨다!”(시편 118, 16)
부활은 죽음을 이긴 예수님의 승리이다. 예수님의 뒤쪽 멀리 해골산 위에 세 개의 십자가가 보인다. 그러나 그 아래, 예수님의 바로 왼쪽 천사의 손에 들려진 띠에는 ‘말씀하신 대로 부활하셨나이다. 알렐루야’가 라틴어로 적혀 있고, 그 띠의 끝에는 예수님께서 매달리셨던 십자가나무가 달려 있다.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매달려 죽음에 복종하셨으나,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심으로써 죽음을 영원히 물리치신 것이다.
이 영광스런 순간을 알아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예수님의 발아래에 있는 네 명의 경비병이 놀라운 예수님의 부활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잠들어 있는 듯 고개 숙인 경비병들의 모습은 당당히 몸을 드러낸 예수님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그리고 예수님의 뒤로 광활하게 펼쳐진 푸른 풍경 속에서 신선한 공기가 감도는 대기에 모든 피조물이 영광의 자유를 얻고 살아 숨 쉬고 있다. 부활의 빛이 세상을 비춘다. 곧 빛은 경비병들 마음을 비추고, 그들의 마음에 있던 어둠이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이렇게 부활한 예수님의 빛은 모든 이가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도록 모든 이에게 비추신다.
“이날은 주님께서 만드신 날 우리 기뻐하며 즐거워하세.”(시편 11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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