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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사람의 죄스러움'과 '하느님의 자비'

by 세포네 2016. 3. 13.


푸생, <간음죄로 잡혀온 여인>, 1653년, 캔버스에 유채, 루브르 박물관, 파리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간음한 여인을 고발했다. 그 여인은 무시무시한 율법주의자들에 의해 어쩌다 예수님 앞까지 끌려오게 되었다. 죄를 범한 여인을 대하는 유다 지도자들과 예수님의 자세는 매우 달랐다. 푸생(Nicolas Poussin, 1594~1665)은 인간의 이성에 호소하는 데생과 엄격한 형태의 완결성을 중심으로 조화의 미를 표현하는 고전주의 화풍을 지닌 화가로, 이 사건에 등장하는 예수님, 간음한 여인, 유다 지도자들을 엄격한 구도 안에 균형 있게 배치하고 있다.


 그림의 가운데에 있는 간음한 여인은 고개를 숙이고 몸을 움츠린 채 무릎을 꿇고 있다. 화가들은 일반적으로 성경에서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힌 여인의 모습을 반나체나 나체, 음란한 복장을 걸친 모습으로 표현하곤 한다. 푸생도 마찬가지로 성경 원전에 충실하게 여인의 드러난 어깨며 잘 가려지지 않은 몸을 보여준다.


 여인의 앞에 계시는 붉은색 망토를 걸친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여인을 가리키시며, 단호하고 위엄있는 모습으로 서 계신다. 예수님께서는 처음에는 이 일에 아무 관심이 없는 듯이 손가락으로 땅바닥에 무엇인가 썼다. 이미 오른쪽의 두 사람은 몸을 구부려 예수님께서 바닥에 쓴 글을 주의 깊게 읽으려 했다. 복음서에는 예수님께서 무엇을 적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화가는 예수님께서 몸을 굽히시어 쓴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글자를 새겨 놓고 있다. 글을 쓰던 중 몸을 일으켜 여기 모인 사람들 중에서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여인을 돌로 치라고 말씀하고 계신 것이다. 여인을 고발한 사람들은 하나씩 자리를 뜨게 된다.

 

이에 간음한 푸생은 큰 화면 속에 예수님과 유대 지도자들과의 마음을 대립하여 표현하고 있다. 여인을 처벌하여 권위를 세우려는 유다 지도자들과 여인을 구원하려는 예수님이 있다. 처음에 이 여인을 고발한 유다 지도자들은 간음한 여인에게 돌로 치는 엄한 형벌을 주장하며, 자신들이 모세 법을 잘 지키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어 자신들의 권위를 지키고자 했다. 그러나 그들의 권위가 무색할 정도로 왼쪽의 두 사람은 자신들의 죄를 들킬세라 사색이 된 얼굴과 강렬한 몸짓으로 생생한 감정을 드러내며 자리를 떠나고 있다. 심지어 오른쪽 끝에 있는 사람은 왼손으로 옆 사람의 옷을 끌어당기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반면, 예수님께서는 처음부터 어떻게 하면 이 여인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하는 자세였다. 이미 예수님께서는 죄에 더럽혀진 여인일지라도 구원받기를 성부께서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리 죄를 많이 지었어도 예수님께서는 그 누구도 단죄하지 않고 계신다. 예수님은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은 여인을 용서하신다. 여인은 자신의 앞에 서 계신 분이 바로, 회개하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고 계시다고 깨달은 표정이다. 이것은 사람의 죄스러움하느님의 자비가 직접 만나는 순간이다. (성 아우구스티노)


 사람아,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루카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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