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영성]/성당건축이야기49 37. 콩크의 생트 푸아 수도원 성당 중세의 순례 정신 분명히 보여주는 로마네스크 순례길 성당 콩크의 생트 푸아 수도원 성당 외관. 샤를마뉴 길 바로 밑의 급경사면에 세워진 이 성당은 자욱이 낀 안갯속에서 볼륨을 드러낸다. 출처=Wikimedia Commons 12세 푸아 성녀 유해 몰래 옮겨와 성당 건축 프랑스 서남부의 작은 마을 콩크(Conques)는 두 개의 강이 만나 생긴 조개 모양의 협곡 경사면에 있다. 콩크라는 지명은 라틴어 콩카(concha, 조개껍데기)에서 나왔다. 지금은 세속을 떠나 고요한 세계에 숨어든 것 같은 곳에 300명 정도 살고 있는데, 베네딕도회 수도원을 설립했을 당시의 모습은 아직도 남아 있다. 그러나 1050년경부터 1250년경 사이에 생트 푸아 수도원(Abbatiale Sainte-Foy de Conques).. 2023. 9. 24. 36. 로마네스크 성당의 아케이드와 피어 작은 돌 정성스럽게 쌓아 거칠지만 원초적이고 소박한 성당 샤페즈의 생 마르탱 성당 외관. 출처=flickr.comphotosmartin-m-miles ‘오더’ 대신해 중랑 벽 구성하는 아케이드 로마네스크 성당을 보면 아케이드(arcade)가 중랑과 측랑을 나누고 있고, 그 아케이드를 원기둥 때로는 피어(pier)가 받치고 있음을 많이 본다. ‘아케이드’란 원기둥이나 피어가 받치고 있는 아치가 연속한 것이며, ‘피어’란 주두와 주초를 갖춘 고전 건축의 원기둥을 제외한, 단면이 여러 모양인 육중한 독립 기둥을 말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고대 말기인 4세기 그리스도교가 공인되자 곳곳에 성당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그 성당들은 로마 건축의 연장선에 있었다. 432년에 세워진 성모 마리아 대성전(Basi.. 2023. 9. 22. 35. 로마네스크 성당의 중랑 벽 아케이드 위 고창층 없애고 원통 볼트 직접 얹어 수직성 강조 느베르의 생테티엔 성당의 중랑 벽 . 출처=Wikimedia Commons 아케이드·트리뷴·트리포리움으로 구성 로마네스크 성당 공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중랑 좌우에 있는 벽이 어떻게 구성되어 천장 구조와 이어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때 요소의 이름과 역할을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늘 어렵게만 들린다. 그러나 이런 건축 용어는 악보에 적힌 ‘p, mf, crescendo, rit’와 같은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니 조금 더 관심을 두자. 그러면 로마네스크 성당을 훨씬 깊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로마네스크 성당은 기본적으로 아케이드 위에 고창층(高窓層, clerestory)을 없애고, 대신에 트리포리움(triforium),.. 2023. 9. 10. 34. 슈파이어 대성당 현존하는 로마네스크 성당 가운데 가장 거대하고 웅장 슈파이어 대성당 내부. 출처=Sebastian Berlin 잘리어 왕조 황제들이 건설하고 왕족 안치 ‘로마네스크’를 정의하는 성당. 그런 성당을 하나 든다면 어떤 건물일까? 그것은 독일의 슈파이어 대성당(Speyer Cathedral)이다. 현존하는 로마네스크 성당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이기도 한 이 성당은 11세기와 12세기 유럽 전역에 세워진 로마네스크 성당 건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런 성당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전회에서 다룬 힐데스하임의 성 미카엘 성당이었음도 기억하자. 슈파이어 대성당이 있는 독일 남서부 라인란트팔츠주 슈파이어는 현재 약 5만 명이 살고 있는 작은 도시지만, 살리족(族)이 지배하고 있었을 때는 중세 독일 제국에서 가장.. 2023. 9. 3. 33. 두 ‘프리로마네스크’ 성당 10세기 이전 로마네스크풍으로 세워진 새롭고 혁신적인 건축 스페인 북부 오비에도의 산타 마리아 델 나랑코 성당 내부. 출처= prerromanicoasturias.es 스페인 산타 마리아 델 나랑코 성당 로마네스크 성당은 큰 탑이 솟아 있고, 두꺼운 벽에 창문은 작은 거대한 구조물이었다. 외관은 단순 명확한데, 내부는 두툼한 기둥으로 받쳐진 아케이드 위에 볼트(vault)가 덮여 있었다. 그런데 로마네스크의 눈으로 보면 예스럽고 소박하게 보이지만, 이전의 건물과 달리 큰 도약을 보여준 새롭고 혁신적인 건물이 있었다. ‘로마네스크 이전’이라 하여 이를 ‘프리로마네스크(pre-Romanesque)’라 부른다. 이것은 후에 클뤼니 수도원의 영향을 받기 전인 10세기에 이탈리아 북부, 프랑스 일부, 이베리아반도.. 2023. 8. 27. 32. 로마네스크를 만든 두 열정 ‘걷는 열정’과 ‘숨는 열정’이 로마네스크 성당 꽃 피워 '생갈 대수도원 평면'. 출처=medievalists.net ‘생갈 대수도원 평면’에 따른 모형. 출처=medieval.eu 천 년의 ‘공포’ 넘기자 성당 건축 잇따라 로마 제국이 멸망한 후 유럽에는 암흑의 시대가 길게 이어졌다. 특히 서유럽은 중앙행정체계가 발달하지 않아 사람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으며, 상업과 교역이 허술하여 일상생활은 거의 자급자족에 의지했다. 이런 시대에 유럽의 질서를 유지해주는 한 줄기의 빛이 나타났다. 그것은 그리스도교 문화였다. 9세기부터 10세기 전반에 유럽은 로마 제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중세로 탈피하고자 했다. 사회나 경제가 안정되었고 농업기술의 진보로 생산력이 높아지고 인구도 급속히 늘어났다. 성당을 지을 여력.. 2023. 8. 27. 31. 로마네스크 성당의 배경 높고 활기차며 탑으로 하늘을 찌르는 듯한 ‘로마네스크 산타 마리아 델 나랑코 성당, 오비에도, 스페인 북부(848년). 출처=Wikimedia Commons 서고트족에 의해 476년 서로마 제국 멸망 375년 고대와 중세를 나누는 역사적 대사건이 일어났다. 로마 제국의 동쪽에 머물러 있던 게르만 민족의 일부인 서고트족이 훈족에게 쫓겨서 서진해 왔다. 그리고 도나우강 국경을 넘어 제국 영토에 대거 침입해 왔다. 그러나 침입해 들어와서는 그곳에 이주했다. 그 이후에도 게르만의 여러 족속은 국경을 넘어들어와 계속 이주했다. 6세기 말까지 그들은 각지에 정착하면서 오늘날의 프랑스, 독일, 영국으로 이어지는 부족 국가를 건설하게 되었다. 이때 민족 이동의 물결을 타고 로마 영토에 들어온 게르만인은 약 80만 명 .. 2023. 8. 14. 30. 하기아 소피아 <하> 하늘에 매달려 있는 듯 ‘빛의 링’ 위에 떠 있는 거대한 돔 하기아 소피아의 돔. 출처=the byzantine legacy 축과 중심을 한 공간 안에서 완벽하게 통합 하기아 소피아 대성당은 537년 유스티니아누스 대제에 의해 콘스탄티노폴리스에 완성되었다. 이 성당은 돔을 씌운 공간에 대한 엄청난 실험이었다. 평면으로 보면 전형적인 축성(軸性)을 가진 바실리카식 성당이다. 그러나 실제로 안을 걸어보면 거대한 돔이 강력한 공간의 중심성이 전체를 압도한다. 이처럼 하기아 소피아는 축과 중심이라는 서로 대치되는 성질을 한 공간 안에서 완벽하게 통합한 대단한 성당이었다. 평면은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직사각형이다. 그 중앙에는 네 개의 육중한 피어(pier)가 정사각형을 그리며 서 있다. 북쪽과 남쪽으로는 피어.. 2023. 8. 6. 29. 하기아 소피아 <상>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그 자체가 기적인 비잔티움 건축물 하기아 소피아 내부. 출처=Piotr Redlinski 하기아 소피아 외관. 출처=Burak Kara 여호수아기는 구약 성경에서 모세 오경 바로 다음에 나오며, 역사서 가운데 첫 번째 작품입니다. 여호수아기의 히브리어 성경 명칭은 ‘예호슈아’입니다. 여호수아는 이스라엘 자손들을 가나안 땅으로 이끌고 들어간 영도자의 이름이며 우리말로 ‘하느님께서 구원하신다’라는 뜻입니다. 헬라어 성경인 「칠십인역」도 ‘Ιησουs’(이에수스)로,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도 ‘Josue’로 표기합니다. 여호수아기는 이스라엘 백성의 가나안 정복 이야기 일부를 전해줍니다. 이 이야기는 기원전 1250년부터 1225년까지 가나안 지역에서 일어난 이스라엘의 전쟁과 그 후 정.. 2023. 7. 31. 28. 산 비탈레 대성전 <하> 사람 움직일 때마다 빛을 받아 물결치는 모자이크로 장식 산 비탈레 대성전 반원 제단 모자이크. 출처=newliturgicalmovement.org 하늘 상징하는 금색 배경은 거룩한 장소 상징 산 비탈레 대성전의 건축과 모자이크 양식은 기본적으로는 다른 라벤나의 건축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성당 내부로 들어가면 이제까지 없었던 전혀 새로운 모습이 나타난다. 서로 다른 볼륨, 2중 아치, 높이 솟아오르는 아치 기둥, 화려한 색상 등. 그러나 이보다도 더 새로운 것은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다른 방향에서 비춰오는 빛을 받아 물결치는 초현실적인 공간을 만드는 아름다운 모자이크다. 그러나 산 비탈레 대성전의 모자이크 그림에 대해 자세히 말하자면 끝이 없다. 원형 제단과 세 개의 아치 창 위를 덮는 반 돔에는 중심에.. 2023. 7. 20. 27. 산 비탈레 대성전 <상> 건축으로 ‘삼위일체 하느님’의 본질 드러낸 탁월한 성당 산 비탈레 대성전 아케이드와 빛. 출처=Wikimedia Commons 비잔티움 건축의 정점인 건물 산 비탈레 대성전(Basilica of San Vitale)은 클라세의 산타 폴리나레 대성전과 마찬가지로 은행가 줄리아노 아르젠타리오(Giuliano Argentario)의 기부금으로 라벤나의 수호성인인 초기 순교자 성 비탈리스의 기념성당으로 지어졌다. 비잔티움(로마) 제국은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제국의 수도를 로마에서 비잔티움으로 옮기면서 시작되었다. 이런 새로운 비잔티움 문화의 정수가 라벤나에 직접 흘러들어온 것은 유스티아누스 황제가 이탈리아의 동고트족을 무찔러 게르만족 수중에 들어갔던 이탈리아를 되찾으면서부터였다. 산 비탈레와 산타 폴리나레 .. 2023. 7. 20. 26. 클라세의 산타 폴리나레 대성전 그리스도의 거룩한 변모 표현한 반원 제단 모자이크 ‘눈길’ 클라세의 산타 폴리나레 대성전 내부. 출처=Steven Zucker 라벤나에서 북쪽으로 5㎞ 떨어진 곳에 클라세(Classe)가 있다. 지금은 전원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작은 마을이지만, 예전에는 아드리아해 연안에 있는 라벤나의 항구로서 번영을 누렸다. 지명은 라틴어로 ‘클라시스(함대)’에서 유래했다. 이는 그곳에 로마 제국의 제2함대가 주둔했던 항구 시비타스 클라시스(Civitas Classis)가 있었기 때문이다. 성 아폴리나리스의 무덤 위에 세워진 성당 비잔티움의 라벤나가 가장 번성하던 시기에 가장 웅장하게 지어진 건물이 클라세에 있다. ‘클라세의 산타 폴리나레 대성전(Basilica di Sant‘Apollinare in Classe)’이다.. 2023. 7. 20.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