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톨릭교회 신앙 되살아나고 있다
<= (사진설명)
▲성모승천대축일을 앞두고 2일 중국 산서성 판치엔산 성모성지를 오르는 타이위안교구 신자 등 중국 순례자들의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보이지도 않는 판치엔산 성모성지를 향해 무릎을 꿇고 또는 맨발로 올라가며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는 중국 순례자들.
▲해맑은 모습으로 판치엔산 성당에서 기도하는 어린이의 표정이 평화롭다.
▲판치엔산 성모성지 대성당 입구 야외제대 앞에 입추의 여지 없이 모여든 중국 신자들.
중국 가톨릭교회 신앙이 되살아나고 있다. 120여년에 걸친 박해를 딛고 일어선 중국 천주교회, 마치 물속에 잠겨있던 거대한 용이 수면위로 올라와 힘차게 비상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7월28일부터 8월5일까지 9일간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중국공동체 방문단(단장 김정수 신부)과 함께한 중국교회 체험은 비록 베이징 일원과 산시(山西)성 일부에 그쳤지만 내연하는 중국교회의 신앙과 그 열기를 피부로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성모 승천 대축일(8월15일)을 앞두고 산시성 성도 타이위안(太原)시 일대를 관할하는 타이위안교구 내 판치엔(阪泉)산 성모성지 순례 행사 동행취재를 중심으로 중국교회의 신앙, 그 단면을 세차례에 걸쳐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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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판치엔산 성모성지로 오르는 길목. 타이위안 교구 등 중국 각 교구에서 온 신자들 얼굴에 땀방울이 맺힌다. 숨이 턱턱 막히는 열기가 포도(鋪道)에 반사돼 튀어오른다. 길가엔 밤새 달려온 신자들 차량이 즐비하다. 신자들이 빽빽이 들어찬 트럭에서 하나둘씩 도로에 내린다.
물이 귀한 탓에 순례자들은 손에 마실 물과 먹을거리를 챙겨들고 있다. 아버지 어깨에 목말을 타거나 어르신들의 손을 꼭잡은 손자, 손녀들도 어른들을 따라 천천히 기도를 바치며 성지를 향한다. 이윽고 포장도로가 끊기자 신자들은 맨발로, 혹은 무릎으로 기어 성모성지를 오른다.
'엑소더스 행렬'처럼 2시간 가량 이어지던 도보순례는 낮은 관목 사이로 나타난 성당에서 멈췄다. 아시시 프란치스코 성인이 손수 지은 포르치운쿨라를 그대로 닮았다.
순례 행렬은 성모성지에 이르자 미사와 영성체, 성체조배로 이어지는 '삼체(三體) 기도'에 푹 빠져든다. 다른 프로그램이라곤 '그리스도의 빛'을 주제로 한 전세계 성모 성화와 성지 사진전시회 뿐. 단조롭기만한 행사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최정진(클라라)씨는 "마치 이집트에서 해방돼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축복의 땅을 향해 가던 이스라엘 백성의 거룩한 순례여정처럼 느껴졌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번 판치엔산 성모성지 순례에 함께한 서울 노동사목위원회 사제단과 수도자, 봉사자 25명 또한 한결같이 "중국교회의 뿌리를 봤다"고 전했다. "오랜 박해를 거쳐 이렇듯 신앙이 되살아나기까지에는 판치엔산을 오르는 신심깊은 순례자들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판치엔산 성모성지의 이같은 신앙 열기엔 오랜 박해를 거쳐온 타이위안교구 순교 역사가 그 밑바탕에 깔려있다. 1900년 의화단 사건 당시엔 타이위안교구민 3000여명이 거의 다 희생됐고, 1967년 문화대혁명 때에도 성직자와 수도자 60여명이 박해로 순교하거나 감옥에 갇혔다.
그럼에도 타이위안교구는 오늘날 중국에서 가장 활발한 선교활동을 펼치는 교구로 떠올랐다. 이는 이같은 순교전통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교구 관계자들 전언. 중국 교회에서는 이례적으로 타이위안교구가 신학생을 공식적으로 서울대교구에 보내고 이번 성모의 날 행사를 기해 한국교회를 비롯해 베트남, 필리핀, 남미 공동체 가톨릭 성직자와 수도자, 신자들과 공식 만남을 가진 배경도 여기에 있다.
1980년대 중국이 개방되면서 정부 협조로 재개발된 판치엔산 성모성지는 면모를 새롭게 하고 있다. 타이위안교구장 리지엔탕(李建唐) 주교와 교구민들은 1987년 성모성지 성당을 재건한 데 이어 성지 내 사적지를 속속 복원하고 있다. 6살 어린이들은 벽돌 한장을, 학생들은 하교 뒤 책가방에 흙을 담아 나르는가하면, 비지땀을 흘리며 성지개발에 힘을 보태는 신자들 덕에 이제 성지는 제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글ㆍ사진=전대식 기자
[판치엔산 성모성지]
타이위안교구 판치엔산 성지는 중국가톨릭교회 대표적 성모성지다. 해마다 8월2일부터 15일 성모승천대축일까지는 중국 각지에서 10만여명씩 몰려들 정도다. 타이위안시에서 동남쪽으로 40㎞ 가량 떨어진 타이항(太行)산맥 줄기 판치엔산 산상에 있으며, 해발 1760m 고지에 자리한 성지엔 대형 예수성심상과 성모성당, 성모당, 성물판매소 등이 들어서 있다.
판치엔산이 성모성지로 개발된 데는 박해와 맞물린 사연이 있다. 1783년 박해를 피해 성모상만 안은 채 판치엔산으로 몸을 피한 스페인 출신 작은형제회 선교사가 동굴 근처로 몰려든 늑대 무리에 놀라 성모께 의탁하며 기도를 바치자 늑대가 하나둘씩 사라진 전승이 계기가 됐다. 당시 선교사들과 함께 판치엔산에 피신한 신자들은 산에 동굴을 파 성모상을 모시며 살았고 훗날 이곳에 각 본당별로 성모당을 세우기도 했다.
아편전쟁(1839~42년) 이후 박해시기와 문화혁명 당시에도 선교사들이 산속으로 피신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판치엔산에 숨어든 신자들은 성모 전구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믿고 있다. 1897년 판치엔산 성당이 건립됐는데 성전 신축 당시에도 기적같은 일들이 벌어졌다고 이들은 증언하고 있다.
판치엔산 성모성지는 1980년대 중국 개방이후 정부 협조 속에 재개발됐으며 성당은 1986년 타이위안교구 노력으로 복원됐다. 이같은 신자들 성모신심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8년 성모승천대축일을 기해 전대사를 얻을 수 있는 성모성지로 공식 공표했다. 현재 타이위안교구는 이 판치엔산 성모성지에 교육관과 피정의 집을 세워 사제와 신자들의 신앙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전대식 기자 평화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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