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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한국교회사80장면

(11) 1961년 한국주교단 산아제한 반대 공동 사목교서

by 세포네 2006. 7. 31.

“자연법 반한 산아제한 인간에 대한 흉악공격”

“健全한 家庭의 防衛聲明

한국 가톨릭 주교단에서는 천주의 의지발로인 자연법(自然法)에 반(反)하는 방법에 의한 ‘산아제한’의 실행을 단죄(斷罪)하는 동 주교단 공동교서를 발표하고 이를 교내외에 성명하였다. 동교서는 “최근 인간의 존엄성과 건전한 가정도덕에 대하여 도전해오고 또 날로 확대되어가고 있는 흉악한 공격에 자극되어 자기들에게 맡겨진 신자들로 하여금 일반적 추악(醜惡)에 연루(連累)되거나 휩쓸림으로써 마침내는 질식되고 마는 그러한 일이 없도록 그들에게 경고할 필요를 느기게 되었다”고 하여 이같은 취지의 교서를 발포(發布)하지 않을 수 없는 한국의 당면한 사회정세를 시사하고 있다.”(가톨릭시보 1961년 10월 8일자 1면 중에서)

인구조절정책에 강한 반대입장

1960년대 초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정부가 인구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표명한 사례가 거의 없었고, 피임 약제나 기구의 수입도 금지돼 있었다. 하지만 1961년 4월 1일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창립되고, 이어 5.16 군사정권 초기의 국가 최고 통수 기관이었던 국가재건회의에 의해 같은 해 11월 13일 “급증하는 인구를 조절하여 국가의 경제 발전을 기하고 모자 보건의 증진과 국민 생활 향상을 도모하고자” 가족계획을 통한 인구 조절 정책이 채택된다. 이로써 가족 계획은 국가 경제 개발 계획에 포함되게 되며 피임약제 및 기구의 급수 해제 및 국내 생산이 허용되고, 이후 1980년대 중반까지 인구 억제 정책은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 대상이 된다.

따라서 이 해는 우리나라의 생명 및 가정사목과 관련해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는 시기가 된다. 그런 와중에서 주교단이 공동으로 교서를 발표하고 산아 제한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밝힌 것은 그만큼 이 문제가 향후 야기하게 될 심각한 후유증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기사는 교서의 전문을 충분히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교회는 인구문제로조차 오는 신자들의 생활 및 여러 현실적인 당면 문제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현대의 역대 교황 및 현 요안 교황께서도 이 문제에 관한 권고와 규정을 발표하신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정세는 이 문제의 시련장(試鍊場)이 된 감이 잇으며 여기 유물론적 해결책을 강요하는 실정에 있으므로 교회로서는 이 같은 중대 논평과 경고를 발하게 된 것이다.”

보도는 가톨릭교회가 인구 문제와 관련한 분명한 입장과 확고한 가르침을 이미 발표한 바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번 교서의 발표가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전제하고 “인공유산, 단종법, 오나니즘 및 피임을 목적으로 한 여러 가지 기구 사용 등은 천주의 법과 자연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특히 교서는 어떤 이유로도, 즉 경제적으로나, 모체의 생명 보존이라는 이유로도 감행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교서는 이러한 윤리적인 오류들이 “정신적인 요소를 부정하거나 멸시하고 오직 인간의 온 행복을 현세의 쾌락 속에만 두는 일종의 유물론적 사상에 기인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창조주인 천주의 모든 법과 생명의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단죄하고 있다.

교서는 이어 문제 해결을 위해 5가지 제안을 하고 있다. 즉, 결혼 적령기의 연장, 축첩 폐습 시정, 극기 정신 함양, 해외 이민, 외국 원조의 원할한 활용 등이다.

이처럼 가톨릭교회는 인구 조절을 위한 국가 정책에 대해 단호한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으나 이후 국가 정책과 사회 풍조는 이러한 교회의 제안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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