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 어우러진 동해안 넉넉한 강원도 인심은 '덤'
▲특이한 모습의 건축형태가 눈길을 끄는 강릉 경포대 건너편 초당동성당.
▲강릉 주문진본당 인구공소 마당에 있는 방갈로.
▲더위를 못 견디는 젊은이들은 벌써 바다에 풍덩 몸을 던지고 여름을 즐긴다. 화진포해수욕장.
▲설악동본당 허동선 신부(왼쪽에서 두번째)와 본당 가족들이 "설악동성당 방문을 환영합니다"라고 쓴 현수막을 걸고 피서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수가 도시 매연에 찌든 가슴을 탁 트여 준다.
휴가철이다. 쉬려면 다람쥐 쳇바퀴처럼 도는 일상에서 벗어나 떠나야 한다. 그러나 막상 떠나려고하면 얄팍한 지갑을 먼저 들여다 보게 된다. 그래도 떠나자. 열심히 일했으니까 가서 쉬고 돌아오자. 유명 피서지가 아니면 어떻고 시설 좋은 곳이 아니면 어떤가. 메마른 도시생활에서 허기진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곳, 길을 가다 우연히 들른 성당에서 교우들의 따뜻한 미소를 만날 수 있는 곳이면 만족스럽지 않을까. 떠날 채비를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곳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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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5분만이라도 좋다. 칠흑처럼 어두운 밤, 해변에 나가 눈을 감고 파도 소리를 들어보라. TV 뉴스와 차량 소음, 빌딩 불빛에서 멀찍이 벗어나서 말이다.
밤바다가 아니라도 좋다. 이른 아침 계곡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바위에 걸터앉아 푸르고 싸늘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셔보라. 가슴이 얼얼해질 정도로 깊숙이.
동해안은 해변의 낭만과 계곡의 청량한 휴식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휴가지다. 그래서 피서철만 되면 영동고속도로는 교통체증에 몸살을 앓는다.
▶동해안 가는 길에
동해안으로 가는 도중 후끈거리는 아스팔트 열기에 지치면 대관령 바로 아래에 있는 횡계로 빠져나가도 좋을 듯 싶다. 횡계리 읍내에 있는 횡계성당(033-336-1120) 분위기가 고즈넉하다. 공소에서 출발한 본당이라 성당 내부가 아담하고 고풍스럽다. 대도시 본당 신자라면 어릴 적 공소 추억이 떠올라 빙그레 미소 지을 게다. 마당에 핀 예쁜 야생화도 눈을 즐겁게 해준다.
마당에서 오른쪽으로 보면 창고 같은 조립식 건물이 있다. 가난한 본당 사제관이다. 초인종을 누르면 수염 덥수룩한 고봉연 주임신부가 나와 반갑게 맞아준다.
고 신부는 "횡계는 해발 750m 고지라 한 여름에도 모기가 없다"며 "요즘은 동해안에서 해수욕을 한 뒤 저녁 때 잠을 자러 횡계로 올라오는 피서객이 많다"고 한다. 고 신부는 매주일 오전 8시 용평리조트내 타워콘도 2층 사파이어실에서 관광지 미사를 봉헌한다.
횡계에서 나와 옛 대관령 길을 타면 한결 한적하고 운치 있다. 천천히 꼬불꼬불 내려가야 하는 '아날로그 시대' 도로다. 그 큰 고개를 깎고 뚫은 옆 길 '디지털' 고속도로에서는 차들이 경주를 하듯 씽씽 달린다.
▶경포대 건너편의 현대식 성당
동해시와 속초시 구간에는 옥계ㆍ경포대ㆍ낙산ㆍ주문진 등 이름난 해수욕장과 항(港)들이 줄지어 있다.
이 구간은 피서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전국 곳곳에 관광지가 많이 들어서 피서객수가 해마다 줄어든다는 게 주민들 말이다. 낙산사 부근에서 만난 한 상인은 "숙박업소건 음식점이건 가격 경쟁이 심해 피서객 입장에서는 비용이 예년보다 덜 들 것"이라고 귀띔한다.
강릉권에는 임당동ㆍ옥천동ㆍ노암동ㆍ주문진ㆍ초당동ㆍ옥계ㆍ솔올본당 등 7개 본당이 있다. 해수욕장에서 아무리 멀어도 20분 안에 닿을 수 있는 성당들이다.
특히 경포대 건너편에 있는 초당동성당은 건축형태가 특이하다. 물방울 모양의 평면을 따라 둥글게 에워싼 원형인데 언뜻 미술관이나 첨단연구소처럼 보인다. 그러나 천천히 살펴보면 현대 종교건축의 색다른 면을 발견하게 된다. 흰색의 원형 내부, 부활하는 예수상, 순례길 같은 성당 진입로, 12사도 기둥 등 곳곳에 종교적 상징과 은유가 숨어 있다.
정귀철 주임신부 설명을 들으면 '무슨 성당이 이렇게 생겼어?'하는 의문이 '하느님 집을 이렇게도 지을 수 있구나'하는 감탄으로 바뀐다. 성당 조금 못 미쳐 초당 순두부 마을을 지나갈 때는 햇콩과 바닷물로 만든 순두부의 담백한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 것이다.
▶설악산을 닮은 사제를 만나다
남한 제1의 명산 설악산을 끼고 있어 피서객이 가장 붐빈다. 피서 절정기에는 숙박 장소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일부 숙박업소에서는 바가지 요금을 부른다.
그럴 경우 설악산 초입에 있는 설악동본당(주임 허동선 신부)에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성당에 50명 정도 묵을 수 있는 큰 방 2개가 있다. 인근 물치항에 있는 물치공소에도 80명 단체손님이 묵을 수 있는 시설이 있다. 7월25일부터 8월5일까지는 예약이 꽉 찼지만 그 밖의 날짜에는 다소 여유가 있다.
설악동본당 인터넷 홈페이지(www.sulakca.org)에서도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상단 메뉴 '교우상가'에 본당 신자들이 운영하는 숙박업소ㆍ음식점ㆍ기념품점 등이 소개돼 있다.
올해 67살인 허동선 주임신부는 설악산을 닮은 사목자다. 소박한 말씨와 모든 것을 다 포용할 것 같은 웃음은 낯선 방문객을 '무장해제'시킨다. 허 신부를 만나면 성직자로부터 얻는 영적 휴식도 취할 수 있다. 허 신부는 7월30일, 8월6일, 8월13일 오전 6시30분 아침미사를 속초시내 해맞이공원에서 피서객들과 봉헌할 계획이다.
지난 5월초 미시령 동서관통도로가 개통된 덕분에 속초가는 길이 훨씬 빨라졌다.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서 속초시까지 15분이면 된다.
▶오색약수터의 넉넉한 인심
꼬불꼬불 고갯길 정취를 느끼고 싶어 한계령으로 방향을 틀었다면 오색약수터에 들러 약수 한 모금 마시고 가도 좋을 듯하다.
오색약수 상가밀집지역에 산나물ㆍ약초 도소매점 부산상회(033-672-4456)가 있는데 주인 신연수(마리아고레띠, 42)씨는 마음씨 좋기로 소문났다. 도시 본당에서 바자를 연다고 연락해오면 가게 물건을 이익 남기지 않고 푹푹 퍼준다. 김수환 추기경이 등산에 한창 재미를 붙이던 1990년 전후반 설악산에 올 때마다 약차(藥茶) 한 잔 얻어 마시고 간 집이기도 하다
오색약수터의 조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면 하룻밤 묵어가는 건 어떨가. 민박집 '평양할머니댁(033-672-4706)' 주인 강명실(안젤라, 81) 할머니는 천주교 교우라면 끔찍이 챙겨준다. "교우가 온다는디 내레 남들과 똑같이 받을 수 있나. (숙박비) 걱정말고 오라우."하는 할머니의 평양 사투리에서 인정이 묻어난다.
오색약수터 주전계곡은 비경 중의 비경이다. 주전골→용소폭포→십이선녀탕→여심폭포 등반코스는 3시간30분 거리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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