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큰딸 유해. 호손 곁으로
◀ 나다니엘 호손의 둘째딸로 수녀회 창립자가 된 로즈 호손(왼쪽) 수녀와 아버지 나다니엘 호손 무덤 옆에 안장된 큰 딸 우나 호손(오른쪽).
소설 '주홍글씨' '큰바위얼굴'의 저자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19세기 미국의 대표적 작가 나다니엘 호손(1804-1864).
최근 호손가에 얽힌 얘기가 미국 가톨릭 교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나다니엘 호손의 딸 로즈 호손(1851-1926)은 고통받는 가난한 환자들에 대한 봉사를 통해 그리스도를 섬기는 호손 도미니코 수녀회 창립자다. 더욱이 로즈 수녀는 관할 뉴욕 교구에서 2003년부터 시복재판이 진행 중인 '하느님의 종'이기도 하다.
호손가 얘기가 다시 화제에 오르고 있는 것은 호손 도미니코 수녀회 수녀들이 최근 영국에 있던 로즈 수녀의 어머니와 언니 유해를 미국에 있는 아버지 무덤 옆으로 이장한 것과 관련해서다.
나다니엘 호손은 아내 소피아 사이에 두 딸(우나와 로즈)과 아들(줄리안)을 두었다. 청교도적 가풍을 이어받은 호손은 아내와 자식들을 매우 사랑했으나 호손은 1864년 죽어서 메사추세츠 주 콘코드의 슬리피 할로우 공동묘지에 묻혔다. 남편이 죽은 후 아내 소피아는 아이들과 함께 독일을 거쳐 영국으로 이주해 살다가 1871년에 사망했고, 큰딸 우나 호손도 1877년에 죽었다.
둘째 로즈 호손은 조지 파슨스 래스롭이라는 청년과 결혼했다. 랩스롭은 잡지사 일을 하던 문학인이었고 로즈 역시 아버지의 재능을 이어 받아 작품 활동을 하기도 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들이 있었으나 5살 때 죽었다. 두 사람은 1891년 가톨릭으로 개종, 당시 미국 프로테스탄트 사회에 큰 논란을 빚었다. 당시 가톨릭으로 개종은 치명적 타격이었다.
1895년 남편과 헤어져 뉴욕으로 온 로즈는 1896년 암 환자 간호 교육을 받으면서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한 소명에 눈을 뜨게 된다. 뉴욕의 고통받는 가난한 병자들을 위해 봉사하던 로즈는 남편이 죽은 후 1900년 12월 8일 자신을 따르던 앨리스 후버와 함께 첫 서원을 하고 호손의 도미니코 수녀회를 세우게 된다. 수녀회에서 '마더 알폰사'라고 불린 로즈는 평생 고통받는 병자들과 함께 하다가 1926년 세상을 떠났다.
영국에 있는 창립자 수녀 어머니와 언니 묘지 관리비를 부담해오던 수녀회 수녀들은 지난해 영국의 묘지 관리인으로부터 대대적 묘지 수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논의 끝에 생전에 잉꼬 부부처럼 살았던 나다니엘 호손과 소피아 호손 부부를 한 곳에 모시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런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후원인들의 성금 등을 모아 수녀들은 마침내 6월26일 메사츄세츠주 콘코드 공동묘지 나다니엘 호손 무덤 옆에 아내 소피아와 큰 딸 우나의 유해를 안장할 수 있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뉴욕=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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