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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한국교회사80장면

(5) 1955년 ‘당대의 지성 육당 최남선의 개종’

by 세포네 2006.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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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앙의 핵심 언급
개종 당위성과 명분 설파

“나는 왜 가톨릭에로 改宗하였는가
- 六堂 崔 베드루 南善

대개 가톨릭은 人類文化의 宗敎分野를 擔當한 ‘이스라엘’ 民族으로 말미암아 啓示되고 鍊마되고 完成된 敎門에 希랍의 哲學과 羅馬의 組織力과 乃至 近至思想의 精華까지가 融會 合成한 것이다.

저 造物主로서 天地萬物 第一原因을 明示하고 신의 權能과 섭理로서 萬物相互의 秩序와 調和를 說明한 것이, 그 一端이다. 이만할진대 個人의 救靈으로나 民族의 復活 指導力으로나 아무 不知함이 없지 않니할가.

나는 이에 儒敎 佛敎 모든 敎門에 廣求하여 얻지 못하던 바를 이제 가톨릭에서 얻은 느낌이 났도다. 그리고 아울러 百餘年前 先正의 가톨릭 導入의 眞精神에 神合冥契를 깨달아 못내 기뻐하는 者로다.”(가톨릭時報, 1955년 12월 25일자 5면)

가톨릭時報 1955년 12월 25일자 5면에는 거의 전면을 할애해 육당 최남선 선생이 가톨릭으로 개종한 이유에 대해 적은 글을 싣고 있다. 이 글은 개종 직후인 12월 17일자 한국일보에 발표한 것으로, 당대의 지성인답게 가톨릭 신앙의 요체를 핵심적으로 파악하고 자신이 불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을 하는 당위성과 명분에 대해 설파하고 있다.

육당은 여기에서 우선 인생과 종교의 관계를 인체와 공기의 관계에 비유해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서 종교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임을 전제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는 이어 신이라는 개념에 대해 적으며 계시로서의 신 개념을 제시하고 인간 구원은 사람이 신에게서 무한한 생명과 능력을 찾아냄으로써 신인합일의 경지에 도달하고 그것이 종교의 구원 능력으로 인간 앞에 드러나게 된다고 말한다.

육당은 나아가 종교적 구제가 개인적이기도 하지만 국가와 민족의 집단적 요구에 적응해야 할 경우도 있음을 지적하고 당대 한국 땅에서 요구되는 종교는 개인의 정신적인 구원이기도 하지만 국가적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그 역할을 할 것을 주장한다.

바로 이러한 자신의 종교적 이상으로부터 육당은 인생과 신앙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고 불교로부터 혼탁한 세상의 구제를 기대했으나 얻은 바가 없음을 토로한다. 그는 이어 한국 민족의 역사와 전통을 돌아보며, 그 찬란한 한 시기를 천주교 신자들의 순교 정신에서 찾고 있다.

육당은 아울러 우리 민족에서 나타나는 후진성에 대해 성찰하며, 서양 근세의 문화에 주목해 그 바탕을 이루는 희랍의 정신문화와 과학의 기초, 르네상스 이래 인문 정신과 중세기 스콜라 철학에까지를 거슬러 훑고 특히 2천년 역사의 가톨릭 교회의 진리의 힘을 서양 문화의 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육당은 이제 정신적인 빈곤을 느껴온 한국이 서학의 전래로 받는 정신적 충격을 묘사하며, 2천년 역사를 거쳐 오면서도 동요하지 않고 여전히 위용을 간직한 가톨릭에 시선을 집중하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가톨릭은 섬세하고 엄격하여 정신 생활 원리로 거의 충족한 성능을 구비한 것 외에 다만 종교적인 진리 면에서도 화엄의 십현(十玄)과 법화의 삼주(三周)에서도 오히려 방불치 못하는 우주 인생의 비결을 명쾌히 설파한 점이 부족한 바가 없도다.

저 조물주로서 천지 만물의 제일 원인을 명시하고, 신의 권능과 섭리로써 만물 창조의 질서와 조화를 설명한 것이 그 일단이다. 이만할진대 개인의 구령으로나 민족의 부활 지도력으로나 아무 부족함이 없지 않을까?

나는 이에 유교, 불교, 모든 종교에서 찾아 얻지 못하던 바를 이제 가톨릭에서 얻은 느낌이 났다. 그리고 아울러 백여 년 전 선조들이 가톨릭을 도입한 그 정신을 깨달아 못내 기뻐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이제 육당은 단지 개인적인 구제에 머물지 않고, 조국의 내일을 위해서도 가톨릭을 선택해야 할 명분이 있음을 밝힌다.

“오늘날 이 정세에서 한국의 내일을 믿음직하게 맡길 곳이 이 가톨릭을 빼고 또 무엇이 있다 하랴! 1955년 11월 17일에 과거 5,60년간의 종교적 체험을 청산하고 가톨릭에 입교하여 영세하니 이것이 나에게 있어서는 개인적으로 구령(=영혼 구원)인 동시에 국가 민족에 대하여는 조국 근대화의 밑바탕이라고 생각한다. 우둔한 나에게 이러한 식견을 열어주신 천주께 무한한 성총을 감사하면서 이 붓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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