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올라가신 그 모습대로 다시 오소서!
28일은 주님 승천 대축일이다. 이날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가 구원사업을 완성하시고 하늘에 올라가셨음을 기념하는 축일이다. 주님 승천 대축일은 예수 부활 대축일로부터 꼭 40일째 되는 날 즉 부활 후 여섯번째 목요일에 지낸다. 하지만 한국 천주교회는 이 날이 공휴일이 아니기에 교회 전례력 지침에 따라 부활 제7주일을 주님 승천 대축일로 지낸다.
성경은 예수 승천으로 예수 시대가 끝나고 성령의 시대 곧 교회시대가 열렸음을 말해준다. 성경은 아울러 예수 승천은 교회 시대가 막을 내릴 때 예수께서 재림하실 것임을 고백한다. 그래서 교회는 주님 승천 대축일 미사 때 입당송으로 예수 그리스도 재림을, 영성체송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공동체 안의 현존을, 본기도로 예수 그리스도 승천으로 인간의 품위가 높아졌으니 천상의 것을 추구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
주님 승천 대축일을 맞아 모든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에 동참해 하느님 영광에 들어갈 수 있길 희망하며, 예수 그리스도 승천을 묵상할 수 있는 성화 두 작품을 소개한다. 14세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조토 디 본도네(1266~1337)의 작품 '승천'과 15세기 후반 프랑스 아베빌 튀송 카르투지오수도원에 걸려 있던 작가 미상의 작품'주님 승천'이다.
<사진 자료 제공= 한국교회사연구소>
------------------------------------------------
예수 그리스도 승천에 관한 신약성경 기록들을 보면, 예수께서 부활하신 지 40일째 되는 날 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구름에 싸여 하늘로 오르셨다(사도 1,9-11)고 기록돼 있다. 마르코 복음은 "주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다음 승천하시어 하느님 오른쪽에 앉으셨다"(16,19)고 하며, 루카 복음서는 부활하신 예수께서 제자들을 베타니아 근처까지 데려가 그들에게 강복한 다음 하늘에 올라갔다(24,50-51)고 한다. 이처럼 주님이신 예수께서 부활한 뒤 승천해 하느님 영광을 받았다는 믿음은 초대교회때부터 '신경'으로 내려오고 있다.
또한 전례력에서 주님 승천 대축일은 예수 성탄 대축일, 예수 부활 대축일, 성령 강림 대축일과 동급으로 지내오며, 이날 그리스도가 지상을 떠남을 상징해 부활초를 끈다.
'승천'은 교회 미술에서 5세기 이후 다뤄진 주제이다. 서방교회에서 11세기까지 승천을 주제로 한 작품 모두는 하느님 손이 구름 속에서 내려와 언덕 위에 옆으로 서 있는 예수 손을 잡아 끌어 올리는 모습으로 그렸다.
반면 6세기 비잔틴 예술을 꽃피운 동방교회는 그리스도의 신성을 강조해 정면을 향한 예수가 후광에 싸여 지상에서 하늘로 올라가고 있고, 천사가 그를 받치고 있는 모습으로 승천화를 그렸다. 또 승천하고 있는 예수는 구원받을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생명의 책인 두루마리를 들고 축복하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또 동방교회 승천화에는 성경에 언급돼 있지 않은 동정녀 마리아와 역사적으로도 시기가 맞지 않는 사도 바오로가 함께 등장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서방교회는 11세기 들어서 승천화에 예수 그리스도 모습을 정면으로 그렸고, 신성을 강조한 동방교회와 달리 예수 그리스도의 인간성을 강조해 승천하는 예수가 양손을 펴 십자가의 상처를 보여주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아울러 예수의 머리에는 대체로 후광이 있으나, 동방교회처럼 항상 천사들이 예수를 받들고 있지는 않다.
▨ 조토 디 본도네의 '승천'
(1304~1306년, 파도바, 스크로베니 성당)
조토는 서양 미술사에 르네상스 미술양식을 예시해줘 '유럽 회화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는 위대한 이탈리아 화가다. 조토는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대성당 프레스코화와 성 베드로대성전 입구 모자이크 '물 위를 걷는 그리스도', 피렌체 성 십자가성당의 프레스코화 등으로 유명하다.
파도바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서쪽 바킬리오네 강가에 있는 고도로 시인 단테가 살던 곳이다.
조토는 파도바 스크로베니 성당에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주제로 한 프레스코화를 남겼다. 스크로베니라는 이름은 단테의 글에 나오는 악덕 고리대금업자의 아들 엔리코 스크로베니가 로마시대 원형극장이 있던 곳에 성당을 지은 사실에서 비롯됐다. 스크로베니 성당은 1303년에 세워져 1305년에 봉헌됐으며, 조토는 1305년부터 2년에 걸쳐 성당 서쪽 벽에 '최후의 심판'과 나머지 3개 면에 요아킴과 안나의 생애, 성모 마리아의 생애,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수난, 오순절 사건을 3층으로 나눠 그렸다.
조토의 주님 승천화는 5세기부터 11세기까지의 서방교회 승천화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작품 한 가운데에는 후광에 감싸여 승천하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조토는 서방교회 승천화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아 예수 그리스도의 옆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조토는 하느님 손에 이끌려 들려지는 전통 그림과 달리 하늘로 올라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손을 과감하게 잘라 예수께서 수동적으로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하느님의 천주성에 참여한 것임을 드러내 주고 있다. 하늘로 올라가는 예수 좌우 편에는 천사 무리와 성경의 선조들이 도열해 예수 그리스도를 환호하고 있다. 지상에는 성모 마리아와 함께 11명 사도들이 천사의 인도로 기도를 하고 있다. 이들 시선은 사도행전 1장을 연상시켜주듯 모두 예수의 모습을 감추고 있는 구름에 머물러 있다. 또 사도들에게 나타난 두 천사는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사도 1,11)라고 말하고 있다.
▨ 작가 미상 '주님 승천'
1485년, 프랑스 아베빌 튀송 카르투지오회 수도원 패널화, 현 시카고 미술관 소장
카르투지오회는 1084년 프랑스 샤르트뢰즈에서 성 브루노(1032~1101)가 창설한 관상수도회로 고독한 은수자의 생활과 수도원 공동생활을 병행했다. 즉 그들은 기도, 연구, 식사, 취침을 모두 각자 방에서 해결하고, 밤기도와 아침미사, 저녁기도 때만 성당에 모였다. 특히 카르투지오회 수사들은 거친 모직 수도복을 입고 고기를 전혀 먹지 않으며 청결, 청빈, 순종 서원을 통해 오직 하느님과 합일을 추구하는 수도생활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485년경 이 수도원에서 패널화로 제작된 '주님 승천' 그림은 지극히 동방교회풍이다. 특히 구성과 색채가 비잔틴 양식의 승천화와 흡사하다. 승천하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 모습도 전통적으로 옆모습을 그리고 있는 서방교회풍이 아닌 정면으로 바라보는 비잔틴 풍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사도들이 보는 앞에서 구름에 감싸여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지상에 자신의 존재 표시로 언덕 위에 양 발자국을 남기고 서서히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마치 동방정교회가 관리하고 있는 예루살렘의 주님 승천 성당 바위에 새겨진 예수 발자국을 연상시킨다. 이 표현 역시 비잔틴풍이라 하겠다.
비잔틴 요소는 또 있다. 승천하고 있는 예수는 머리에 후광을 한 채 오른손으로는 사도들을 축복하고 있다. 그리고 예수의 시선 방향도 오른쪽, 왼쪽 서로 다르다. 예수 그리스도의 양 시선 방향이 서로 다른 것은 어느 방향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보더라도 보는 이와 예수의 시선이 마주 바라보고 있는 것과 같은 착시 현상을 주기 위해서다. 이것 역시 비잔틴 양식의 화가들이 즐겨 사용한 기법이다.
지상에는 성모 마리아와 함께 사도 12명이 하늘에 오르는 예수 그리스도를 보며 손을 모아 기도를 드리고 있다. 조토의 주님 승천화와 달리 이 그림에 12명 사도가 있는 것은 동방교회의 비잔틴 화풍을 받아들여 예수를 배반한 유다 대신 사도 바오로를 등장시킨 것이다. 지상의 인물 중 시선이 자연스럽게 머무르는 가장자리에 성모 마리아가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다. 성모 마리아는 호화스럽다고 할 만큼 화려하고 짙은 남색 망토를 걸치고 있다. 성화에서 이 짙은 코발트 색은 하느님과 합일된 성스러운 삶의 신비를 표현하는데 즐겨 사용하는 색이다.
카르투지오회 수사들이 성모 마리아에게 이 짚은 남색 망토를 입힌 것은 하느님과 합일을 갈구했던 자신들의 수도생활의 원형이 바로 성모 마리아라는 것을 고백하려는 뜻이다. 그래서 무명 작가는 성모의 망토 끝자락에는 금실 자수로 '살베 레지나(Salve Regina, 여왕이시여)를 비롯한 성모 호칭 기도를 새겨놓았다.
'[교회와 영성] > 성미술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금 성모자상 (0) | 2006.06.06 |
---|---|
니꼬베야의 마돈나 (0) | 2006.06.06 |
성화로 본 성령 강림 대축일 (0) | 2006.06.06 |
예수와 제자 요한 (0) | 2006.05.07 |
놀리 메 탕제레, 부활 (0) | 2006.05.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