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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서의인물(구약)

[67] 개혁을 외친 예언자 말라기

by 세포네 2006. 4. 23.

말라기서는 구약 예언서의 마지막 책이다. 말라기 예언자는 야훼의 말씀을 받아 이스라엘에 대한 경고를 기록했다. 말라기는 무엇보다도 율법의 존중을 주장했고 이스라엘 고유의 신앙 특성을 살리기 위해 성전 예배를 강조했다.

 

말라기라는 이름은 '나의 사자?라는 의미를 띠고 있다. 이 이름은 야훼가 자기 앞의 길을 준비하기 위하여 '사자'를 보내겠다고 약속한 3장 1절에서 인용한 것이다.

 

저자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지만 예루살렘에 살던 생각이 깊은 유다인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는 하느님을 경외하는 애국심에 투철한 인물로서 당시 사회의 부패상에 대하여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즉 부정부패로 물든 제사장, 제물에 대해 경박한 태도를 가졌던 백성들, 그리고 과부와 고아에 대한 무관심, 불성실한 결혼 등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하고 있다.

 

말라기 예언자가 활약한 시대는 대개 기원전 460년께로 추정된다. 이때는 하깨와 즈가리야의 활동으로 살아났던 종교적 분위기가 다시 사라지고 종교는 타락해 야훼 하느님께 대한 불경과 불신이 만연한 상황이었다. 당시 성전은 낙성되었지만 예배의식은 타락해있었다. 경건성과 소박한 기풍은 이미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제사장들도 야훼를 무시하고, 제단에도 값싼 물건이나 흠 있는 물건을 올려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뇌물이 공공연하게 유행하고 정의를 세우려는 자가 없었다. 착취당하는 고아와 과부의 원한은 하늘에 사무쳤다.

 

백성들의 생활은 향락과 욕심으로 가득 차고 이혼은 유행처럼 번져있었다. 무속행위와 간음과 거짓 증언이 팽배했고 종교가와 지식인들은 자신들의 이기적 욕심을 채우기에 급급했다. 많은 경건한 사람들은 포로생활에서의 귀환으로 곧 영광스러운 메시아 시대가 박두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사 49,8-26: 41,18-19 예레 23.5-6 에제 34,26-30) 그러나 포로생활에서의 귀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참한 현실은 그치지 않았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느님은 과연 계신가?라고 반문하면서 ?왜 우리는 지금도 시나이 계약의 하느님 명령에 순종해야 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말라 2,17: 3,14). 사제들마저 그 순수성을 잃고 하느님께 바치는 제물을 아까워하면서 불의를 자행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자 귀환 초기에 가졌던 희망이 사라지면서 암울한 시대를 초래하게 되었다.

 

말라기의 메시지는 초기 예언자들의 윤리적 정신을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정의를 촉구하고 거짓 맹세와 다른 폐습들을 반대한 것 등을 들 수 있다. 말라기는 진정한 종교의 내적 본질을 주장하고 있다. 말라기가 공격한 이러한 악폐들이 바로 에즈라와 느헤미야에 의해 시작된 개혁의 본질적인 것이었다.

 

이렇게 이스라엘의 영적 쇠퇴기로 빠져들어 갈 때 말라기 예언자는 하느님의 사자로 나타나서 '낙담의 시대를 위한 메시지'를 선포했다. 말라기는 낙담과 환멸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주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그는 백성들을 향하여 진지하게 하느님을 대하도록 설득하는데 노력했다. 말라기는 종교의식 준수는 물론 윤리적 교훈에 관해서도 혁신적인 길로 가도록 권고하고 있다.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대개 불신, 부도덕에 빠져 하느님을 멸시하고 악행을 일삼고 교만과 회의에 빠져있었다.

 

그러나 극소수였지만 끝까지 야훼께 충성을 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3,16) 말라기는 무엇보다 율법의 존중을 주장하였다. 또한 성전예배와 모든 의식을 율법대로 실천하기를 권하였다.

 

여기서 말라기가 율법이 생활의 실천적 규범이라고 외친 것은 다름아닌 율법 속에 있는 정신을 실천하라는 외침이었다.

 

포로생활에서 귀환한 백성이 고국에 돌아와서 문제가 되었던 것은 무엇보다 혼인문제였다. 이 혼인문제는 단순히 사회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앙생활의 기본 문제와 상통하는 중요한 문제였다. 말라기는 부부관계에 이어 부자관계의 질서도 함께 주장하였다. 하느님의 심판의 날이 오기 전에 엄격한 도덕적 생활을 하기를 주장하였다. 건전한 도덕은 부자관계, 즉 효도를 기본으로 삼는다. 그래서 효도는 두 인격 사이의 질서관계의 기본이요 모든 도덕의 밑바탕이라 주장했다.

 

말라기 예언자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메시아에 대한 희망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이때는 하깨와 즈가리야 시대에 걸었던 메시아에 대한 대망이 다소 힘을 잃고 있던 시기였으므로 다시 말라기 예언자는 백성들의 마음속에 그 대망을 불 붙여 준다.

 

말라기 예언자는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느님과 이웃과의 관계를 개선하여 책임감 있는 교회 공동체를 이루고 마음을 회개하라고 채찍질한다. 그러면서도 어떤 경우에도 희망을 잃지 않도록 외치고 계신다.

 

?나는 야훼다. 나는 변하지 않는다. 이제 나에게 돌아와라. 나도 너희에게 돌아가겠다.?(3,6-7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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