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고 푸는 권한
예수님께서는 어느 날 갑자기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마태 16,16)고 질문하셨습니다. 이에 베드로가 “당신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대답하자 크게 칭찬하십니다. 마침내 예수님은 베드로를 교회의 반석으로 선언하여 열두 사도의 수장(首長)으로 삼으시고 그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넘겨주셨습니다.
“잘 들어라. 너는 베드로(그: petros=게파)이다. 내가 이 반석(그: petra=게파)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죽음의 힘도 감히 그것을 누르지 못할 것이다. 또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도 매여 있을 것이며 땅에서 풀면 하늘에도 풀려 있을 것이다”(마태 16,18).
이처럼 예수께서는 시몬 바르요나를 바위라는 뜻의 ‘게파’(아라메아어) 곧 ‘베드로’(그리스어)라 개명(改名)해 주시고 베드로를 ‘반석’으로 하여 그 위에 교회를 세우겠다고 선언하셨습니다. 그와 더불어서 ‘하늘나라의 열쇠’와 ‘매고 푸는 권한’을 주십니다.
그러면 하늘나라의 열쇠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하늘나라의 열쇠를 우리는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에 대한 호된 질책과 연결시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아, 너희 같은 위선자들은 화를 입을 것이다. 너희는 하늘나라의 문을 닫아놓고는 사람들을 가로막아 서서 자기도 들어가지 않으면서 들어가려는 사람마저 못 들어가게 한다”(마태 23,13). 이 말씀으로써 예수님은 저들이 613개 조항으로 된 까다로운 율법 조문으로 천국문의 문턱을 높이고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였다는 점을 호되게 질타하셨습니다. 이 점을 고려할 때에 ‘하늘나라의 열쇠’는 복음의 힘으로 이 천국문의 문턱을 낮추고 죄인들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 구원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권한과 사명을 뜻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교회의 반석인 베드로에게 천국문의 열쇠와 함께 ‘매고 푸는’ 전권이 주어졌다는 사실입니다. ‘매고 푸는’권한은 책임을 묻고 해제하는 권한, 용서의 권한, 나아가 생사를 관장하는 권한을 뜻합니다. 이 엄청난 전권이 베드로와 그가 대표하는 교회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왜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이런 권한을 주셨을까요? 한 마디로 예수님은 당신의 ‘후계자’가 아닌 ‘대리자’가 필요했습니다. 인간이 걸핏하면 분열하는 특성을 갖고 있었기에 ‘구심점’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오늘날 각 교회 교파들이 서로 자신만 옳다고 주장하면서 분열이 반목하는 것을 보면 이런 일치의 제도적 장치가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절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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