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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사도신경이야기

'와라' 그리고 '가라'

by 세포네 2006. 4. 23.

'와라' 그리고 '가라'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구현하고자 했던 하느님 나라가 구약의 하느님 백성이 기다리던 그 나라라는 것을 분명히 드러내기 위하여 일부러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상징하는 ‘열두’ 제자를 뽑으셨습니다. 열두 제자를 중심으로 해서 예수님은 사람들을 공동체로 결속하려 하셨습니다. 이리하여 열두 사도를 중심으로 해서 “예수를 뒤따르고”, “그분 안에 머물며”, “그분처럼 살려”(1요한 2,6) 하는 예수 추종(追從) 공동체가 소규모로 결집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예수께서 제자를 뽑으실 때에 두 가지 정반대 방향으로 부르셨다는 사실입니다. 그 하나가 ‘오라’이고 다른 하나가 ‘가라’입니다.


먼저, 예수께서는 ‘오라’고 하셨습니다. 당신 곁으로 제자들을 부르셔서 당신과 함께 머물게 하셨습니다. 요한 복음 저자는 제자를 ‘주님과 함께 머무는 자’로 표현합니다. “선생님, 어디 머물고 계십니까?”(200주년 성서, 요한 1,38). 사마리아 사람들은 예수께서 그리스도임을 믿고 자기 동네에 ‘머물기’를 청합니다(요한 4,40).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참된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당신 말씀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하십니다(요한 8,31). 제자들이 예수님과 함께 머문다는 것은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로다”(요한 15,4-8)라는 말씀처럼 예수님과 항구하게 그리고 밀접하게 인격적 관계를 맺는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제자들을 ‘오라’고 부르셔서 자신의 곁에 있게 하신 이유는 제자들이 당신을 닮게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마음의 일치뿐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함께 있음으로써 예수님의 지혜와 마음과 삶의 태도를 익히게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예수께서는 ‘가라’고 하셨습니다. 사도(그: apostolos)는 ‘파견 받은 자’라는 뜻입니다. 결국, 예수님이 제자를 부르신 것은 파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가 오고 가고 하는 것은 우리 마음에 따라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부르시고 파견하시는 분에 의해서입니다. 제자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머물면서 듣고 본 것을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행하도록 파견 받았습니다.
파견 받은 사람은 자신의 것을 전하기 위하여 파견 받은 것이 아니라 오로지 주님을 전하도록 파견 받았습니다. 파견 받은 자 안에서 “그분은 커져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합니다”(요한 3,30, 200주년 성서).


그러므로 파견 받은 자가 제 몫을 다하기 위해서는 내 안에 하느님이, 그리스도가 확고하게 자리할 때까지 그리스도와 함께 머물러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기도, 묵상, 성서 읽기, 성사 등 모든 방법으로 그리스도 안에 충분히 머문 다음에 파견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로는 말합니다. “여러분 속에 그리스도가 형성될 때까지 또다시 해산의 고통을 겪어야겠습니다”(갈라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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