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성인들의 통공(1)
뜻풀이
사도신경에서 ‘교회’에 대한 고백에 이어지는 것이 ‘모든 성인들의 통공’을 믿는다는 고백입니다. 이는 가톨릭 교회와 신앙의 백미(白眉)입니다. 라틴어로 ‘communio sanctorum’입니다. 여기서 ‘sanctorum’을 ‘거룩한 것들(sancta)’의 소유격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거룩한 이들(sancti)’의 소유격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말 번역에서는 후자를 택했습니다마는 첫 번째 의미로 알아들을 경우‘거룩한 것들의 나눔’을 의미해서 신앙, 성사, 은사 등을 모든 신자가 공유할 수 있다는 뜻으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현재 사도신경에서처럼 ‘성인들의 통공’으로 번역될 경우, ‘성인들’은 성도들, 믿는 이들을 가리키며, ‘통공’은 서로 친교하고 공로를 나누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성도들은 ‘교회’의 구성원을 말하며, 여기서 ‘교회’는 전통적으로 지상 교회, 연옥 교회,천국 교회로 구분됩니다.윤형중 신부의 「상해 천주교 요리」를 보면 지상 교회를 ‘신전지회’라 일컫고 연옥 교회를 ‘단련지회’로, 천국 교회를 ‘개선지회’로 부릅니다.
우선,지상 교회의 옛 표현인‘신전지회(神戰之會)’에 속하는 성도들이 있습니다. 이는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신자들의 집단을 말합니다. ‘신전지회’는 ‘전투하는 교회’라는 뜻으로서 여기서 ‘전투’란 이 세상에 살면서 죽을 때까지 마귀와 세속과 육신에 대적하여 싸우는 것을 말합니다.
다음으로,연옥 교회의 다른 표현인‘단련지회(鍛鍊之會)’에 속하는 성도들이 있습니다. 이는 이 세상을 떠날 때 소죄(小罪)만 있거나 보속할 잠벌(箴罰)이 남아 있는 이들이 이루는 교회를 말합니다. 이 영혼들은 연옥에 들어가 천당에 갈 때까지 단련을 받는다고 합니다.
끝으로,천국 교회를 뜻하는‘개선지회(凱旋之會)’에 속하는 성도들이 있습니다. 죽을 때 아무 죄도 없고 보속하여야 할 잠벌도 없는 영혼들은 천국에 들어가고 연옥에서 단련을 다 받은 영혼들도 천국에 들어가 영원한 복락을 누리게 되는데, ‘개선지회’는 바로 이런 영혼들의 집단을 말합니다. 마귀와 세속, 육신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교회라는 뜻입니다.
신전지회와 단련지회, 개선지회는 본질적으로 다른 집단이 아니라 동일한 집단이며 다만 그 상태가 전(戰), 단(鍛), 개(凱)로 다를 뿐입니다.
지상 교회, 연옥 교회, 천국 교회의 구성원들은 모두가 그리스도의 ‘거룩한 피’의 공로에 힘입어 그리스도께 합치된 이들입니다.어느 단계에 있건 이들은“성도로 부르심을 받는 이들”(1고린 1,2), “그리스도 예수 안의 성도들”(필립 1,1), “하느님께 선택된 거룩하고 사랑 받는 사람들”(골로 3,12)입니다. 그러니 모두가 ‘한 교회’의 일원입니다. (<여기에 물이 있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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