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 얼마전 같은 구역에 있는 형제님이 급하다고 해서 약간의 돈을 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형제님이 약속한 날이 지나도 돈을 값지 않고 있습니다. 그 형제님은 오히려 신자들끼리 금전거래를 하면서 이자를 받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나를 책망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서울 김대영(대건 안드레아, 34)
많은 사목자들은 신자들끼리 서로 돈거래를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오랜 경험에 비춰 볼 때 돈거래로 인해 신앙도 함께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민은 당장 돈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우를 모른 척 넘어갈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실제로 옆에서 조금만 도움을 준다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런 경우 '애긍심'을 갖고 돈을 빌려주는 것이 옳습니다.
이때 민감한 문제가 '이자'입니다. 물론 고리대금은 옳지 못합니다. 고리대금은 타인의 재물을 부당하게 빼앗는 행위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타인의 재물을 부당하게 빼앗고 사용하는 것은 십계명의 일곱째 계명을 어기는 것입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454항). 하지만 국가에서 법으로 보장해 주는 정도의 이자를 받는 것이라면 하느님 뜻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정당한 절차에 따라 돈을 빌려주고 적당한 이자를 받는 것은 죄가 되지 않습니다.
만약 돈을 빌린 사람이 돈을 갚지 않는다면, 특히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갚지 않는다면 중대한 잘못을 범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다 어려운 처지에 놓일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리고도 빠른 시일내에 갚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분명 돈을 빌려준 사람의 선의를 악용하고 괴롭히는 것입니다.
신앙과 돈을 함께 이야기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돈을 빌려준 사람과 돈을 빌린 사람이 모두 기억해야할 중요한 점은 '이웃 사랑 마음'입니다. 신자라면 누구나 이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마음 굳은 이에게 하느님 사랑이 들어설 자리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돈이 없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 묵상해 볼 수 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과 병자들을 집에 거두어들이는 것을 어머니가 나무라던 날, 리마의 성녀 로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가난한 사람들과 병자들에게 시중들 때, 우리는 예수님께 시중드는 것이어요. 우리는 이웃을 통해서 예수님께 시중드는 것이므로, 싫증내지 말고 우리 이웃을 도와야 해요." (한센 P. Hansen, 「놀라운 삶-리마의 성녀 로사」중에서)
<자문=서울대교구 교회법연구소>
[가톨릭과 교리]/가톨릭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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