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 평소 십자가의 길 기도를 자주 바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본당 수녀님께서 십자가의 길 기도는 성당이나 성지 등에서만 해야지 집에선 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집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할 순 없나요. 서울 김유덕(라우렌시오, 41)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몇몇 신부님은 십자가의 길 기도가 성당과 같은 공적 장소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가정에서 기도하는 것은 장애인·노약자·환자 등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게만 허용된다는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십자가의 길 기도는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다고 말하는 신부님들도 많습니다.
이 의견들을 종합해 볼 때 후자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심자가의 길 기도는 일반적으로 성당이나 성지, 수도원 등에서 개별적으로 혹은 단체로 행해지고 있긴 하지만 가정에서 바쳐도 상관없습니다. 기도는 하느님과 일치하겠다는 원의인 만큼, 어디서 하든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십자가의 길 기도는 초기 교회시대 예루살렘 순례자들이 예수님께서 수난하신 길을 걸으며 기도드렸던 데서 유래합니다. 예루살렘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드리는 것은 14세기 이후에야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프란치스코회(1209년 창립) 수도자들이 14세기부터 이 순례 기도를 적극 전파했으며 15세기에 이르러 널리 퍼져나갔습니다. 이어 1731년 교황 클레멘스 12세는 수도회 이외의 모든 성당에도 십자가의 길을 설립하는 것을 허용했고, 19세기 이후 전세계 신자들이 즐겨 바치는 기도가 됐습니다.
십자가의 길 기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느님 백성은 '참회와 쇄신'(교회 헌장 8항 참조)의 길로 나아감으로써만 '십자가의 좁은 길'(선교 교령 1항)을 통해 하느님 나라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교회의 선교 사명 12-20항 참조).
[가톨릭과 교리]/가톨릭교리
십자가의 길
<자문=서울대교구 교회법연구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