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 한국이 이라크에 전투병을 파견한다고 합니다. 전쟁 문제에 대해 가톨릭교회 입장을 알고 싶습니다. 심지원(개신교 신자), 35, 경주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 1889-1975)는 "제4차 세계대전은 예언할 수 없지만 제5차 세계대전은 예언할 수 있다. 5차 세계대전에서 인간들은 돌도끼를 들고 싸울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전쟁은 인간과 인간 문명 모두를 파괴합니다.
교회는 이러한 전쟁의 심각성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고 있습니다. "도시 전체나 광범한 지역과 그 주민들에게 무차별 파괴를 자행하는 모든 전쟁 행위는 하느님을 거스르고 인간 자신을 거스르는 범죄이다. 이는 확고히 또 단호히 단죄받아야 한다."(사목 헌장, 80항)
교회는 인간 생명을 일부러 파괴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그리고 모든 전쟁이 초래하는 불행과 불의 때문에, 교회는 선하신 하느님께서 전쟁의 오랜 굴레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주시도록 모든 이가 기도하고 행동할 것을 간곡히 촉구합니다.(사목 헌장, 81항 참조)
따라서 교회는 "모든 시민과 모든 위정자들은 전쟁을 피하기 위해 진력할 의무가 있다"고 가르칩니다.(가톨릭 교리서 2308항)
이처럼 교회는 평화를 가르치고 평화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교회가 말하는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만이 아닙니다. 교회의 평화는 '질서의 고요함'(성 아우구스티노, 룗신국론룘)이며 '정의의 결과'(이사 32,17)이고 동시에 '사랑의 결실'(사목 헌장, 78항 참조)입니다.
더 나아가 교회는 필요불가결한 전쟁을 배제하지 않는데, "전쟁 위험이 있고 적절한 힘을 지닌 관할 국제 권위가 없는 동안에는, 참으로 평화 협상의 모든 방법을 다 써 본 정부들의 정당 방위권은 부정할 수 없다"(사목 헌장, 79항)고 말합니다.
교회는 아울러 무력을 쓰는 정당방위에 대해서 도덕적 정당성의 엄중한 조건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이른바 '정당한 전쟁'을 말할 때 전통적으로 아래 조건들을 동시에 충족시킬 것을 교리를 통해 요구하고 있습니다.
"▲공격자가 국가나 국제 공동체에 가한 피해가 계속적이고 심각하며 확실해야 한다.
▲이를 제지할 다른 모든 방법들이 실행 불가능하거나 효력이 없다는 것이 드러나야 한다.
▲성공의 조건들이 수립되어야 한다.
▲제거되어야 할 악보다 더 큰 악과 폐해가 무력 사용으로 초래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 판단에서 현대 무기의 파괴력을 신중하게 고려하여야 한다."
(가톨릭 교리서 2309항)
'신중한 판단'. 여기에 우리의 고민이 있고, 그 고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라크 파병 한국군의 마음과 몸에 하느님의 은총이 늘 함께 하길 두손 모아 기도합니다.
<자문=서울대교구 교회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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