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금

○질문 : 대학원생입니다. 가족 중에 부모님과 동생은 개신교를 믿고 있고 저 혼자만 성당에 다니고 있습니다. 학생 신분이고 또 집에 눈치가 보여 교무금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친구로부터 모든 신자는 교무금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수입이 없는 저도 교무금을 내야 하나요. 김형기 28, 대건 안드레아 경기도 일산.

빌린 돈, 꿔준 돈, 낭비한 돈, 저금한 돈…. 공기나 물처럼 사람 살아가는 데 없어서 안되는 것이 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소재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쩐지 껄끄럽다. 종교와 관련해서 ‘돈’ 이야기를 할 때는 더 그렇다. 하지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돈’ 이야기다.

교무금은 단순히 선택적 ‘성의의 표시’가 아닌 신자라면 누구나 지고 있는 ‘의무’다(교회법  222조 1항). 교구와 본당을 유지하고 이웃 돕기와 전교 등의 재원으로 사용되는 교무금의 기원은 십일조(수입의 10분의 1일을 바치는 것)며 십일조의 유래는 4000년 전 아브라함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브라함은 전리품의 10분의1을 멜키세덱에게 바쳤고(창세 14, 20-21) 모세도 이스라엘 백성에게 자기 소득의 십분의 일을 하느님께 바칠 것을 명했다(민수 18, 21-24 ; 신명 14, 28 ; 레위 27, 30-33) 신자들의 이런 의무가 교회법으로 명문화한 것은 5세기부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십일조를 강요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교회에선 교무금 책정을 신자 개개인의 양심에 맡기고 있다.
질문자의 경우 정말로 경제적으로 어려워 다른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학비만 간신히 낸다면 교무금을 내지 않아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느님께서도 그런 전후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문자가 수입이 전혀 없다는 말은 고려해 볼 대상이다. 수입이 아무리 없는 사람도 지출은 있기 마련이다. 그 지출 중에 생계나 학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지출 이외의 지출이 있다면 교무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명분이 부족해진다.

교무금은 액수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다. 또 형식이 비슷하다고 해서 국가에 내는 세금처럼 이해해서도 안 된다. <자문=서울대교구 교회법 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