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 얼마 전 현재의 본당으로 전입왔는데, 기존 신자들이 전입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아 너무 힘듭니다.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마음이 많이 상해서 인근 본당의 미사를 나가려고 하는데
괜찮은지요. 전숙희(가명, 마리아), 39, 인천.
얼마 전 평화신문 편집국으로 걸려온 전화 한 통. 30대 후반쯤으로 들리는
주부의 목소리였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교리교사에게 심하게 혼난 이후로 성당에 나가려고 하지 않아요” 이 주부는 아들이 아무리
달래도 말을 듣지 않자 어쩔 수 없이 다른 본당의 주일학교에 등록시켰다고 했다. 이 주부는 또 “사람을 미워하는 죄를 짓는 것보다 다른 성당에
다니며 마음 편안하게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본당 미사에 참례하려고 해도 ‘개인적인 불편함’
때문에 도저히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로 우리 주위에는 “본당 사목회 임원과 심하게 다툰 이후로 미사에 나갈 수 없다” “본당측에 여러
가지 제안을 했는데 받아들이기는커녕 오히려 너무 나선다는 핀잔만 들었다”는 등 대인관계 때문에 신앙생활까지 영향을 받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럼 이 같은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본당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성당을 다니는 것은 과연 문제가 없을까. 가톨릭 교회는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지역이나 거리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교회를 선택할 수 있는 개신교와 달리 가톨릭 교회는 살고 있는 지역에 위치한
성당에 다니도록 돼 있다.
이는 공동체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본당은 이처럼 같은 지역에서 함께 살고, 기도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다.
하지만 자신이 속한 본당에서 신앙생활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신앙을 지키는 쪽으로
해답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냉담을 하는 것보다 다른 성당이라도 다니며 신앙을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물론 이는
차선이지 최고의 선택은 아니다. ‘고해성사’ ‘상담’ 등을 통해 마음이 불편해진 사람과의 앙금을 빨리 풀어야 한다. 공동체와 소원하게 된 문제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차분히 되짚어보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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