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인천교구 연안성당 전경. 성당 입구에 적힌 '너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는 성서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2. 연안성당 본성전 내부. 제대와 신자석과의 거리가 가깝고 진귀한 성물들로 가득차 있다.
3. 성당 외벽에 그려져 있는 '펠리칸'
4. 제대 왼쪽에 있는 예수 부활상
진귀한 성물 가득 담긴 '보물 창고‘
인천의 명소 연안부두 근처에 있는 연안성당(주임 전대희 신부)은 바다를 지척에 두어서 그런지 성당에 들어서면 한적한 해안 성당에 있는 것 같은 평화로움을 느끼게 한다.
성당 입구 바로 앞 계단을 따라 성전을 향해 올라가면 성전 입구에 '너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마태 4, 19)는 성서 구절이 한눈에 들어온다. 연안성당다운 문구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스테인드글라스가 빛에 반사되어 아름답게 빛나는 성전 내부는 400여명이 들어서면 꽉찰만큼 아담하고 소박한 규모이지만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묘한 매력을 품고 있었다. 성전은 처음 방문한 낯선 이에게도 왠지 모를 친근함까지 느끼게 한다. 거기에는 무엇보다 제대와 신자석이 매우 가깝다는 것이 한 몫한다. 제대와 신자석이 불과 2~3 발자국 차이밖에 나지 않아 의자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노라면 마치 하느님과 더욱 가깝게 다가서는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연안성당은 성물이 가득 담긴 '보물 창고'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진귀한 성물들이 성전 곳곳에 들어서 있다. 성전을 둘러보면 조금의 빈틈도 없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성물들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지금 있는 성물들 대부분은 본당 초대주임이었던 전 미카엘(미국 메리놀외방전교회, 1929~1989) 신부가 재임 시절 미국 시카고성당에서 가져온 것들. 제대 왼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스테인드글라스를 비롯해 예수부활상, 성요셉상, 14처 동상, 블랙마돈나 이콘 등 진귀한 성물들이 묘한 조화를 이뤄 기도 공간으로서 성전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 중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제대 왼쪽 벽에 장식돼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이 스테인드글라스는 김대건 신부를 비롯해 사도 바오로, 성 아우구스티노 주교, 성 에로니모, 성 파트리시오 주교, 성 실베스테르 1세 교황 등의 모습을 새겨놓고 있는데, 그 화려한 색채와 정교한 무늬가 예사롭지 않다. 전 미카엘 신부가 미국에서 이 작품들을 가져올 당시만 해도 200년이 훨씬 넘은 것들이었다고 하니 미적 면에서는 물론 교회미술사적 면에서도 가치있는 작품임을 실감할 수 있다.
성전 안에서 놓칠 수 없는 성물을 또 하나 꼽으라면 예수 부활상을 들 수 있다. 제대 왼쪽에 모셔져 있는 부활상은 예수님을 중심으로 양옆에 천사가 무릎을 꿇고 촛대를 들고 있는 모습인데, 위를 바라보고 있는 예수님 눈망울이 백미다. 마치 눈물이 가득 담겨 있는 듯한 영롱한 눈빛은 두려움과 경외로움으로 하느님을 바라보는 예수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 보는 이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든다.
성당 성전 입구에는 또 다른 진귀한 성물이 안치돼 있다. 성모와 성자의 모습의 이콘이다. 성전 입구 벽에 걸려 있는 이 이콘은 다소 아쉽게도 세월의 흔적 때문에 빛이 바래 있지만 성물의 '보물창고'인 연안성당에서는 빠질 수 없는 값진 작품이다. 이콘을 자세히 보면 성모님 얼굴에 칼침과 같은 3개의 흔적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당신의 마음은 예리한 칼에 찔리듯 아플 것입니다'(루가 2,35)라는 시메온의 말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처럼 연안성당에서는 성전 안 곳곳에 자리잡은 진귀한 성물들만 보고 있어도 절로 눈이 감기고 묵상이 되는 듯한 묘한 기분을 체험할 수 있다.
성당 제대 왼쪽 벽에는 빛이 조금 바랜 성유함이 눈에 띈다.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성유를 그 안에 넣어 두고 열쇠로 잠궈 두었다고 한다. 성유함에 그려져 있는 무늬가 펠리칸이라는 사실이 궁금했다. 부리로 자기 가슴을 쪼아 그 피로 새끼를 먹인다는 펠리칸이 연안본당의 주보라는 사실을 듣고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래서 연안본당은 일명 '펠리칸 성당'이라고도 불린다. 본당 주보인 펠리칸은 성당 외벽 한켠에도 그려져 있는데, 멀리서도 또렷하게 보일만큼 그 규모가 커 마치 본당 주보임을 당당히 알리고 있는 듯하다.
연안성당은 1984년 완공돼 2년 뒤 부분적 리모델링을 거쳐 지금의 성전 모습을 갖췄다. 외형은 돔형식의 원형 모양의 지상 2층 지하 1층 구조로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튀지 않는 소박한 품새다.
연건평 500여평의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성당 입구에는 신자들을 위한 작지만 아담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나무로 만든 3~4석의 의자와 탁상을 갖춘 이 쉼터는 요즘처럼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지금 성당 자리는 상업지구로 지정돼 있어 주변에는 주택보다는 선박이나 물류 회사 등이 많다. 이같은 지역 특성상 1750여명의 본당 신자 중 항만이나 선박 회사 등에 근무하는 신자가 10%에 달한다. 항만 근처 어시장에서 일하는 신자들도 상당수가 있지만, 매일 자리를 지켜야 하는 일이라 주일미사 참례가 어려운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본당은 매달 셋째주 수요일 저녁 8시 어시장 구내 당에서 미사를 봉헌한다. 신자들은 물론 비신자 상인들도 참여하는 때가 많아 선교에 대한 적잖은 기대도 품고 있다.
정열적 여름바다보다는 왠지 모를 쓸쓸함과 고즈넉함을 지닌 겨울바다가 더 낭만적인 법. 겨울 문턱에 한발짝 다가서고 있는 요즘 연안부두를 찾는 신앙인들이라면 지척에 있는 연안성당을 찾아 아름다운 성물들을 감상하며 기도와 묵상에 잠겨보는 것도 색다른 색다른 신앙의 여정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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