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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가보고싶은 성당

[원주교구] 대화성당

by 세포네 2005. 7. 6.

◀ 1. 아담한 양옥을 연상케 하는 대화성당은 소박하지만 성미술품으로 가득 찬 예술성당이다.
2. 성당 내부의 도벽은 차분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녹색과 하늘색이 주를 이루는 유리화는 은은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3. 제대와 감실, 독서대는 같은 재질의 붉은 색 화강암으로 만들어졌기에 공간 전체에 통일감을 준다.
4. 성당 마당에 있는 성모상. 멀리서 보면 이쁘지만 가까이서 보면 눈도 코도 입도 없어서 별명이 '100m 미인'이다.
5. 찾아가는 길

 

성미술품으로 어우러진 '예술 성당
 "대화까지는 칠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달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한국 근대소설의 백미로 꼽히는 '메밀꽃 필 무렵'의 고향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는 이곳 대화면에 가면 숨막힐 듯 흐드러진 메밀꽃만큼이나 아름다운 성당 하나가 눈에 띈다. 소박하지만 성미술품이 주인공인 예술성당, 바로 대화성당이다.
 겉으로 봐서는 아담한 양옥집을 연상케 하는 붉은 벽돌의 작은 성당이지만 여느 성당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동글동글한 십자가를 연속해 배치한 출입문부터 예사롭지 않으며, 하늘을 찌르는 뾰족한 첨탑도 없고 거대한 종탑도 보이지 않는다. 땅위에 바짝 엎드려 있는 듯이 낮은 대화성당은 첫 인상부터 평화롭기만 하다.
 1998년 완공된 대화성당의 성미술은 조각가 한진섭(요셉)ㆍ도예가 변승훈(베드로)ㆍ화가 김남용(요한)씨 세사람의 손을 거쳐 이뤄졌다. 작업에 가장 먼저 참가한 이는 한진섭씨. 거룩하고 아름다운 성당을 짓고자 하는 당시 본당 주임신부와 신자들의 간절한 소망에 감동한 한씨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나머지 작가들을 끌어들였다. 한씨는 제대ㆍ감실ㆍ독서대ㆍ십자고상ㆍ14처ㆍ성수대ㆍ마리아상ㆍ종탑 위 대형 십자가 등을, 변씨는 성전 내부 전체 도벽(陶壁)을, 그리고 김씨는 유리화를 제작했다. 대화성당은 이 세사람의 열정과 예술혼이 깃든 분신이나 마찬가지다.
 성당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종탑 십자가다. 청동으로 만든 이 십자가는 4명의 복음사가가 모여 십자가를 이룬 형상으로, 한번 본 사람은 잊기 힘들 정도로 독특하다.
 현관에 들어서면 하얀 대리석으로 만든 성수대가 순례객을 반긴다. 기하학적으로 단순화된 사람이 성수반을 받치고 있는 모양의 성수대는 이 성당이 뭔가 다른 것이라는 기대감에 마음을 부풀게 한다. 그리고 성전 안에 들어섰을 때 느끼게 되는 독특한 분위기는 입구에서 가졌던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데 모자람이 없다.
 성당 안 차분하고 아늑한 분위기는 사방의 도벽(도자기 모자이크) 덕분이다. 단일 공간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이며,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이 도벽은 작가가 2200여장의 분청사판을 구워낸 후 그것을 다시 깨서 한조각 한조각 벽에 붙이는 고된 작업 끝에 선보인 것이다. 이 도벽은 성전 전체의 성미술을 포용하는 어머니와 같다.
 도벽과 함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유리화의 은은한 빛은 실내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차분한 톤의 녹색과 하늘색이 주를 이루는 유리화는 화려하지도, 규모가 크지도 않지만 바깥 세상을 정화하는 듯 고요함과 평화로움으로 가득하다.
 제대와 감실 그리고 독서대는 같은 재질의 붉은 색 화강암으로 만들어졌기에 공간 전체에 통일감을 준다. 이 작품들은 투박하면서도 정교하고, 촌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세련된 멋을 풍긴다. 인공미보다는 자연미를,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을 추구하는 작가의 작품세계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들이다. 같은 작가 작품인 십자고상이나 14처 역시 말로는 전하기 힘든 평화로움이 깃들어 있다.
 대화성당이 아름다운 이유는 각각의 작품들이 잘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작품들이 빚어내는 절묘한 조화 때문이다. 어느 작품 하나 튀지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진 가운데 성스럽고 편안함이 감도는 대화성당에서는 마음이 절로 너그러워진다.
 성당 마당의 성모상도 그렇다. 여느 성모상과 달리 서양인 얼굴이 아니라 원형으로 깎아만든 것인데, 별명이 '100m 미인'이다. 멀리서 보면 참 이쁜데 가까이 가서 보면 눈도 코도 입도 없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더 편안하고 친근감이 드는 것 같다.
 대화본당은 예전에는 찾아오는 이가 거의 없는 한적한 시골성당이었다. 하지만 성당 신축 후 성당의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지면서 지금은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 대화본당 측은 성당을 지을 때 많은 도움을 준 도시 신자들에게 보답한다는 뜻에서 성당 내 '작은 꽃 피정의 집'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어른 40여명이 숙박할 수 있는 이곳을 미리 연락만 하면 누구나 편안히 쉬었다 갈 수 있도록 내놓은 것이다.
 대화성당은 지난해부터 8월 한달간 개최하는 예술제로 더욱 이름이 알려졌다. 미술제와 음악제, 그리고 감자축제로 이어지는 예술제는 대도시와 같은 문화적 혜택을 받기 어려운 주민들에게 예술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외지인들에게는 농촌의 정취를 맛보고 청정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다목적 행사다. 신자 수라야 100여명에 불과한 대화본당이 매년 이처럼 큰 규모의 행사를 치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지만 가족과 같은 정과 단결력으로 똘똘 뭉친 본당 신자들에겐 못할 일도 아닌 것이다. 내년 행사는 좀더 내실을 기하겠다는 각오가 벌써부터 대단하다.
 이 지역은 예로부터 된장ㆍ고추장ㆍ간장ㆍ청국장 등 장으로 유명하다. 고냉지 무공해 지역이라서 맛있는 장을 담그는 데 더없이 좋은 조건을 지닌 까닭이다. 대화본당은 올해 신자들을 중심으로 장을 만들고 판매하는 '천당골 영농조합법인'을 세웠다. 어려운 지역 경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다. 대화본당 이종승(비오)씨는 "우리 농산물만 사용할 뿐 아니라 신자들의 정성이 가득 담겨 있기에 다른 데서 만드는 장보다 맛있고 영양가가 풍부하다"면서 많은 관심을 요청했다.   문의: 033-334-2122
 주임 신부는 "대화성당이 모든 이에게 개방된 문화 공간으로, 외지인들이 찾아와서 쉴 수 있는 쉼터로, 그리고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농촌 체험장으로 널리 활용되길 바란다"면서 강원도에 올 일이 있으면 꼭 한번 둘러보기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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