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회와 영성]/가보고싶은 성당

[주교좌성당] 부산교구 남천 성당

by 세포네 2005. 6. 2.
728x90
반응형

1. 십자가를 잉태한 3개의 큰 원을 중심으로 성서의 구세사적 사건을 그려 넣은 남천주교좌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신자들을 천상의 빛으로 축복하는 듯한 빛의 조화가 황홀하다. 
  2. 신흥 주거단지인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룬 남천주교좌성당. 바로 뒤에 부산교구청이 있다 

 

 

지붕의 고유 역할은 비바람을 막고 햇볕을 가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을 하지 않는 한 그것을 하늘을 향해 뚫린 창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부산교구 남천 주교좌성당 지붕과 벽면은 하늘을 향해 활짝 열려 있다.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왼쪽 지붕과 벽면을 가득 채운 스테인드글라스가 시선을 압도한다. ‘엄숙하다’ 또는 ‘경건하다’는 표현으로는 어딘지 모르게 부족하기만 하다.

단일 평면 유리화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이 작품은 성미술가인 조광호 신부가 빚어낸 빛의 미학이다.

1980년대 후반 성당을 지을 때 60m×27m 평면을 맡겨 놓았더니 이 예술가가 하늘을 향해 45도 각도로 창을 내고, 거기에다 인간 언어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삼위일체 신비를 그려넣은 것이다. 땅에 비친 천상 모습이 따로 없다.

30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남천성당(대지 3327평, 건평 2191평)의 건축미는 유리화에 그치지 않는다. 성당 구석구석을 살펴보아도 기존 종교 건축물에 배인 관습적 사고는 좀체 찾아볼 수가 없다. 현대적 감각의 대담한 구조와 상징적 디자인이 무엇보다 돋보인다.

성당 외형은 항구도시 부산을 대표하는 주교좌 성당답게 배 돛 모양을 하고 있고, 종탑은 천국의 열쇠를 상징한다. 종교 건축물의 상징적 의미를 살리면서도 현대 건축물의 세련미를 충족시킨 덕분에 1992년 도시환경문화상(한국경제신문사·문화관광부 공동제정)을 받았다.

“넓고 아름다운 전경 때문인지 요즘도 TV 방송국과 영화사에서 촬영하러 심심찮게 찾아온다”고 귀띔했다.

부산교구의 본래 주교좌 성당은 시내 중심가에 있는 중앙성당이다. 1970년대만 해도 남천본당이 들어선 남천동 일대는 광안리 해수욕장을 지척에 둔 변두리였다. 그러던 것이 개발 바람을 타고 인구가 유입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부산의 대표적 신흥 주거지가 됐다.

이에 따라 교구도 1979년에 남천본당을 신설했으나 그때는 교구 산하 교육원으로 쓰던 옛 성당에서 신앙생활이 이뤄졌다. 성당 건물을 수리해가면서 사용하는 동안 신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주교좌 중앙성당도 교구 차원의 전례나 행사를 수용하기에 비좁다는 의견이 나와 1988년부터 성전건립을 시작했다. 그리고 1992년 성전 축복식과 동시에 제2의 주교좌 성당으로 선포됐다.

남천성당은 이때부터 스테인드글라스에 대한 소문이 퍼져 교구 신자는 물론이고 비신자들도 구경 삼아 일부러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이 때문에 남천본당은 초창기부터 비신자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아름다운 성당 내부, 오솔길을 따라 걷는 성모동산, 넓은 주차장 덕택에 성당 전체가 시민 휴식공간이고 기도공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넓은 잔디밭 주변에 탁자와 의자가 많은데 이는 언제든지 와서 쉬라는 성당의 배려이다. 또 휴일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주일 밤 9시에 미사가 봉헌되고, 여름에는 피서객 미사가 있어 이래저래 외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남천본당이 3년 전부터 성당 바로 옆에 있는 부산 KBS홀에서 가톨릭명인 초청 자선공연을 열고 있는 것도 열려 있는 교회의 한 모습이다.

이 공연은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차원에서 매년 열고 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주민들의 반응이 좋다. 부산지역 전통문화 예술인들도 창작의욕을 북돋아주는 교회가 있는 것에 큰 만족을 표시하고 있다.

남천본당이 타 본당에 비해 ‘남성 파워’가 센 것도 특이하다. 주일미사 참례자 가운데 남성이 40% 가량 되는데 상당수는 각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전문직 종사자다. 현재 성서공부모임 15개 가운데 12개가 남성모임이다. 루까회·하상회 같은 남성 신심단체 활동이 활발하고 형제 반모임이 조직돼 있다.

덕분에 남성 신자들의 활동 추진력만큼은 교구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교구 신부들은 “남천성당에서 안 되는 일이면 타 본당까지 갖고 갈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수 인력이 많다고 해서 신앙 공동체가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 신앙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남성 성서공부 모임이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때문에 김창대 신부는 ‘심성으로 접근하는 신앙’을 유달리 강조하면서 성령기도모임을 매주 열고 있다. 현재 약 70명이 꾸준히 기도모임에 참석하고 있는데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주교좌 본당인 관계로 신자들은 사제서품식을 비롯한 교구의 각종 행사를 준비하고 치르느라 수고가 많다”   “하지만 신자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타 본당에 모범을 보이고, 교구 사목정책을 가장 먼저 반영하려는 자세를 잃지 않는다”고 말한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