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부 주교좌 성당 전경.
앞에 보이는 성당이 1953년에 건립된 옛성당이고 뒤에 보이는 성당이 2003년 완공된 새성전이다.
2004년 11일 첫 발을 내디딘 의정부교구의 중심 의정부 주교좌 성당
'해방되던 해인 1945년 설립돼 1953년 성전을 짓고 성모병원(의정부성모병원)을 건립한 본당,
1963년 현 광주대교구 최창무 대주교를 사제로 배출한 본당(최 대주교는 본당 산하 갈곡리공소 출신), 의정부가 시로 승격한 것은 1963년….' 한참 동안 숫자와 자료들에 열중했다. 창 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푸른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도봉산 정상이 눈에 들어왔다. 도봉(道峰)이라는 이름은 조선왕조를 여는 길을 닦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
조선왕조 초기, 뜻있는 선비들이 이 산에서 백성들을 구제하고자 도를 닦은데서 연유한 이름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의정부교구도 이제 막 길을 닦아야 하고, 교구민들의 영적 완성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서야 하는 출발점에 서 있다. 교구장 이한택 주교가 항상 강조하는 '함께하는 사목' '열린 사목'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가는 사목'이 의정부교구로 향하는 지하철 창 밖에서도 읽혀지고 있었다.
의정부역에서 내려 서편 광장으로 나와 의정부시청 방향으로 채 5분을 걸었을까. 한적한 주택가 골목길에 자리한 의정부 주교좌성당이 눈에 들어왔다.
의정부교구가 출범하기 전까지는 의정부2동성당으로 불렸고, 경기북부 지구좌 성당이기도 했다. 교구장 착좌식이 일주일이나 지났지만 입구에는 착좌식 현수막이 내려지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교구 탄생 기쁨의 여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옛 성당이 눈에 들어왔다.
1953년 이계광(요한) 신부가 당시 의정부에 주둔하고 있던 미1군단 로제스키 군종 신부의 협조를 받아 건립했다고 한다. 의정부 지역에선 가장 오래된 건축물 중 하나여서, 2001년 1월 '경기도 문화재 자료 제99호'로 지정됐다.
일반적으로 한국전쟁이 일어난 1950년을 전후한 시기의 성당 건축은 열주가 사라진 형태가 대부분. 의정부 주교좌 성당도 그 양식에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수직종탑과 정면 양식, 그리고 앱스(성전 뒷부분) 등 세부 모양은 고전적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 성당이 당시 성전 건축과 다른 점은 단단한 석재를 사용하고, 높이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
폭격 등 전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단단한 석재를 재료로 삼았고, 높이도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성당 건물 자체가 한국 전쟁의 아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전쟁 직후, 모두가 살기 어렵던 시기. 의정부본당 50년사(1996년 발행)에는 "성전을 지을 당시, 먹고 사는 것 자체가 힘들 정도로 모든 신자들이 어려운 상태였지만, 젊은 신자들을 중심으로 공사 현장에서 미군들과 함께 땀을 흘려 일하는 등 많은 일을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성전 돌 하나하나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70~80대 노인이 됐을 당시 20~30대 신앙 청년들의 땀이 성전에 고스란히 배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의정부본당 신자들의 이러한 노력은 의정부 지역 복음화로 이어졌다.
동두천ㆍ의정부1동은 물론 용현동ㆍ호원동본당을 포함해 최근에는 신곡1동본당에 이르기까지 의정부지역 본당들이 속속 분가해 나갔다. 의정부본당을 '의정부의 어머니 본당'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이 성당에서 서울대교구 최초로 레지오 마리애가 창설됐고(1957년), 지역 최초의 종합병원인 의정부성모병원이 탄생(1957년)했다. 신협 및 유치원 설립을 통해 지역사회에 큰 기여를 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공이다. '과거'에서 '현재'로 옮아갔다.
옛 성당에서 나오면 그 뒷편에 2003년 1월 완공된 새 성전(현 주교좌 성당)이 눈에 들어온다. 시간뿐 아니라, 성전 외양 등 모든 면에 있어서 옛 성당이 '과거'라면, 주교좌성당은 '현재'였다. 2002년 3월에 착공, 지난해 1월 완공됐다. 연면적 668평 건물면적 180평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하는 교리실, 지상 1~2층은 유치원, 지상 3층은 성당으로 각각 꾸며져 있다. 화강석으로 처리한 외양은 옛 성당의 석조와 무난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창은 로마네스크에서 고딕양식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모양을 채택, 현대미 속에서도 고전적 분위기를 잃지 않고 있었다. 신앙의 뿌리는 어쩔 수 없나 싶었다.
새 성전은 전 주임 김현배 신부가 자체적으로 건축 소장을 고용, 직영 체제로 지었다. 옛 성당이 신자들의 땀으로 지은 것처럼, 새 성당도 신자들이 직접 공사에 참여해 스스로 지은 것이다.
주교좌 성당을 나오면 바로 앞이 의정부 교구청이다. 옛 교육관 건물과 유치원 건물이다. 이곳에 35명의 젊은 사제들이 의정부교구의 미래를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의정부'(議政府)라는 지명은 조선 초기, 의정부 3정승을 포함한 각 대신들이 지금의 의정부에 와서 정무를 논의했다는 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조선의 출발과 함께한 의정부. 그 의정부에서 한국교회 막내 교구가 이제 막 출발하고 있다. 그 중심에 의정부 주교좌 성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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