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는 수원교구 정자동 주교좌성당.
2. 폭이 30m에 달하는 1500석 규모의 대성전은 기둥을 없애는 최신 공법을 사용, 어느 자리에 앉더라도 제대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황사 없는 맑은 하늘을 머리에 이고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성당 가는 길.'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그 길은 언제나 설렌다.
더구나 주교님이 계시는 성당이라면….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마음 편안하게 순례를 즐겨라. 욕심을 부리지 마라."
시간 약속 정하지 않고 찾아가도 늘 편안한 미소로 맞아주는 한 신부님이 조언했다. 하지만 마음속엔 기도가 아닌 욕심이 가득차 있었다. 연필을 든 손은 수첩에 성당 건축 배경과 성미술의 의미, 그리고 건축 및 설계상의 특징, 건축 에피소드 등 취재해야 할 내용을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출발부터 틀렸다. '이것은 하느님의 공간에 한 뼘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몸가짐이 아니다.' 스스로를 질책하며 수첩을 접었다.
웅장한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581-1번지, 수원교구 정자동 주교좌성당. 서울~과천~의왕간 고속도로를 타고 오다 북수원 나들목으로 빠져 나온 지 불과 1~2분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그만큼 정자동 주교좌성당은 수원 북쪽 끝에 위치해 있다. 복잡한 도심에서 비켜서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영동고속도로, 과천~의왕 고속도로, 1번 국도가 바로 옆을 지나 교통이 좋다. 또 지도를 들고 이리저리 헤매지 않아도 된다. 멀리서도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너른 평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멀리서 본 성당은 과거와 현재의 중간쯤으로 보였다. 종탑과 성곽·방패를 형상화한 듯한 건물 상단부는 중세에 머물러 있다. 둥그런 모습(아치형)도 아니고 또 뾰족한 모습(첨두형)도 아닌 스테인드글라스창은 로마네스크에서 고딕양식으로 넘어가는 시점, 즉 10세기에서 11세기의 서양 성당 건축양식을 차용한 듯했다. 하지만 간결한 직사각형 구조와 꾸밈을 극도로 배제한 외형은 현대 건축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또 사제관, 수녀원, 교리실 등 부속건물을 별도로 짓지 않고 성전 건물에 함께 아우르는 설계에서도 현대 건축의 특징인 '통합'을 읽을 수 있었다. 과거와 현재의 공존. 정자동성당은 그렇게 과거 신앙유산을 바탕으로 새로움과 발전을 추구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자 성당 위용이 멀리서 볼 때보다 더했다. 바닥에서 마태오, 마르코, 루가, 요한 4복음 사가를 상징하는 4개 종탑까지의 높이가 50m가 넘는다고 했다. 바닥 면적만 467평. 연면적 2000평에 전체 부지면적은 2342평에 달한다. 소성당을 포함하면 2600명이 동시에 미사에 참여할 수 있다. 6년이 채 안 된 건물이어선지(1997년 8월20일 봉헌식) 외부를 장식한 국산 화강암은 깨끗하고 간결한 이미지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3층 대성당으로 들어서자 아름다운 빛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은 신성(神性)을 상징한다. 비록 예술가 작품이 아니라 국내 한 업체에서 제작한 것이었지만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은 하느님의 신비를 묵상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제대 정면에는 색다른 종과 횡이 만나는 청동 십자가상을 중심으로 화려한 색채의 벽화(콘크리트 위에 세코 프레스코, 건성벽화, 조광호 신부 작품)가 펼쳐져 있다 부활의 의미를 강조하는 의도가 엿보이는 벽화에는 십자가를 중심으로 천주의 어린양이 묘사돼 있고 또 다른 쪽엔 천사가 보인다. 이 천사는 한국지도를 가리키고 있는데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복음 선포를 촉구하는 의미라고 한다. 또 죽음(무덤과 형구)을 떨치고 일어서는 하느님의 능력이 금빛 날개 모양으로 그려져 있고 그 곁에 부활 아침에 열린 예수무덤을 찾은 세 여인이 묘사돼 있다. 또한 제단 왼쪽와 오른쪽에도 나자로 부활과 엠마오로 향하는 제자 등 부활 이야기로 넘친다.
눈을 벽과 천장으로 가져가자 신자들을 위한 배려 흔적이 역력했다. 내벽돌을 입체형으로 쌓아 대성당의 단점인 '울림'을 방지했다. 천정도 오페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하향 계단식으로, 음향문제를 배려했다. 잠시 무릎을 꿇고 기도한 후, 성당을 빠져 나오려는데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기둥이 없었다. 대성전 내부 어디에 앉더라도 제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성당 폭은 30m. 과거엔 이보다 짧은 폭을 가진 성당도 기둥이 필요했다. 하지만 최신 현대 공법은 기둥없는 넓은 실내공간을 가능하게 했다.
1993년~1997년. 성당을 빠져나오자 이 성전을 짓기 위해 만 4년동안 노력한 사제와 신자들의 땀이 느껴졌다.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은 1997년 7월29일, 신자들이 흘린 땀의 결실을 주교좌 성당 명명으로 보답했다.
수원교구는 많은 신자들이 함께 미사에 참례할 수 있는 변변한 대성전 하나 없었다.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의 중심에 양병묵(은퇴) 신부가 있다. 양 신부는 건축 당시 조원동주교좌본당 주임으로 재직하며 정자동주교좌 성당 신축을 위해 일하다 병까지 얻었다. 하지만 정작 정자동 주교좌성당 탄생의 공을 모두 신자들에게 돌렸다.
"정자동 주교좌성당에는 수많은 신자들의 땀과 기도가 배있습니다. 주교좌성당 건축을 위해 희생과 기도로 함께한 많은 신자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정자동 주교좌성당이 탄생한 이후 수원교구는 매년 신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현재는 서울대교구 다음가는 교세를 자랑하고 있다. 올해로 설립 40주년을 맞는 수원교구는 이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 중심에 과거와 현대 건축양식을 함께 담고 있는 정자동성당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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