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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가보고싶은 성당

[주교좌성당] 전주 중앙성당

by 세포네 2005.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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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주 중앙성당 입구 전면의 중앙과 좌우 양편에는 예수성심상과 성 베네딕도 상, 그리고 성 김대건 신부 상이 서 있다. 
  2. 전주 중앙성당은 신자들이 전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성당 내부가 화려하지 않게 꾸며져 있다. 
  3. 성 김대건 신부 등 순교 성인들의 유해가 중앙성당 신자들이 직접 쓴 신구약 성서 필사본 위에 현시돼 있다.

 

 

 

성당은 그 자체로 가톨릭 교회의 표징일 뿐 아니라 가톨릭 교회가 지향하는 모든 활동의 원천인 전례를 거행하는 거룩한 장소이다. 그래서 로마「미사경본 총지침」은 “성당 건축은 모든 거룩한 백성의 일치가 드러나도록 완전히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전례 공간의 일치성을 잘 드러내 주고 있는 성당이 바로 전주교구 주교좌 중앙성당이다.

전주시 서노송동 639-40번지에 자리하고 있는 중앙성당은 대지 1263평에 건평 762평의 고딕식 건물로 1955년 7월에 착공해 1956년 7월25일 준공하고, 그 해 8월6일 당시 교구장 김현배 주교 주례로 봉헌식을 가졌다. 그리고 김 주교는 1957년 6월11일 주교좌 성당을 전동성당에서 중앙성당으로 바꾸었다.

교구 보조금 200만 달러와 대동성당·비석거리 성당 매각 대금 등 총공사비 3400만환을 들여 지은 이 성당은 당시 전국에서 서울 명동대성당 다음으로 큰 성당이었다.

당시 비신자였던 김성근씨(완공 후 영세)가 설계한 중앙성당은 한국 교회에서는 처음으로 체육관처럼 내부에 기둥을 하나도 쓰지 않는 공법을 적용해 큰 관심을 끌었을 뿐 아니라 웃지 못할 이야기도 많았다.

박성운 신부는 “당시 건물로는 획기적 양식과 기술이 이용된 것이어서 교구에서도 처음엔 모두들 좋아했는데 상량식 때 갑자기 무너질 위험이 있으니 기둥을 세우라고 강요해 절대로 위험하지 않다며 처음의 설계를 고집해 어렵게 성당을 지었다”고 말했다. 또 “완공 후 기둥없이 시원하게 펼쳐진 성당 내부를 보고 모두들 좋아했고 몇몇 사제들은 설계도를 얻어가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당시만 해도 파격적이었던 이 공법으로 말미암아 중앙성당은 탁 트인 공간에서 제대를 중심으로 전례 안에서 사제와 신자들이 하나의 모습을 이루는 사목적 효과와 주교좌 성당으로서 많은 신자들이 모여 집회할 수 있는 실용성을 제공해주어 사목자들에게는 인기가 있었으나 건축학자들에게는 연구 가치가 없는 성당으로 지금까지 배척받고 있다.

성당 내부 전례 공간의 실용성에 치중해 설계된 만큼 중앙성당의 외부 겉 모습은 그렇게 화려하지 않다. 적벽돌로 외벽을 치장했고, 성당 입구 정면에는 ‘예수 성심상’을, 성당 왼편 모서리에 ‘성 베네딕도 상’을, 오른편에 ‘성 김대건 신부 상’을 세워 놓았다. 그리고 성당 정면 벽면 상단에 창과 부조물을 이용해 ‘성체와 성작’을 형상화한 장식을 만들어 놓은 것이 전부이다.

성당 내부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제대를 새롭게 바꾸고, 마루바닥을 콘크리트로 바꾸는 등 지금까지 3차례의 보수공사가 있었지만 실용미를 그대로 간직해 왔다.

현 성당의 모습은 1999년 당시 주임이었던 조정오 신부가 리모델링 전문업체인 이레건설㈜에 공사를 맡겨 7억7000여만 원을 들여 전면 보수한 것이다. 비가 새던 지붕은 동판으로 새롭게 교체했고, 맨 유리창은 색유리로 교체됐다.

성당 보수 작업은 “성당을 건축함에 있어서는 전례의 집전과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를 실현하기에 적합하도록 힘써 배려해야 한다”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헌장(124항)의 가르침에 따라 무엇보다 신자들이 전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신경을 썼다.

중앙성당은 제단을 신자석보다 높게 만들어 신자들이 서 있을 때 제대가 눈에 자연스럽게 들어오도록 배치했고, 제단도 제대 중앙 대형 십자가를 중심으로 오른편에는 감실, 왼편에는 주교좌와 순교자 성해 보관소를 설치, 단순하면서도 화려하게 꾸며 놓았다. 또 신자석도 천정에 많은 조명을 설치, 환한 분위기 속에서 불편 없이 전례에 참례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성당 창도 전례 주년에 맞춰 왼쪽 벽면 큰 창은 ‘구약성서의 주요사건’을, 오른쪽 벽면 큰 창은 ‘예수 그리스도의 일생’을 주제로, 성당 사방 벽 면 위에 나 있는 둥근 창은 “온 세상아 하느님을 찬미하라”(시편 148편)를 주제로 한 색유리화 작품들로 장식돼 있다. 제단 좌우 창에는 성당이 하느님의 말씀의 풍성한 식탁일 뿐 아니라 생명의 양식인 성체성사가 거행되는 곳임을 드러내기 위해 성체와 성혈을 상징한 색유리화가 장식돼 있다.

중앙성당의 색유리화와 모자이크 ‘십자가의 길 14처’는 전주 치명자산 성당 모자이크 벽화와 서울 흑석동성당 제대 모자이크화, 라자로 마을, 그리고 성 남종삼 유택지와 솔뫼성지 십자가의 길 등을 제작한 남용우(71, 마리아)씨의 작품이다.

중앙성당은 아울러 한국 천주교회의 전통적 순교신심을 신자들에게 적응시키고, 순교자들의 고장인 전주교구의 전통을 계승하려는 ‘사목적 전례 운동’ 차원에서 순교자 신심을 앙양하기 위해 제단에 성 김대건 신부와 성 한재권(요셉) 등 순교자들의 성해를 안치해 놓았다. 이 순교자 성해들은 중앙성당 신자들이 직접 쓴 신구약 성서 필사본 위에 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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