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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서의인물(구약)

[4] 거짓말 쟁이 아브라함

by 세포네 2005. 6. 2.

 

거짓말쟁이 아브라함 갈대아 땅 우르에 아브람(아브라함의 옛 이름)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아브람아, 네 고향과 모든 가족, 친척을 떠나 내가 가르쳐주는 땅으로 가거라. 네가 큰 민족의 조상이 되게 하겠다.”

아브람은 하느님의 말씀만 굳게 믿고 조카 롯과 종들과 가축을 데리고 떠났다. 그런데 그 지방에 흉년이 들었다. 그래서 입에 풀칠이나 할 마음으로 이집트로 옮겨가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아내 사래(사라의 옛 이름)가 너무 예쁜 여자였다.
“여보, 당신은 너무 아름다운 여자요. 이집트에 가면 당신을 차지하기 위해 날 죽일 것이오….”
“그러면 어떻게 해요?”
“이렇게 합시다. 당신이 내 동생이라 하면 목숨도 부지하고, 잘 하면 대접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소.”
“아니, 그래도 어떻게….”
“잠자코 내 말을 들어요. 아니면 우리가 죽어….”
이집트에 사래의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 결국 사래는 왕의 소실로 들어갔다. 덕분에 아브람은 그 밑에 빌붙어 호의호식하며 지낼 수 있었다.
성서에서 순종의 대표적 인물로 꼽고 있는 아브라함, 그는 오늘날 모든 신앙인의 모델이며 이스라엘 사람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대표적인 믿음의 조상이다.

그런데 그의 인생여정을 살펴보면 많은 잘못과 허물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직후 시련에 빠지게 된다.
그가 당한 어려운 믿음의 시험이었다. 그는 여기에서 일생에서 가장 큰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의 부인 사라는 예쁜 여자였다. 아브라함은 먼 이국땅 이집트에서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군침을 흘리는 남자들의 손에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을 느꼈다.

이집트 사람들은 그에게 물었을 것이다. “정말 저 여자, 당신 동생 맞아?
전혀 닮지 않았는데…, 혹시 당신 부인 아냐?”
“아니오. 내가 미쳤소. 부인을 동생이라 하게…. 내 아내는 벌써 오래 전에 죽었소….”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그는 온전히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한다. 그 순간 그의 마음에는 하느님께 대한 신뢰의 자리는 없었다.
또 아브라함은 그 거짓말이 탄로 나지 않도록, 아내와 조카에게 얼마나 입조심을 시켰을까? 비겁한 남편의 모습을 바라보는 아내와 조카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이건 우리 모두가 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야. 자칫하면 우리 모두 다 죽어. 사실 나도 마음이 아프다.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나처럼 하지 않을 사람이 있으면 나와 보라….”
그는 자신의 거짓말을 열심히 합리화했을 것이다. 그는 그런 황에서 남편의 체면도, 자존심도 버렸다. 거짓말을 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스스로 위로했을 것이다.
아름다운 그의 부인은 곧 이집트 사람의 눈에 띄었고, 왕궁으로 들어갔다.
이집트 왕에게 아내를 바친 대가로 아브라함은 양과 소, 노비와 나귀를 얻었다.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을 상상하면서 아브라함의 마음은 얼마나 비참했을까?
아무리 호의호식을 해도 그것은 사는 게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자기 자신이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에 몸부림쳤을 것이다. 자신의 나약함과 한계성을 실감했을 것이다. 또 인간의 이기적인 성향에 눈을 떴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살기 위해 한 거짓말이 실제로는 자신을 죽였음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에게 남은 건 수치심과 무능함뿐이었다.
아브라함 부부는 더 이상 인간의 능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한계를 처절하게 체험했을 것이다. 그리고 하느님께 무릎을 꿇고 자신들의 눈을 하느님께 향했을 것이다. 아브라함은 하느님을 신뢰하지 않고 인간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 했던 자신의 불신을 삶의 교훈으로 터득했을 것이다. 자신이 저지른 거짓말로 얼마나 비참하고 수치스러운 대가를 치렀는지를 자각했을 것이다.
이기적이고 변덕스런 인간과 달리 하느님은 무한한 사랑으로 아브라함을 위기에서 건져내시고 아내를 다시 찾게 해주신다. 아브라함과 사라는 자신들의 무능함과 비참함 속에서 오히려 하느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다시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회복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브라함은 애초부터 믿음의 사람이 아닌, 믿음을 향해 한 걸음씩 나가는 사람이었다.

내가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한 가장 큰 거짓말은 무엇인가? 그것 때문에 나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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