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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서의인물(구약)

[2] 카인의 상처와 눈물

by 세포네 2005.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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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하와는 카인과 아벨이라는 두 아들을 낳았다. 카인은 농부가 되었고 아벨은 양치는 목동이 되었다. 카인은 땅에서 추수한 곡식을 떼어 하느님께 제사를 지냈다. 아벨은 양의 첫새끼를 잡아 좋은 부분을 정성을 다해 바쳤다. 그런데 하느님은 아벨의 제물만 받으셨다. 카인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아벨의 제물만 받으시다니… 어디 두고 보자. 아벨!"
어느날 카인은 들로 아벨을 꾀어 돌로 쳐죽인다.
“으악! 사람살려!"
하느님께서 물으셨다.
“카인아, 네 아우 아벨은 어디있느냐?"
“제가 뭐 아벨을 지키는 사람입니까, 딴데가서 물어보슈…."
카인은 퉁명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하느님은 이미 다 알고 계셨다.
카인에게 벌을 주셨다.
“이제부터 너의 땅에서는 곡식을 내지 못한다. 너는 나그네처럼 떠돌아다닐 것이다."
카인은 왜 피붙이인 아벨을 죽였는가? 도대체 어떤 마음이 살인으로까지 치닫게 했나?
카인은 농사를 짓고 있었으니 당연히 제물로 땅의 소산물을 바쳤다. 아벨은 양의 첫새끼와 기름기를 바쳤다. 물론 아벨은 정성스레 제물을 준비했고 진실한 마음으로 제사를 지냈다. 하느님께서는 아벨의 제물만 받으셨다. 이때 카인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아니 이럴 수가 있나. 나 이거야 원 창피해서 못살겠네. 내가 그래도 장남인데 내 제물을 쳐다보지도 않으시다니… 하느님이 어떻게 이렇게 편애하고 불공평하실 수가 있나. 내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편애를 당해본 사람은 안다. 그것이 얼마나 사람을 비참하고 우울하게 만드는지를. 부모로부터, 특히 가까운 형제와 비교되어 열등한 존재로 낙인 찍히는 것처럼 큰 상처가 있을까.
카인은 하느님께 화가 치밀었다. 아니 어쩌면 자기자신에게 화가 났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자신의 기대가 좌절될 때 화가 난다. 때로는 극도로 분노해 이성을 잃어 인간관계에 상처를 주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화가 나는 것 자체는 어찌할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조절하고 다스리는가 하는 점이다.

카인의 분노의 화살은 전혀 엉뚱하게 날 갔다. 카인은 하느님의 사랑을 차지한 아벨을 질투하고 미워했다.
“저 나쁜 놈 아벨, 저놈 때문이야, 저 놈이 나타나면서 모든 게 뒤틀어졌어. 저놈을 없애는 것만이 내가 살길이야…."
미움과 시기는 어느덧 살기를 느끼게 한다. 카인은 아벨의 행동이 못마땅한 것뿐 아니라 그의 존재자체를 부정하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카인은 동생 아벨을 살해하게 된다. 카인은 동생을 땅에 묻은 후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자신이 한 행동이 잘한 것이라고 계속 생각했을까?

카인은 정신을 차린 후 “아니, 내가 무엇을 한거지. 동생을 죽이다니. 나는 화를 참았어야 했는데…?하며 후회했을 것이다. 그러나 땅을 치고 눈물을 흘리며 후회해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자신이 죽도록 밉고 싫어졌을 것이다.

사실 아벨은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하느님께 드리는 진실한 감사와 믿음의 제사는 칭찬받아 마땅한 것이었다. 하느님께서 믿음이 담긴 아벨의 제물만을 받으신 것은 공평한 행위였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에서도 늘 칭찬받는 사람곁에는 소외되고 상처받는 이가 함께 존재한다.
동생 아벨은 형 카인의 상처받은 마음을 얼마나 알고 배려했을까? 내가 독차지한 사랑 때문에 가슴이 시리고 아픈 이들은 혹시 없는가?
그러나 카인은 분명 자기자신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그의 시선은 자신보다 밖을 향해있었다.
“나는 왜 화가 났는가?"
“동생 아벨이 과연 무엇을 잘못했는가?
왜 나는 전혀 잘못이 없는 너를 시기하고 질투하고 공격하는가?”
그것은 마음의 상처 때문이다. 이유모를 분노와 폭력도 마음의 상처때문인 경우가 많다. 인간은 누구나 마음의 상처가 있다. 이제 고통을 감수하고 마음의 눈을 뜨자. 상처난 내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자. 내 마음안에 상처받은 카인이 서있고, 피투성이가 된 아벨이 쓰러져 있다.

상처받은 내 자신의 두 모습이다. 평생 카인의 후예로 나그네가 되어 떠도는 나와 너의 마음속에 두 개의 평행선으로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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